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재건축시장에서 이상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중개업소별로 매수 수요가 대기하고 있음에도 시세는 하락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통상 사자는 수요가 많으면 경쟁이 붙어 가격이 오르게 마련인데 최근 이 같은 공식이 통하지 않고 있다.
저층 노후 아파트가 즐비한 개포동 일대가 대표 사례다.
주변 중개업소에 따르면 주공1단지 공급면적 42.5㎡가 최근 6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 재건축 재료를 안고 있지만 시세가 계속 하락하고 있는 잠실 주공5단지. 뒤로 재건축을 마치고 입주한 잠실 트리지움ㆍ리센츠 단지가 보인다. <매경DB>
이 주택형은 개포지구단위계획 발표 전후인 지난 3월만 해도 최고 8억1000만원까지 거래되었다. 이후 꾸준한 하락세를 거듭해 최근 7억원 선이 붕괴됐다. 그렇다고 거래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중개업소별로 간간이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가격만 떨어지면 사겠다며 매물을 기다리는 대기 수요만 10명 가까이 된다"고 전했다.
잠실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잠실을 대표하는 재건축단지인 주공5단지는 전용면적 103.54㎡(5층)가 올해 초 11억7000만~11억8000만원에 달하다가 요즘 10억4500만원 선에서 급매물 거래가 이뤄졌다.
중개업소에 따르면 몸값을 더욱 낮춘 급매물들이 서서히 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주택경기 침체가 장기화한 가운데 유럽발 재정위기까지 고조됨에 따라 금융 부담을 감내할 여력이 고갈된 투자자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거주보다 투자 수요가 많은 재건축 특성상 주택 보유자들 중 은행 빚을 진 이가 많다.
집값 반등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야 빚을 감내하겠지만 최근 분위기가 더욱 어두워지면서 금융 부담을 이기지 못한 보유자들을 중심으로 급매물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투자자들 역시 이 같은 상황을 감지해 정상보다 가격이 낮은 급매물만 찾아 실제 거래 가격은 시세에 비해 더 떨어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하락세는 쉽게 진화되지 않을 전망이다. 이창훈 개포동 남도공인 대표는 "지난 3월 최고점을 찍은 후 재건축아파트 시세가 꾸준한 내림세"라며 "경기 동향을 감안할 때 과거와 같은 상승 분위기를 타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일부 보유자는 아파트 가격을 2000만~3000만원 더 내리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며 "예단하긴 어렵지만 2~3%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2006년부터 수년 간 지속돼 온 재건축 아파트 가격 거품이 걷히는 과정이라는 분석도 있다.
도곡렉슬, 반포래미안, 잠실엘스 등 재건축 이후 시세가 급등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노후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에 따라 사업성 또한 크게 줄고 있다. 사업지연에 따른 금융 부담 등을 감안할 때 재건축 아파트 시세가 좀더 내려야 한다는 것이 일각의 의견이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재테크 팀장은 "급매물에만 대기 수요가 붙는다는 점은 시장에서 현시세를 높다고 보는 증거"라며 "반등기가 언제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대출을 안고 있느니 차라리 손해를 좀 보더라도 매도하고 손 터는 편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바꿔 말하면 신규 투자자들은 가격 하락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올해 말~내년 초에는 관망세를 유지하는 편이 낫다"고 덧붙였다.
[이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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