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웅
부동산투자는 40계단 층층대
세상 모든 일이 다 그렇더군요. 첫 단추가 잘못 채워지면 마지막까지 비틀어지더라는 이치 말입니다. 첫 단추를 실수해서 사업에 실패한 사람도 많고, 첫 단추를 잘못 채워 이혼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첫 단추를 잘못 채운 잘못 때문에”라는 유행가 가사가 있더군요. 여러분들께서도 혹여 첫 단추를 잘못 채워 고생을 해본 일이 있으십니까? 시작이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일은 없다고 볼 것이기에 부동산 투자에서도 첫 단추가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군요.
그러나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설사 첫 단추를 잘못 채웠다 하더라도 중간단추를 잘 채워 성공한 사람도 있고, 중간단추를 실수했다하더라도 마지막 단추를 잘 채워 노후를 안전하게 보내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첫 단추를 잘 채운 사람과 잘못 채운 사람-
1990년대 중반이었을 겁니다. “갑”이라는 사람과 “을”이라는 사람은 같은 동네에 살고 있었는데 생활여건도 비슷하고 월수입도 같았으며, 가족구성도 각 4인이었습니다. 7-8년의 전세생활을 마치고 첫 집을 마련하기 위해 어느 봄 바쁘게 움직였던 모습들이 떠오릅니다.
당시 안산에서 입주 2년쯤 된 72㎡(22평) 아파트는 매매가가 7000만 원 정도였고, 새로 지은 82㎡(25평)빌라는 6000만 원 정도였습니다. “갑”은 전세금 3000만 원에 4000만 원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샀고, “을”은 전세금 4000만 원에 대출금 2000만 원을 더해 신축빌라를 사게 되었습니다.
아파트는 뜨는 세월이었고, 빌라는 지는 세월이었을 겁니다. 주위에서는 “을”에게 아파트를 사라고 권유했었지만 “을”은 황소고집이 되어 결코 빌라로 입주를 하더군요. 그렇게 해서 “갑”과 “을”의 내 집 마련 첫 단추가 꿰어지게 된 것입니다.
아파트나 빌라나 그런대로 입지가 괜찮은 곳이기에 나중에 비슷한 시세상승이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결과는 의외였습니다. 아파트는 매매도 원활하였고, 시세상승이 봄가을로 있었지만 빌라는 몇 년째 시세상승은 물론 거래도 꼼짝을 하지 않았거든요.
“갑”은 이득을 보고 2회에 걸쳐 갈아타기를 하는 동안 “을”은 빌라가 팔리지 아니하여 애를 먹었다나요. 계속 기다리다가 2-3년 전에야 빌라가 매매되는 바람에 거의 본전에 팔고 아파트로 갈아타기를 했답니다.
지금 “갑”은 대출 1억 5000만 원이 든 대형아파트에서 거주하고 있고, “을”은 대출 1억 원을 끼고 중형으로 이사를 했으니 “갑”과 “을”의 재산차이는 얼마나 될까요? “갑”은 6-7억대의 재산임에 비해 “을”은 2-3억이 되었음을 계산상 알 수 있겠네요.
-가장 중요한 건 마지막 실수나 실패가 없어야-
대개 첫 투자가 잘 되면 중간투자도 순조롭게 이루어지더군요. 역시 중간투자를 성공으로 이끈 사람은 노후를 대비한 마지막 투자도 잘 하더라는 경험담입니다. 결혼도 처음 잘 만난 사람들이 끝까지 행복하듯이 말입니다.
그러나 첫 투자나 중간 투자까지도 실수를 했다가 마지막 투자에 성공하는 사람이 있거든요. 마찬가지로 이혼을 여러 번 했더라도 마지막 결혼을 잘하여 행복하게 사는 사람도 있고, 여러 번 사업에 실패했더라도 마지막 사업을 잘하여 성공하는 사람도 있더라는 것입니다.
필자는 법률사무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법률상담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이혼을 네 번하고 다섯 번째 이혼소송을 당했다는 어느 55세 된 남자분의 이혼이유를 들어보실래요?
질문 : 첫 번째 이혼원인을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답변 : 그 여자와 저와는 원래부터 성격이 맞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애만 하나 낳고 헤어져 버렸지요. 생각하기도 싫어요.
질문 : 그럼 두 번째 원인은요?
답변 : 여우를 피하려다 호랑이 만난 격이지요. 성격이 포악하고 의처증이 심했어요. 거기서 또 하나 낳았어요. 그래서 애가 둘이 됐고요.
질문 : 세 번째 이혼원인은 누구에게 있었나요?
답변 : 제가 딴 곳에 눈을 파는 바람에~
질문 : 간통하셨다는 말씀인가요?
답변 : 8개월 징역살고 나왔어요.
질문 : 고생이 많았겠군요. 그런데 네 번째는 왜 법적이혼을 하셨지요?
답변 : 여자가 좀 반반하게 생겼거든요. 얼굴값 한다고 그게 애인이 있었어요. 그 애인과 계를 한답시고 까불다가 재산을 반 토막 내버렸지요. 제가 참다못해 간통으로 고소를 하고 법적이로 이혼을 한 겁니다.
질문 : 이번이 다섯 번째로군요. 결국 다섯 번째 만난 부인으로부터 이혼소송을 당하게 됐고, 위자료를 청구하면서 재산분할도 하자고 하니 큰일이로군요. 이혼사유가 폭력이면 피해갈 길이 없습니다. 어떡하죠?
답변 : 술김에 뺨 한 대 때린 것뿐이거든요. 누군 살아가면서 부부싸움 안 하고 사는 사람 있습니까.
질문 : 뺨만 때렸다면 진단서에는 왜 갈비뼈가 두 대나 부러졌을까요?
답변 : ~~~~? 그게 이상해요. 나는 발로 찬 일이 없는데,
질문 : 지금 보유하신 동산과 부동산은 얼마나 되십니까?
답변 : 여자 것은 없고, 제 재산만 10억 정도 됩니다.
질문 : 10억 중에서 재산분할로 5억을 요구하고, 위자료로 5천을 요구하고 있다는 말이지요? 우선 재산을 논하기 전에 지금 선생님 나이에 헤어지는 건 파탄입니다. 다시는 기회도 오지 않을 것이고요. 헤어지기 보다는 용서를 빌어 보시고 재결합을 시도해 보시지요.
답변 :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저도 이번만은 헤어지고 싶지 않습니다.
질문 :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기회를 놓칠 수도 있습니다. 여러 번 이혼을 하셨지만 이 여자만은 놓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자식 둘 딸린 나이든 남자에게 어느 여자가 또 올까요? 100일 동안 “다시는 때리지 않겠다.”는 각서도 쓰고, 좋은 남편이 되겠다는 반성문도 써 보시지요. 그렇지 않고 재산 다 뺏기게 되면 선생님의 노후가 불쌍하게 됩니다. 인생의 마지막 투자라 생각하시고 이혼만은 빗겨가도록 하세요.
그로부터 2년 후 남편과 아내가 필자를 찾아왔더군요. 100일 동안 각서를 쓰고 반성문을 쓰는 바람에 결국은 용서를 해주고 말았다고 말입니다. 잘 살고 있다하니 흐뭇할 수밖에요.
이런 사유와 저런 사유로 여러 번 이혼을 하는 것처럼 부동산 투자에도 여러 번 실수나 실패 하는 사람을 봤습니다. 왜 그럴까요? 부동산을 고를 때 좋은 걸 고르지 못했다는 이유가 거의 맞을 겁니다. 부동산 투자를 할 때 단추를 잘못 꿰는 대표적 사례 몇 가지를 지적해 보겠습니다.
1. 전세금이 낮은 곳은 시세상승도 낮다.
요즘 전세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더군요. 그러나 오르지 않은 곳도 있으니 웬일일까요? 평소 교통이 불편하다거나 학군이 형성돼 있지 않다거나, 입주물량이 넘치는 곳이 되겠지요. 거두절미하고 이런 지역은 피하시는 게 상책일 겁니다.
고급주택지를 제외한 일반주택을 매수하고자 할 때에는 우선 그 지역의 전세비중부터 살펴보는 게 옳다고 봅니다. 사람들에게 살기 좋은 곳으로 인식되면 전세금은 높게 형성되는 것이고, 반대로 살기에 불편한 곳은 누구나 싫어하는 곳이기에 전세금도 낮게 형성되는 것입니다.
2. 값이 싸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부동산은 첫째, 좋은 자리에 있어야 하고 둘째, 품질이 좋아야 하고 셋째, 값이 싸야 하거든요. 값이 싸면 우선 구입하기에 편하고, 나중에 조금만 상승을 해도 이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누구나 싼 것을 원하게 되지요.
그러나 “싼 게 비지떡”이라는 겁니다. 여러분들께서 값이 싸다는 이유로 보따리로 쇼핑을 한 사실이 있으시겠지요? 그러나 단 한 가지도 입어보거나 써보지 못하고 버리셨겠지요. 값이 너무 싼 부동산은 나름대로 허점을 내포하고 있기에 항시 주의하는 길이 재테크에 성공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3. 5년 이상 걸리는 장기계획에 미련 갖지 마라.
개발계획은 통상적으로 단기적으로는 5년, 장기적으로는 15년이 걸리게 되지요. 계획 발표 때, 착공 때, 준공 때 값이 오른다고 하지만 시작도 하지 아니한 채 오리무중이 되는 일도 많고 당초 계획보다 공사기간이 오래 걸려서 나중에는 전혀 시세에 반영이 안 될 수도 있더군요. 투자에 실패하는 가장 많은 이유일 겁니다.
요즘에도 수도권에 많은 개발계획이나 교통계획들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어찌된 셈인지 도지사나 대통령이 바뀌게 되면 계획이 멈추거나 바뀌지 않던가요? 시의원들까지도 머리수가 많으면 자기들 주장대로 하는 세상이니까,
4. 야구방망이는 길수록 좋다.
짧은 방망이로 친 공이 멀리 갈까요? 긴 방망이로 친 공이 멀리 갈까요? 아무래도 긴 방망이로 친 공이 멀리 가겠지요. 앞으로는 부동산도 장타라야 수익성 면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금방 사서 금방 판다는 단타에는 마음을 비우심이 옳을 것입니다.
지금 다주택자들이나 분양권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대부분 단타를 노리다가 금융위기와 부동산 폭락에 걸려 오도 가도 못하는 분들이 아닐는지요? 앞으로 단타는 조심하시되 노후를 위해 장타를 준비하시라는 권고를 드립니다.
글을 맺습니다. 부동산 투자는 많이 생각할수록, 깊이 들어갈수록 또 횟수가 많을수록 어렵지 않던가요? 마치 40계단 층층대를 걸어 올라가는 것처럼 갈수록 힘이 든다는 표현이 맞을 겁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우리들 인생살이 자체가 사는 것도 어렵고, 사는 곳도 어려운 것을~ 부디 첫 단추부터 잘 채우시기 바랍니다.
수원대학교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학. 생활법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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