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종합대책인 '8.2대책' 발표 후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가 아마도 고민에 빠져있지 않을까 싶다. 평소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없는 이들 조차도 8.2대책 발표 후 필자에게 안 하던 안부전화를 챙겨하는 것만 봐도 이번 대책이 정말 강력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발표한 부동산 정책은 역대 가장 센 부동산 규제책으로, 부동산의 모든 규제들을 총망라해 동시에 쓸 수 있는 건 다 활용했다는 평도 있다.
8.2 대책의 내용을 보면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조정지역으로 구분해 양도소득세, 대출, 분양권, 재개발, 재건축 등에 대한 규제를 했다. 특히 일반인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는 대출 규제 강화가 있어 일반인들도 관심을 갖게 만든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당장 내집마련을 준비하고 있던 사람들에게 대출을 더 적게 해준다고 통보한 셈이고, 돈이 부족한 가구는 다시 세입자로 더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상황이다.
다주택자들에게도 조정지역 내 양도세 중과 정책으로 인해 매도를 계획하고 있는 주택은 빠른 기간 내 처분해야하는 부담을 안겨주었다. 4월 이전 세입자의 계약 만료일이 되어서 매도를 할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세입자를 끼고 매도해야하는 상황이다. 그렇게 되면 당장 입주 가능한 집이 아니기 때문에 실수요자들은 살 수가 없는 집이다. 그렇다면 실수요자는 못 사고 다른 투자자가 사야하는 상황인데, 최근 요동치는 부동산시장 상황에서 관망을 하고 있는 지금 거래가 잘 될 것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정부도 주거 안정화를 위해서는 주택 공급량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 하지만 주택이 하루 이틀 사이에 당장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골머리를 썩고 있는 것이다. 하여 정부는 당장 공급할 수 있는 주택에 한계가 있으므로 다주택자들이 내놓는 주택을 다시 실수요자들에게 제공하여 거주의 안정을 꾀하겠다는 취지를 엿볼 수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무주택자들이 기꺼워하며 주택을 살 것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부동산 규제로 인해 가격이 떨어질 것이 우려되기도 하고, 실수요자들에게도 적용되는 대출 규제로 인해 서울에 집을 사고 싶은 사람은 돈이 많지 않다면 더 집을 사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럼 지금 부동산은 쳐다보지도 않는 것이 현명한 처사일까. 누구라도 붙잡고 물어보고 싶은 심정의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시작으로 함께 고민을 해봤으면 한다.
얼마 전 강의에서 만난 수강생이 필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무엇을 알고 한 것은 아니지만 순간의 선택으로 제 친구와 저는 순식간에 자산의 크기가 달라졌어요”
무슨 내용인고 하니 수강생과 그 친구는 2013년 비슷한 시기에 결혼을 했다는 것이다. 당연히 새로운 가정을 위해 둘 다 신혼집을 마련했다. 다만 신혼집을 구할 때 수강생은 자가로, 친구는 전셋집을 구한 것이다. 수강생도 그렇고 그 친구도 둘 다 돈이 없었기 때문에 대출을 받아서 집을 마련했다. 1명은 주택담보대출로, 1명은 전세자금대출로 자금을 마련했다.
2~3년 후 어떻게 되었을까. 수강생은 현재 집값이 1억원 이상 올라 앉아서 돈을 번 형국이 되어 기쁜 마음으로 대출 이자를 갚는 중이었고, 친구는 이번에도 전세금이 올라 부담을 느끼면서 좀 더 저렴한 전셋집을 구하기 위해 이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통해 어떤 생각이 드는가. 그럼 집을 사라는 것인가 하고 의문이 들 것이다. 그런데 2013년도는 '대세 상승장'으로 대부분의 집값이 다 오를 때이고, 지금은 그렇지 않은데 결과가 달라지면 어떻게 하냐고 반문할 수 있다.
여기서 반드시 하나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부동산에 대해 알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강의를 들으러 온 사람은 전세금이 올라 또 다시 집을 알아봐야하는 친구가 아닌 집값이 오른 사람이라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더 다급하고 필요한 사람은 수강생의 친구가 아니었을까. 같은 출발선상에 있었지만 부동산의 소유 여부로 짧은 시간에 경제적으로 뒤쳐진 친구 쪽이 아닐까. 그런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 아이러니하지 않는가.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지금 부동산을 사야할까’를 고민했을 때 우선 무주택자는 아무리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해도 원하는 주택이 좋은 위치에 있으며 인근에 대량의 공급물량이 없고 오래 거주할 생각이라면, 지금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지만 그래도 집을 사는 게 낫다는 것이다.
수강생의 신혼집 구하기 사례에서도 봤지만 계속 전세로만 거주한다면 하락의 위험성에서 벗어날 수는 있지만, 부동산 가격 상승시 2년마다 전세금을 올려줘야하는 현실에 매번 부딪혀야만 한다. 집값 하락 위험성이 전셋값 상승 위험성과 비교했을 때 어느 것이 더 적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
다만 실거주할 수 있는 집을 구할 땐 시간의 힘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은 지난 30여년을 돌이켜봐도 그렇고, 향후 10년을 내다봤을 때에도 부동산의 시세 그래프는 우상향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왜냐하면 원자재나 물가가 떨어지지 않는 이상 부동산만 다르게 하락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은 사람에게 필수적인 의식주 중 하나로 생활함에 있어 뗄래야 뗄 수 없는 요소다. 삶의 질적인 측면에서도 한번 생각해보자. 하루 종일 일터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 편안한 마음으로 몸을 누일 공간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를 말이다. 2년마다 돌아오는 전세 계약으로 불안감을 느껴야 하고, 아이가 학생이라면 전학도 시켜야 할 수도 있는데, 그건 아이에게도 학부모에게도 이사와 전학은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니다.
우리가 생활하는데 있어 안정된 주택은 꼭 필요하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땅에 대한 열망과 함께 주택에 대한 열망이 큰 민족 중 하나다. 집 없는 설움이라고 한다면 우리 부모세대도 그렇고 지금 취업을 준비하는 세대도 절절이 느끼고 있는 부분이다.
현재 8.2 대책 발표 후 투자로 부동산을 소유한 다주택자들은 정책에 맞게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고, 투자 방향성을 다시 잡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내집마련을 위해 고민하는 무주택자들은 부동산의 매수 여부를 고민할 시기가 아닌, 자신이 원하는 주택의 매수를 가능하게 만드는 일에 더 고민하고 힘을 쏟아야 할 시기가 아닐까.
정은숙(’직장인 재테크, 우리는 부동산으로 투잡한다‘ 공동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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