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부동산은 차라리 바보가 되는 게 옳다

웃는얼굴로1 2011. 3. 3. 15:19

윤정웅

 

토끼굴이 올가미 된 토끼 같은 서민들

 

3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풀어놓았던 총부채상환비율(DTI-원리금 상환액이 소득의 일정비율을 넘지 않도록 대출해 주는 제도)의 부활여부를 놓고 요즘 금융권에서 고심하고 있답니다. 규제를 계속 풀어주면 가계부채가 증가할 것이고, 규제를 다시 하면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지금에 이르러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800조 원에 육박하다고 하면서 갑자기 부채타령을 하고 있는 이유를 모르겠군요. 어제와 오늘의 일도 아니고 옛날 노무현 정부 때 부터 쌓여온 부채인데 말입니다. 그동안 아무런 말도 없이 있었던 이유는 저금리 때문이었을까요?

기름 값을 비롯한 온갖 물가가 천정부지로 올라 토끼 같은 서민들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수백 조 되는 공기업의 부채는 거들 떠 보지도 않고, 서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주택대출만 가지고 다시 조여 맨다, 늘린다 하는 일은 또 뭔가 잘 못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토끼해를 맞이하여 토끼 같은 서민들 푸른 초원에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랐건만 요즘 집 없는 토끼나 집 있는 토끼나 나름대로 고충이 있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음이 눈에 들어오는군요. 무주택자는 전세금으로 걱정, 유주택자는 팔리지 않아서 걱정을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술 많이 먹고, 노름하고, 바람피우고, 생전 살아도 땡전 한 푼 못 벌어오면서도 꼬박꼬박 용돈 가져가는 남편이라면 있는 게 좋을까요? 없는 게 좋을까요? 무주택자는 차라리 없는 게 낫다 할 것이고, 유주택자는 그래도 있는 게 낫다고 하시겠지요? 수년 동안 팔리지도 않은 채 대출이자만 나가는 주택을 별 볼일 없는 남편과 비유해 봤습니다.

집 없는 토끼는 대출받아 전세 얻어 가니 빚만 늘어났고, 집 있는 토끼는 주택이 팔리지 아니하여 대출이자 갚느라 윗돌 빼서 밑돌 괸다면서요? 때문에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쉬고 있다고 하는데 정부에서는 또 대출규제라는 몽둥이를 끄집어 낼 듯 하고 있으니 이 몽둥이는 도대체 약일까요? 독일까요?-

-대출규제의 피해자는 결국 서민들이다-

전세금 상승에 부담을 느낀 무주택자들은 이미 중소형 주택을 구입했거나 지금도 구입하려는 의사를 가지고 이곳저곳 다니며 저울질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여파로 중형이나 대형까지도 미미하게 거래가 시작되고 있고요. 봄이 오기 전 먼 산에 아지랑이가 아롱거리는 이치나 비슷할 겁니다.

지금 내 집 마련을 계획하신 분들은 전세금 올려주느니 사버리겠다는 서민들이기에 대부분 구입자금이 부족하여 대출을 받아야 합니다. 헌데 DTI가 규제가 연장되면 대출을 어찌 받을 수 있겠는지요? 날품팔이 하거나 구멍가게 하신 분들이 소득증빙서를 제출할 수 있을까요?

대출을 받지 못할 처지에 이르게 되면 하는 수 없이 제2금융권의 문을 두드리게 되고 비싼 이자를 물어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전례를 살펴보면 대출규제가 있게 되면 이 덫에 걸리는 사람은 서민들이고, 그래서 서민들은 집을 사기도 무섭고 안사기도 두렵다고 하는 것입니다.

부자들은 DTI가 있건 없건 상관이 없습니다. 돈이 있기 때문에 대출에 의존하지 않으므로 대출이 없다는 것입니다. 부자 물건은 부자들이 사지 않던가요? 그런데 왜 가계부채가 많다고 할까요? 지난 4년 동안 부동산시장에 늘 몽둥이를 꺼내는 바람에 팔리지 아니하여 대출을 갚지 못해 누적이 되고 있는 게 아닐까요? 팔려야 빚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꼭 대출규제를 해야 한다면 지역에 구애받음이 없이 15억이나 20억 이상 부동산에 한정하거나, 대출액이 10억이나 15억 이상일 때 적용하는 고액대출에 한정해야 할 것이고, 분양시의 중도금 대출이나 신규입주 대출에는 적용하지 않은 탄력적 운용을 해야 할 것입니다.

서민들이 집을 사겠다는 분위기가 있게 되면 꼭 대출규제 등 정책이 칼을 뽑았음을 늘 보셨으리라 믿습니다. 깜짝 놀란 서민들은 다시 전세로 주저 않게 되지요. 그러다가 집값 올라가면 또 서민들만 피해보게 만들고~ 이번 대출규제 연장 여부나 폐지 여부는 서민들의 입장에서 판단했으면 합니다.

-부동산정책은 기본으로 돌아가라-

김대중 정부 때는 부동산 장려책을 내놓는 바람에 수도권은 그때부터 크게 들썩였음을 경험하셨으리라 믿습니다. 그 다음 노무현 정부 때에는 화난 며느리 보리방아 찧듯이 이곳저곳 심지어는 지방 도시까지도 모두 규제를 했었지요. DTI라는 제도도 그때 나온 것이고요.

이명박 정부에서는 전직 두 정부의 온탕과 냉탕을 번갈아 가면서 쓰고 있습니다. 가랑비가 오면 우산을 꺼내들고, 해가 비치면 양산을 꺼내드는 반짝 정책이라고 해야 할까요? 반복되는 냉, 온탕 정책 때문에 지난 3-4년 동안 고심도 컸지만 앞으로도 부동산타령하다 정권 마치지 않을지 걱정 됩니다.

지금처럼 부동산의 앞날을 가늠하기 어려울 때에는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권고말씀을 아니 드릴 수가 없네요. 시장에 맡기고 물 흐르듯 흘러가게 놔두라는 의미입니다. 대출규제 하지 않아도 빚 좋아하는 사람 없고, 무리해서 부동산 구입하는 세상도 지나갔으니 말입니다.

상처는 스스로 치유하고 또 개선해 나가야 합니다. 한 때의 공급부족으로 전세금 오르고, 집값 들썩인다고 규제책을 쓰게 되면 다음에 또 상처가 남게 되는 게 세상사 이치가 아니던가요? 공급부족은 왜 생겼습니까? 모두 규제 때문이었다고 해도 결코 억지는 아닐 것입니다.

조개는 자신이 받은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진액을 뿜어냅니다. 스스로를 위해 뿜어내는 진액이 귀한 진주를 만들게 되지요. 부동산 시장이 다시 주저앉건 다소 상승을 하건 스스로를 치료하면서 정상궤도를 달릴 수 있도록 놔둬 주기를 바랍니다. 바보시장을 만드는 일은 이제 그만두시라는 권고이기도 합니다. 또 몽둥이를 꺼내들게 되면 시장은 다시 바보가 될 테니까,

수원대학교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학. 생활법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