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분
자본주의 아래서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중 하나가 시장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입니다.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폭락설이 난무하자 일부 계층에서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웃음 짓는가 하면 자산 보유자들은 체념 속에 포기하거나 근근이 버티고 있습니다.
부동산의 과도한 상승은 근로의욕 저하, 사회 제반 비용 상승에 따른 국가 경쟁력 약화, 빈부격차 확대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으나 현 상황에서 폭락으로 인해 부실 대출이 증가할 경우 그 부작용 이에 못지 않습니다.
무주택자들이나 실수요자들이 혹시 시장의 함정에 빠져 있지 않는 지 들여다보도록 하겠습니다.
-주택시장에 대한 이해-
많은 이들은 주택 시장을 완전 시장으로 착각합니다.
1930년대 이전만 해도 미국을 비롯한 세계 인구의 70-80%는 무주택자였습니다. 산업혁명의 성공으로 중산층이 탄생하며 계급이 세분화 되자 선진 각국은 정치적, 경제적 안정을 위해 주택 공급에 나섰습니다. 미국도 대공황 이후 루즈벨트 대통령이 이 같은 추세에 따라 모기지론을 도입함으로써 주택 공급에 나섰고, 때마침 시작된 전기기기와 자동차의 대중적 보급 추세에 맞춰 도시 중산층은 교외 주택지로 탈출했습니다.
헐리우드의 흘러간 스타 클로디아 콜버트나 메어리 픽 포드가 출연한 무성영화를 자세히 보면 부자들은 대도시 저택에 살고, 집사 하인을 비롯한 하층민이나 서민들은 저택 한 귀퉁이나 외딴 오두막에 사는 장면이 자주 나옵니다.
현진건의 소설 ‘운수좋은 날’에서 주인공 인력거꾼이 병들어 죽어가는 아내를 찾아간 곳도 행랑채 한 편입니다.
유사 이래 지난 세기만큼 가난한 자 편에 선 시장은 주택시장이 거의 유일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 주택시장이 어떻게 전개될 지 살펴 볼 대목입니다.
-주택 보급률의 함정-
이전 글에서 지적했듯 서울시의 실제 주택보급률이 100%를 훌쩍 넘긴 현재 자가 소유율은 60% 남짓입니다. 부동산 폭등이 사회문제로 비화된 1980년대 말의 50%대에서 별반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장기하락 추세로 접어들었다는 일본 도쿄의 자가 보유율이 현재 60%대입니다.
많은 이들이 부동산 투자자를 투기꾼이라고 합니다. 주택은 의식주 3대 요소 중 하나로 일종의 사회재로 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유로운 매매가 가능한 시장의 재화라는 요소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이론적으로 수요 공급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시장은 사회주의 체제를 채택하지 않는 한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정부는 정치적 경제적 이해에 따라 한 쪽 편에 설 수 있지만 무주택자 편에 선 적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무주택자보다는 유주택자가 많기 때문입니다.
-다우지수와 실러지수로 비교해 본 거품 논쟁-
미국의 다우지수가 10여년 간의 침체기를 끝내고 상승을 막 시작하던 1984년 연 평균 지수는 1100 내외였습니다. 2010년 9월 현재 다우지수는 10년 장기 이평선인 10400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고점인 2007년 14000대에 비해 30% 하락했지만 1984년에 비해서는 지수로 10배 가까운 상승입니다.
지난 10여 년간 주택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한 미국 캘리포니아 LA지역의 케이스 실러 지수는 현재 고점 대비 반 토막에 가까운 150-160입니다. 이곳의 1984년 지수는 40-50이었습니다.
다우지수 10000을 눈앞에 둔 1990년대 후반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이 모기지 대출 규정을 완화하며 주택소유를 장려한 까닭이 그 당시 경제성장률과 유동성에 비춰 집 값이 저렴했기 때문이며 부시 대통령이 저금리로 주택 경기 부양에 나선 것도 있다고 그 연장선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이 첨단 금융 국가인데다 지난 30년간 산업이 고도화 되고 신산업이 출현했다는 점에 비춰 본다면, 다우지수와 주택 지수의 일률적 비교에 무리가 따를 수 있지만, 돈 가치만 놓고 볼 경우 흐름은 크게 틀리지 않다고 봅니다.
-현재의 상황-
최근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인들에게 집을 사지 말라고 주문했습니다. 이는 산업적으로 금융권 부실을 방지하는 조치이자 개인에게는 과도한 대출로 삶의 질을 떨어뜨리지 말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또한 이면에는 집 살 여력으로 저축을 하는 한편, 내수를 부양하자는 의미도 숨어 있습니다.
현재 한국 수도권 부동산도 일부 지역은 고점대비 반 토막 난 곳도 있으며 2007년 대비 원화가치가 30% 남짓 하락한 것을 감안할 경우 60% 넘게 하락한 곳도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연일 계속되는 전세가 상승을 두고 상승의 전조, 혹은 폭락 예고라며 의견이 엇갈립니다.
전세가 상승이 지난 2-3년간 수도권은 물론, 지방까지 확대된 것을 보면 일정 부분 화폐가치 하락이 원인인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수도권 일부 지역의 급상승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전세대출의 활성화라는 측면도 있습니다.
부동산 거래가 2008년 이후 대폭 줄고 있음에도 가계대출이 이토록 늘어난 것은 전세금 대출을 비롯한 생계형 대출이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중에는 막대한 유동성도 숨어 있습니다. 2004-8년까지 아파트 시장에 신규 입주한 유주택자의 상당수가 담보 상환 능력을 갖췄음에도 상환치 않고 있다고 보입니다. 아파트 집단대출이 CD금리에 최소한의 마진을 붙인 것이기 때문에 사실 시중에서 이보다 싸게 돈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아파트 시장만 놓고 본다면 건설사와 소비자의 힘겨루기는 이미 시작됐습니다. 금융위기 이후 분양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2007년 대규모 분양에 따른 입주로 쇼크로 현재 가격이 침체국면이지만 주요 건설사들은 공급량을 조절하며 버티고 있는 듯 보입니다. 사실 대형 건설사들은 지난 10년간 매우 많이 벌었습니다. 현 정부의 SOC 대거 발주로 현재 상황도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습니다. 소비자들 또한 대형 건설사 브랜드를 선호합니다. 어려운 것은 중소 건설사일 뿐입니다.
하락론자들이 아파트를 유독 문제 삼는 것에는 건설사의 과도한 이윤 챙기기도 한 몫하고 있지 않나 의심합니다. 실제로 이들의 주장에 동조해 아파트에서 탈출하는 사람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파트 일색인 수도권 개발 계획에 동의하고 있지 않으나 건설사들은 조만간 새로운 상품을 들고 나타나 반격할 지도 모릅니다.
-인구상황-
한국경제를 떠받든 연령대를 베이비 부머로 부릅니다. 통상 1957년-1973년생까지를 한국사회 베이비 부머라고 합니다. 이 연령대에서 1960-63년생과 1970-72년생이 한해 1백만명 내외이며 나머지 해 출생자도 한 해 90만명 내외입니다.
베이비붐 세대를 지나 1970년대 후반 한해 75만 명으로 출생자 수가 떨어지지만 1980년을 전후해 4-5년간 한해 80여만 명 태어납니다.
또한 1980년대 후반 한해 60만명을 겨우 웃돌던 출생자수가 1990년부터 4-5년간 70만명대로 다시 늘어납니다. 최근 2-3년간 대학 입학이 어려워졌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인구 추이 때문입니다.
수도권 주택 보유자중 다주택자가 가장 많은 연령대가 1953-1960년생일 것입니다.
고도성장기에 사회생활을 시작해 취업여건이나 임금이 상대적으로 좋았던 데다 2000년 이후 부동산 폭등기에 자산 축적을 해 투자할 여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비해 1980년을 전후한 출생자들은 상당수가 무주택자이거나 신규시장 진입자로 보아야 할 것이며 1970년대 출생자도 무주택자가 상당수일 것입니다.
한국 부동산은 폭락 요소만 안고 있는 것 같지만 상승도 만만치 않은 조건을 갖고 있습니다.
-다주택자들과 무주택자, 실수요자들의 전략-
다주택자들은 과거 10년 같은 폭발적 상승을 기대하지 말고 손해 보지 않았다면 가급적 정리하시는 게 좋아 보입니다. 무주택자들이나 실수요자들은 주택 시장을 둘러싼 여러 환경을 살피면서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급매물 위주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전략으로 보입니다.
경제성장에 따른 과실이 임금 상승으로 이어질 기미가 있는 지 보아야 합니다. 실질 소득의 증가 없이는 상승이 쉽지 않은 국면입니다.
아파트 평형 늘리기를 시도하는 분들은 2006년 이전인 2005년의 평형별 가격차를 유념하고 접근하기를 바랍니다.
기존 부동산 시장은 못 견뎌 토해내는 급매물 빼앗기 국면이며 신규 시장은 건설사와 소비자의 가격 주도 다툼 국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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