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저금리와 부동산 8.2 대책과 더불어 갈 곳을 잃은 유동자금과 대출이 어려운 사람들이 'P2P'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
P2P는 peer to peer의 약자로 사용자간 직접 연결되어 파일을 공유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최근 개인간의 파일 공유 뿐 아니라 대출의 한 형태로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온라인 플랫폼에서 대출을 원하는 사람에게 불특정 다수로부터 투자금을 모아 약속한 기간 동안 이자를 받는 등 개인 간에 필요 자금을 지원하는 일종의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으로 이용되고 있다.
최근 필자의 지인도 P2P에 투자했다면서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길래 P2P 업체에 대해 잘 알고 있는지 이것저것 물어 보았으나, 자세한 분석 없이 기존에 투자한 누군가의 추천으로 투자를 하게 되었다고 했다. 부동산에 투자하고 싶었으나 8.2 대책으로 인해 섣불리 집에 투자하기는 두렵고, 그렇다고 투자를 안 하자니 자신의 자산가치가 하락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에 P2P 상품에 투자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P2P 플랫폼 업체가 대출 신청을 받은 뒤 적정 금리를 결정하여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면 관심 있는 이들이 이를 보고 투자를 하고, 대출 업체는 대출자로부터 매달 원금 및 이자를 받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방식이다.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IT개발로 핀테크(금융과 기술의 융합) 산업 시장이 이미 급속히 커져 대중화가 되어가고 있고, P2P 대출은 영국의 조파닷컴(zopa.com)이 2005년 처음 시작한 이래 전 세계적으로 큰 붐이 일고 있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은 까다로운 절차 없이 자금을 마련할 수 있고,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는 저축으로 이익을 남기기 어려운 저금리 시대에 조금 더 높은 수익을 얻는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내년 3월2일부터는 금융위원회에 등록을 의무화 하기로 했고, 아직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장치가 명확히 마련되어 있지 않아 위험도가 매우 높다는 단점이 있다. 대기업 펀드 매니저들이 스카우트 되어 이직하기도 하고, 금융권에서 근무한 사람들이 창업으로 P2P 회사를 만들기도 하여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P2P업체에 대해 다소 근심 어린 걱정을 하고 있었기에 내년부터 금융위원회 등록이 의무화 되는 것이 반갑기는 하나 아직 남아있는 6개월여의 기간에 피해를 입는 투자자들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P2P 업체들을 통한 대출취급액이 지난해 6월 1500억원에서 올해 7월 말 기준 1조2000억원으로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말 37개 수준이던 P2P 업체 수가 올해 7월 말 기준 163개로, 1년사이 4배 이상 증가했다.
한국 P2P금융협회에 가입한 54개 회원사의 대출 규모를 기준으로 부동산 관련 P2P 대출과 부동산 PF(project Financing)이 전체 P2P 대출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PF는 현재는 건설이 되지 않았지만, 분양 이후 미래의 수익을 기대하고 투자자를 모집하는 것이다. 한국 P2P 금융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업체 수와 대출 품목에서도 부동산이 압도적으로 높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전체 P2P의 절반 이상이 부동산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동산 관련 P2P의 경우는 경매낙찰 후 부동산을 처분하거나, 나대지에 건물을 짓고 분양을 하거나, 부동산에 근저당을 설정한 뒤 해당 부동산을 매도하면서 그 이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준다. 기존 투자자들은 10~20%의 수익을 올리는데 2% 남짓인 은행 이자에 비하면 그 수익은 최소 5배 이상 높다보니 갈 곳 잃은 유동자금이 P2P 업체를 찾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비교적 호황이었기에 투자자의 대출 비용 회수가 원활하게 이루어졌고, 높은 이자도 감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강도 높은 대책으로 대중의 심리가 다소 식었고, 거래량도 하락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의 경우 앞으로 더 큰 상승 기조가 있다 하고, 필자의 경우에도 아직은 부동산 가격이 상승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예상일 뿐 다가오지 않은 미래의 일은 그 어느 누구도 호언장담 할 수는 없다. 만약 부동산 경기가 악화한다면 미분양이 속출하거나 높은 가격의 매도가 쉽지 않을 것이고, 그에 따른 가격의 하락이나 원금 손실은 불 보듯 뻔하다. 아무리 개인간의 거래인 P2P 투자라지만, 이제부터는 P2P 대출에 투자를 할 때는 P2P 플랫폼을 제공하는 회사의 신용도도 그만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수익성 있는 상품에 대한 투자인지, 정확한 감정평가와 더불어 투자자들이 해당 물건의 정상 투자 여부를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정기 보고와 투명한 투자금 사용 공개 등을 관리 감독해주는 P2P업체를 선택해 투자해야 할 것이다.
필자가 어느 P2P 업체 대표와 부동산 PF 관련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그 대표도 대출자의 상품을 고를 땐 최대한 까다롭게 선택을 한다. 하지만 막상 손실이 난다고 해도 이는 개인이 자발적으로 투자한 것이고, 투자라는 것 자체가 원금 손실의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책임이 P2P 업체에게는 전혀 없다는 입장이었다.
물론 회사의 존속을 위해 더 좋은 물건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지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P2P 업체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 투자자들에게 적게는 모바일 음료 상품권에서 크게는 명품 가방 이벤트까지 진행하는 P2P 업체의 서비스가 추후 제 살 깎아먹기 식의 경쟁이 될 것 같아 우려스럽다.
이젠 기억에서 많이 잊혀져 가고 있지만 2011년 저축은행 영업정지사태를 기억하는가? 금융위원회가 2011년 2월17일부터 22일까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미달된 총 7곳의 저축은행에 영업정지처분을 내리면서 시작된 사건으로, 자체정상화가 불가능한 부실 저축은행에 투자했던 5000만원 이상 예금자와 후순위 채권 투자자들은 원금손실이 불가피해졌다.
이 당시 저축은행의 부실은 PF에서 비롯됐다. 2000년대 들어 부동산 바람을 타고 저축은행이 2005~2007년 집중적으로 PF 대출을 해주었으나,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부동산 경기가 위축하면서 부실화하기 시작해 결국 저축은행의 부실로 이어졌다.
P2P 업체 및 부동산 P2P의 대출 증가는 2011년도 저축은행의 대출 형태와 너무나도 많이 닮아 있다. 그나마 저축은행은 5000만원 미만의 예금은 보호되었으나 P2P 대출에서는 현재 최소한의 보호책도 마련되어 있지 않아 더욱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 고수익만 바라보고 무비판적으로 이용할 경우 원금 손실의 위험이 있어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대출을 이용하는 대출자 입장에서도 금융위원회에 등록이 된다는 것은 은행을 비롯 모든 금융기관에 대출 정보가 공개되는 것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기존에는 다른 대출과 상관 없이 P2P 대출을 이용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대출 한도가 통합으로 관리되고 때에 따라서는 신용등급의 하락을 가져 올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여 지나친 대출은 삼가야 한다.
‘사상누각(砂上樓閣)’이라는 말처럼 자신이 공을 들여 투자하지 않고, 누군가의 말에 의해 쉽게 투자하면서 쉽게 얻으려고 할 경우 그 투자의 결과는 고스란히 자신의 몫이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박미옥('직장인 재테크, 우리는 부동산으로 투잡한다' 공동저자)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월세받는 직장인] '거래절벽' 부동산시장, 내년 4월 이전 매도할 수 있을까? (0) | 2017.09.29 |
---|---|
[월세받는 직장인] 부동산 사야할까? 팔아야할까? (0) | 2017.09.15 |
[월세받는 직장인] 8.2 대책, 그리고 틈새와 역발상투자 (0) | 2017.09.01 |
[월세받는 직장인] 8.2 부동산대책이 빈부격차는 더 벌린다 (0) | 2017.08.11 |
[월세받는 직장인] 부동산 갭투자, 이것만은 알고 하자 (0) | 2017.07.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