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거리 중독증

웃는얼굴로1 2010. 10. 22. 17:08

아마추어 골퍼들이 참으로 고치기 힘든 점은 거리에 대한 욕심이다. 지금보다 조금 더 멀리 나갔으면 하는 욕망을 누구나 갖고 있다.

 골프장에서 드라이버샷으로 까마득히 날아가는 공을 쳐보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갈만하다. 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친 것은 아닌 지, 혹시 자신이 ‘거리 중독증’은 아닌 지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연습장에 가면 드라이버샷만 죽어라 쳐대는 사람들이 있다. 상의 옷은 비틀어져 있고 머리도 약간 헝클어지고 이마에 땀방울이 송송 맺힌 채 거친 숨소리를 내가며 연신 드라이버를 친다.

 어떤 이는 아이언의 거리를 늘리려고 하는 사람도 있다. 평소 7번 아이언으로 150야드를 쳤다가 어느날 갑자기 160야드가 나가면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른다. 아이언샷은 거리보다 정확도가 생명이다. 이번에는 150야드가 나갔는데 다음에는 160야드가 나간다면 그런 아이언샷은 곤란하다.

 세컨드샷을 할 때도 일단 멀리 가고 보자는 주의다. 10야드라도 더 나가면 좋은 거 아니냐는 것이다. 코스 매니지먼트는 가장 중요한 것은 다음 샷을 하기 좋은 안전한 곳을 택하는 것이다. 가장 위험한 조금 더 나가려고 하는 것이다.

 러프나 트러블 지역에 공이 들어가면 모든 목표는 탈출에 맞춰져야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목표를 ‘조금 더 전진하는 곳으로 탈출’을 꿈꾼다면 당신은 ‘거리 중독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마약이나 알코올 중독만 중독이 아니다. 쇼핑이나 인터넷 활동 등 행위 중독도 중독이다. 거기에 골퍼들은 ‘거리 중독증’을 염려해야 한다.

 중독에 빠지면 이를 헤어나오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한다. 중독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자신이 중독자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한다. 중독을 알기만 해도 절반은 치료를 한 셈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아는 것이 그렇게도 어렵단다. 혹시 나는 거리 중독자가 아닌 지 물어보고 돌아보자.


뉴욕=한은구 한국경제신문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