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대책 이후 두 달 가량의 시간이 흘렀다.
언론에서는 서울 강남권과 일부 도심권에서 8.2 대책에도 아랑곳 없이 집값이 여전히 상승중이라고 하지만, 막상 현장에서 느껴지는 건은 다소 틀리다.
실제 거래 가능한 물건 자체가 많지 않으며 매도자와 매수자 양쪽 모두 좀 더 상황을 지켜 보자는 모습이고 어쩌다 나오는 물건도 가격이 결코 낮지 않기 때문에 1~2건만 거래가 되어도 가격이 상승된 것으로 데이터는 보여진다. 일부 전문가들은 가을 이사철 전세 대란을 예측했지만, 추석과 8.2 대책의 영향인지 아직은 전세 수요가 활발한 곳이 재개발, 재건축 이주 수요 근처의 일부 지역만 해당된다.
공급 물량도 없고 규제지역도 아니라 일부 투자자들의 풍선효과를 기대했던 곳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매매가격은 다소 상승했을지 모르나 전세 대기자가 있을 정도의 활발함은 아니다. 이렇게 전세와 매매가 활발하게 거래되지 않을 경우 투자자와 전세 임차인 양쪽 모두에게 리스크로 다가올 수 있다.
흔히 깡통전세라는 것은 전세가격이 매매시세의 70% 이상이거나 보증금과 담보대출의 합계가 매매가의 70% 이상인 경우를 말하며 최근 높은 전세가율을 레버리지로 투자했던 거의 대부분의 갭투자가 이에 해당된다. 매매가가 전세가 보다 하락한다거나 집주인이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경매로 집이 넘어가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예상하는 리스크지만, 이것에 추가되는 리스크도 있다.
전세나 매매 시세가 하락하지는 않았지만 아예 거래 절벽이 이루어지는 경우다. 더군다나 올 하반기부터 2019년까지는 서울 수도권에 대규모 입주물량이 몰려 있어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에게 주의가 요구된다.
먼저 전세 임차인의 입장에서 리스크를 확인해 보자면 전세 만기에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할 수도 있다.
학교, 직장, 평형 변경 등 다른 곳으로 반드시 이사해야 하는 상황이거나 전세에서 월세로, 혹은 매매로 바꾸어야 해서 어쩔 수 없이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아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집주인이 여유자금이 있다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영락없이 보증금이 묶여 개인의 계획대로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최근 전세금 보증보험에 가입하는 임차인이 늘고 있다.
전세금보증보험은 집이 경매에 넘어가거나 전세 만기일이 지났는데도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경우, 주택도시보증공사(HUG)나 서울보증(SGI) 등의 보증기관이 대신 전세금을 돌려주는 보험 상품이다. 아파트, 단독주택, 다가구주택 연립, 다세대주택, 주거용 오피스텔 등에 1년 이상 전세를 얻을 때 이용할 수 있다. 만일을 대비해 임차인이라면 전세금보증보험을 가입 해 두는 것도 좋다.
임대인이라면 임차인이 전세금보증보험에 가입했는지 여부를 사전에 파악하고 만기가 돌아올 경우 보증금 환급에 대비해야 한다. 임대인 입장에서도 보증금을 일부러 내어주려고 하지 않는 것이 아니지만, 소액 갭투자의 특성상 여유자금이 많아서 투자를 한 것이 아니기도 하고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기 어려워 보증금 반환이 어려울 수 있다. 필자 주위 대부분의 투자자, 임대인들은 가능하면 임차인의 보증금을 제때 반환해 주려고 최대한 노력을 하지 일부러 반환을 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만, 상황이 어렵게 되어 안타깝게도 보증금을 내주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는 있다.
이때 임차인이 거래가 활발할 때까지 재계약을 해준다면 좋겠지만, 재계약을 안 하고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임대인 입장에서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보증보험에서 구상권을 행사하고, 3개월여가 지나도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보증보험 측으로 전세금 반환이 되지 못했다면 집이 경매로 넘어갈 수도 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하여 전세 만기가 다가올 경우 전세보증금 반환을 위한 여유자금 융통 준비가 필요하다.
조만간 가계부채종합대책과 주거복지로드맵이 발표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의 주거복지로드맵은 공적임대주택 공급확대와 임대시장 안정화 방안을 가장 주력으로 방침을 세우고 임대주택 시장에 초점을 맞춘 형태로 예측된다. 임차인이 통상 2년인 계약기간이 종료되고 다시 2년 거주를 요청하면 임대인이 무조건 2년 계약기간을 연장해주는 청구권인 임대차계약갱신청구권과 계약기간 내 임대료 상승폭을 연 5%까지만 올릴 수 있는 전월세 상한제가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 같은 거래절벽 상황에서는 오히려 임대인은 임차인이 오래 살아주길 바라는데, 그 반대로 임차인이 이사를 하고 싶어도 새로 들어올 사람이 적은 상황에서는 보증금 반환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요즘 사람들은 정보에 민감하고 부동산 관련 지식도 많이 높아져 서로 조금의 손해도 안 보도록 법률자문까지 받아서 모든 것을 법대로 하자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필자가 늘 말하는 것 중 하나는 부동산도 결국에는 사람이 하는 것이다. 아는 지인 중 임대인 한 분의 실제 이야기이다. 그분의 임차인이 아직 만료기간이 5개월 가량 남아 있던 차에 계약만료시 어떻게 할 것인지 의견을 물어왔다. 임대인은 매도를 생각하고 있으나 상황이 어떨지 모르니 같이 상황을 보면서 다시 재연장할 것인지 아닌지 고민해 보자고 한 뒤 서로의 의견을 조율해 보자고 했다.
그러던 중 임차인은 이사를 결정하고, 현재 집이 나가지 않았는데 임대인과 상의 없이 다른 곳에 계약했다. 그런 뒤 아직 계약 만기가 안되었음에도 기한 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것을 대비해 내용증명과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을 보고 임대인은 감정이 상해 지금 당장이라도 보증금을 내어줄 수 있는 상황임에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늦게 돌려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임차인은 다른 곳에 계약을 해 두었기 때문에 이런 경우 계약금을 날리게 될 수도 있다.
법과 원칙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조치는 하되 서로 조금만 양보하고 이해하면 원활하게 해결될 수 있는 일들을 법적 조항만을 내세우다가 오히려 감정싸움만 되고 되려 손해를 야기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임대인과 임차인은 결코 대립적인 존재가 아니다. 몇 년 전 히트였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기억하는가? 임대인 치타 여사네와 임차인 덕선이네는 서로 힘든 일, 기쁜 일을 함께 나누는 제 2의 가족이었다. 좋은 관계로서의 임대인과 임차인의 관계도 있는 것이다.
지금과 같이 미래 예측이 어려운 때일수록 임대인과 임차인이 서로 잘 협력해 서로에게 더 좋은 방향으로 상황을 이끌어내는 협력의 지혜가 필요하다.
박미옥('직장인 재테크, 우리는 부동산으로 투잡한다' 공동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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