2010.09.10. 10:06
누구는 떨고 있고 누구는 웃고 있는가?-
지난 2009.10. 대출규제(DTI)확대시행 이후 2010.6.까지 9개월 동안 수도권 아파트의 시가가 약 30조원 증발했다고 하더군요. 즉, 수도권 집값 하락으로 인해 서민들의 재산이 감소되었는데 그 돈이 무려 30조원이라는 뜻이지요.
돈이 불어도 시원치 않을 텐데 줄게 되었으니 어찌해야 할까요? 이로 인한 후유증이 지금 전국 도처에서 불처럼 일어나고 있음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저 보고만 있기에는 안타깝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렇다고 뚜렷한 해결책도 없고,
집값 하락으로 인해 이사를 할 수 없게 된 집이 어디 한두 집인가요? 특히 새 아파트로 입주할 분들은 갈 길이 없다는 하소연을 하고 있겠지요. 살던 집이 팔리지도 않지만 싸게라도 팔아봤자 손에 남는 돈은 2억 뿐이기 때문에,
2억 원의 돈으로 6억이 넘는 아파트에 입주할 수 없는 일이지요. 결국 모든 걸 포기하고 살던 집에서 계속 살겠다는 취지인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계약했던 새 아파트의 문제가 법적으로 남아있기 때문이지요. 분양권으로 넘기려면 1억 가까운 생돈을 밀어 넣어야 할 형편이고요.
이미 입주기간이 지났거나 수개월 이내에 입주를 앞둔 수분양자들은 요즘 떨고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헤쳐 나갈 길이 없느냐? 는 질문이 수없이 쏟아지고 있지만 딱 맞는 처방을 내놓지 못하고 있음이 못내 아쉬울 뿐이로군요.
그러나 지금 기존 주택을 사거나 분양권을 사거나, 새로 분양을 받으려는 분들은 웃고 있다고 하더군요. 골라서 살 수 있고, 싸게 살 수 있고, 좋은 조건으로 살 수 있게 됐으니 말입니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건설사 마음대로 조건을 정해 놓고 분양받는 사람들은 틀에 박힌 듯이 도장만 찍었지만, 지금은 수분양자들의 조건에 맞춰 분양을 한다면서요? 분양을 받으려는 사람들은 자기 조건에 맞지 않으면 외면해 버리는 풍토가 이루어지고 있으니 참, 세상 많이 달라졌다고 봐야 하겠네요.
-새 아파트 입주에 백 가지 목소리-
예전에는 그냥 넘어갈 일도 요즘은 그렇지 않다고 하더군요. 특히 품질을 업그레이드하라는 주문이 많다는 것입니다. 외관이나 진입로까지도 차별화가 되지 않으면 수분양자들은 입주거부를 하고 집회 등 단체행동에 돌입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훌륭한 조경이나 튀는 커뮤니티시설은 단골 메뉴로 등장하기도 하는데 어느 아파트는 단지 조경에 리기다소나무를 심었다가 입주 동호회와 크게 싸움을 하고 있다 하더군요. 문주 세울 자리를 확보하지 아니하여 애를 먹는 아파트도 있고,
지상주차가 없어야 함은 기본이고, 저층부 대리석 마감, 아름다운 생태공원조성과 실개천의 확보, 고품격 정자 등이 설치되지 않으면 수분양자들은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정부요로에 민원을 넣어 준공을 막게 되는데 일이 하루에도 20건 이상 일어나고 있답니다. 이 일을 어찌해야 할까요?
입주가 늦어지면 자칫 건설사는 부도가 날 수도 있는 것이기에 입주민들의 백 가지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어 애로가 많다고 하더군요. 배짱이 좋은 입주민은 분양 때와 입주 때를 비교해서 손톱만치라도 잘 못된 점이 있으면 계약해제의 내용증명을 발송해 놓고 소송에 돌입하는 수도 있다 하니 떨고 있기는 건설사들도 마찬가지가 아닐는지?
2-3년 전 분양가를 높이 책정해서 분양했거나, 분양가는 적정한 것 같지만 기대보다 품질이 떨어졌거나, 확장비나 옵션비에 고가책정을 했던 건설사들일수록 요즘 곤혹을 치르고 있음이 사실일 겁니다. 확장. 옵션비가 적게는 5천만 원에서 1억 5천만 원까지 된다니까 확장. 옵션비용이 또 아파트 한 채 값이로군요.
분양가 인하, 확장. 옵션비 인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게 되면 동호회 카페는 다시 두 개나 세 개로 쪼개져서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되기도 하고, 결국 소송을 제기하기도 하는데 소송참여자들도 단순히 분양가 인하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 아예 계약의 해제를 원하는 사람들로 나뉘어 진다고 하더이다.
계약해제를 목적으로 소송에 참여한 사람들은 입주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될 것이므로 2-3년 동안 지루하게 법정싸움을 해야 되겠지요. 건설사측으로 봤을 때는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고요.
소송을 하고 있는 수분양자들은 대개 건설 전문가와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서 소송을 진행하고 있으므로 전국에서 일어나는 소송의 대부분이 입주예정자들의 승소로 끝나고 있음도 눈여겨 볼 일이 아닌가 합니다.
소송을 하지 아니한 채 끝내 입주를 거부하는 “버티기식” 수분양자들도 많더군요. 이 분들은 자신의 형편상 입주할 수 없다는 통보를 보내 놓고 계약금 5-10%정도를 포기하는 선에서 해약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건설사로서는 일일이 소송도 할 수 없고, 그렇다고 다시 분양을 할 수도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중도금 대출을 해줬던 은행으로서는 잔금 때 분양받았던 사람들이 이자를 내 주지 않거나 다시 잔금대출로 갱신 자서하지 않게 되면 건설사에 대위변제를 요구하게 되겠지요. 엎친데 겹친 격으로 건설사들의 고충이 크다는 하소연도 들었습니다.
건설사들이 품질이 저하된 아파트를 짓거나 분양조건과 맞지 않은 품질을 내놓거나, 법에 위배된 시공을 했을 때 소송을 하는 것은 각 개인이 판단해서 처리할 일이지만 소송을 할 만한 사유가 없음에도 무조건 입주를 거부함도 옳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건설사와 의논하여 대책을 강구함이 좋겠지요. 부족한 잔금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서로 의논하시라는 주문입니다. 살던 집이 팔릴 때까지, 또는 잔금이 준비될 때까지 어떻게 하기로 약정이 되면 연체이자 등 면제의 방법도 따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무조건 버틴다고 꼭 좋은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지금 사는 사람들은 왜 웃을까?-
부동산활성화대책이 나온 이후 중개업소와 분양하고 있는 모델하우스 몇 곳을 둘러 봤습니다. 중개업소는 한산하다 못해 적막할 정도였고, 활성화대책이라고 해봐야 간에 기별도 가지 않은 미봉책이라는 불평을 하더군요.
기존주택 매도자들은 매물을 걷어 들인 채 세월에 맡겨두고 경기가 풀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나요. 그런데 모델하우스에는 의외로 구경하거나 계약하는 예비수요자들의 발길이 잦더군요. 왜 그럴까요?
요즘 분양하고 있는 건설사들은 우선 차별화된 단지를 내놓고 있음이 엿보이더군요. 쉽게 말해 명품들을 분양하고 있다는 뜻도 되겠습니다. 또한 중소형 위주로 분양을 하고 있고, 가격도 인근 기존주택에 비해 높지 않음이 마음을 끌게 하더군요.
분양 조건 역시 까다롭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분양을 받는 사람들은 지금 불안한 시장에서 기존주택을 사는 일 보다는 2-3년 후에 입주할 신규분양을 받는 일이 심적으로 안정이 된다는 표현이 맞을 겁니다. 또 2-3년 동안 돈을 모을 수도 있고,
예전 같으면 1순위에서 끝날 신규분양도 지금은 미분양으로 잡을 수 있게 되었고, 2-3천만 원의 계약금으로 아파트를 장만할 수 있게 되었으니 웃을 수밖에요. 그래서 세월은 늘 병도 주고 약도 주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웃게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요. 하지만 웃는 시간도 잠깐이겠지요. 머무르지 않고 흐르는 게 세월이니까 말입니다. 얼마 전까지 분양을 받았던 분들은 떨고 있고, 지금 분양을 받거나 매입하시는 분들은 웃고 있으니 부동산팔자가 시간문제인지, 사람팔자가 시간문제인지 그저 아리송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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