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부동산 투자도 운삼기칠(運三機七)인가?

웃는얼굴로1 2010. 9. 17. 13:06

윤정웅

 

고기들이 싸울 때 어부는 잡는다

 

여러분들께서 지금 부동산을 구입한다고 가정을 해 봅시다. 앞으로 이득을 볼까요? 손해를 볼까요? 그건 여러분들께 운(運)도 따라야 하겠지만 구입하는 시기를 잘 맞췄느냐, 그렇지 않았느냐, 로 판가름이 나겠지요. 그 판정은 1-2년 지나봐야 알게 될 것이고,

요즘 부동산시장을 바라보는 눈들이 각양각색이더군요. “추석이 지나 4/4분기에 이르게 되면 회복을 할 것이다. 아니다, 더 내릴 것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저 두루뭉술하게 “꼭 필요한 곳의 급매물이라면 형편에 맞춰 사도 좋고, 그렇지 않으면 급할 것 없다”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 급매물이라는 게 기준이 없다는 것입니다. 도대체 얼마나 싸야 급매물이라고 볼 것인지? 그러한 급매물이 아무데나 널려 있지도 않을 텐데 말입니다. 진짜 급한 급매물은 나오자마자 없어지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아닐는지요?

여러분들께서는 지금의 부동산시장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무엇보다 매수대기자들의 심리를 돌이킬 호재가 없음이 못내 아쉬울 뿐이로군요. 부부간에도 한쪽이 살기 싫다고 배짱을 부리게 되면 그 마음을 돌이키기가 여간 힘들지 않던가요? 부동산 매수심리도 마찬가지가 아닐는지?

부부가 60년, 70년을 살면서 “살기 싫으면 이혼하자. 그래 좋다, 이혼하자”고 한바탕 싸워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요즘 부동산시장이 꼭 그런 형국이로군요. 싸우고 나면 서로의 마음이 얼음판 같고, 원수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느 날 봄눈 녹듯 스르르 풀려서 “여보옹~~”하지 않던가요?

부동산 매수심리도 그와 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경기가 풀리고 매수심리가 살아나는 일도 부부싸움에서 화해하는 것처럼 결국은 시간이 해결할 문제라는 뜻이지요.

어찌됐건 부동산을 구입하고자 기회를 노리시는 분들이 많으시겠지요? 그렇다면 빨리 마음을 돌이키시고 이 시간 이후부터 고기 잘 잡는 어부가 되시라는 부탁을 드립니다.

“값이 오른다, 내린다.”라는 천 가지 목소리가 무슨 필요 있겠는지요. 그런 목소리 다 들어가며 망설이다 보면 어느 새 차는 떠난다는 것입니다. 차가 도착하기 전에 미리 고기를 잡아 두심이 옳다고 볼 수밖에요.

그런데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게 바로 부동산과 자식 아니던가요? 부동산을 팔거나 사 보신 분들께서는 “왜 내가 팔고 나면 값이 오르고, 내가 사고 나면 값이 내리느냐”는 말씀을 하실 겁니다. 남의 떡이 커 보이기 때문일까요? 필자도 경험해 봤습니다. 꼭 팔고 나면 값이 오르고, 사고 나면 값이 내리는 느낌이 들었으니까요.

특히 내 집 마련의 문턱에서 계산기를 두드리시는 분들께서는 더 하시겠지요. 내렸다고 말은 하지만 값이 싼 것은 마음에 들지도 않고, 마음에 든 것은 돈이 부족하기 때문에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되더라는 말씀이지요.

쌀 때 사도 손해를 보는 사람이 있고, 비쌀 때 사도 이익을 보는 사람이 있더군요. 그게 바로 부동산투자가 아닐는지? 부동산 투자는 복불복이라는 운도 있어야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일은 기회가 딱 맞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운(運)은 3이고 기회(機會)는 7이라고 봐야 할까요? 그게 바로 운삼기칠(運三機七)이로군요. 꼭 언제쯤 오를 것이다. 라고 예견을 해봤자 그 예견이 적중하던가요? 우리들은 그저 세월에 속고 산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 같습니다.

2006년 말 버블세븐 지역을 비롯해서 서울과 수도권의 부동산 시세가 상승할 때 부동산을 팔았던 분들은 운도 좋았고 기회도 잘 봤다고 해야 하겠네요. 그러나 계속 오를 줄 알고 그때 샀던 분들은 지금 큰 손해를 보고 있을 것이니 운도 나빴고, 기회도 잘 못 만났다고 해야 하겠군요.

2007년 연말과 2008년 초에 매수하셨던 분들이나 신규분양을 받으셨던 분들은 요즘 어떨까요? 죽지 못해 살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겁니다. 기존주택은 반 토막이 나버렸음에도 새로 입주할 집은 분양 당시 그 가격 그대로 있으니까요. 최악의 운과 최악의 기회를 만났다고 봐야 하지 않을는지?

2009년으로 되돌아 가 볼까요? 싸게라도 팔고 손해를 봤던 분들은 마음은 홀가분하시겠지요. 그러나 값이 내린 미분양을 샀거나 기존주택을 사신 분들께서는 지금 안개 속을 걷는 기분이실 겁니다. 언제 앞이 보이려나, 언제 햇볕이 들려나, 하고~

오래된 이야기 하나 해 볼 랍니다. 1997년에 불어 닥쳤던 외환위기 이후 3-4년 동안은 지금보다 더 주택시장이 초토화 됐었지요. 그때는 부동산시장도 어려웠지만 구조조정으로 인하여 실업자가 많이 쏟아져 나왔음을 기억하실 겁니다.

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자가 가장 많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모두들 실업자가 됐었기 때문에 자격증이나 하나 따 볼까하고 응시했었기 때문이었지요. 지금은 대부분 장롱속의 자격증이 돼 있다고 봅니다만,

2001년과 2002년 서울과 수도권에는 길거리마다 현수막이 걸려 있었는데 “미분양 대형아파트 할인판매” 현수막이었지요. 당시에도 시중 경제사정이 좋지 않았고, 매수심리가 얼어붙어 아파트라고 하면 생각하기도 싫다고 했을 겁니다.

부동산이라면 무서워서 살쾡이 쳐다보듯 했던 시절이지요. 모두들 부동산은 끝났다고 했었고, 함부로 부동산 사라고 권유했다가는 미친 사람 취급을 당하기 일쑤였으니까요.

마침 살던 집이 팔려 어쩔 수 없이 현수막 나붙은 “입주 후 미분양 아파트”를 잡았던 분들이나 배짱 좋게 기존 주택을 사뒀던 분들은 그 후 어찌되었을까요? 다 들 “재미 좀 봤다”고 하더군요.

필자가 잘 아는 어느 분은 갑자기 살던 집이 팔려 하는 수 없이 용인 어느 곳에서 대형 “입주 후 미분양 아파트”를 4억 원에 분양받아 입주 했을 겁니다. 학군이 마땅치 아니하여 2-3년 후 다시 팔게 되었는데 5억 5천만 원에 팔았다고 하더군요.

팔고 난 후 즉시 더 큰 대형아파트를 6억 원에 사서 입주 했었지요. 다시 2-3년 후 9억 원에 팔았음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때는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지금은 그때와 시절이 다르다고요? 물론, 다르겠지요. 그러나 우리나라의 부동산시장은 흐르는 물줄기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취지에 이해 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글을 맺습니다. 기다리는 것도 자유이고, 사는 것도 자유이지만 부동산투자는 3대7의 운과 기회가 맞아야 하고, 사는 사람은 대개 “가격에 구심점이 없을 때, 바닥이 어지러울 때,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들이 서로 버티며 싸우고 있을 때” 과감히 치고 들어가는 것이 투자의 근본이라고 하더군요.

판단은 스스로 하심이 옳겠지요. 운도 하늘에 맡겨야 하겠지요. 그러나 어부가 고기를 잡을 때는 물때를 잘 맞춰야 한다면서요? 그때가 언제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