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짜리 주택을 1년 전에 4000만엔(약 5억4500만원)에 매입한 가토(31·회사원)씨는 "부부와 네 살배기 딸 아이가 사는 데 전혀 불편한 게 없다"면서 "남편 회사가 버스로 5분 거리에 있고 자전거로 출퇴근이 가능해서 좋다"고 말했다.
◆단신세대 증가로 소형 주택 공급 급증
최근 한국 에서 도시형 생활주택 등 50㎡(15평) 미만의 소형주택이 늘어나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이미 1990년대부터 소형주택이 붐을 이뤘다.
현재 일본의 소형주택은 약 1000만 가구로, 전체 주택의 20% 정도에 달한다. 소형주택이 급증한 것은 1~2인 가구가 급증했기 때문. 도쿄의 경우 전체 570만 가구 중에서 1~2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육박한다. 결혼을 해도 아이를 아예 낳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난 데다, 고령화로 부부만 사는 노인들의 비중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형주택이 투자형은 아니다. 소형주택에 임대로 사는 야마모토씨는 "당장 임대수익이 생겨도 나중에 팔 때 집값이 내려가면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투자용으로 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저출산 고령화로 인구감소가 본격화되면서 전반적인 주택수요가 줄면서 집값이 20년째 하락하고 있다. 따라서 소형이든 대형이든 주택을 투자용으로 보는 사람은 없다.
◆집값 내려도 실수요 꾸준
집값이 계속 내리고 있지만, 소형주택의 실수요는 꾸준하다. 일본에서 30~50㎡의 주택은 '콤팩트 맨션(compact mansion)'이라 불리는데, 도쿄 콤팩트 맨션의 분양가는 대략 3300만~4000만엔(약 4억5000만~5억4500만원)이다. 월 임대료는 14만~16만엔(190만~210만원). 회사원이 3300만엔짜리 집을 30년 만기로 대출을 받아 사면 매달 내는 금액은 10만엔(136만원) 미만이어서, 월세를 내는 것보다 집을 사는 것이 오히려 유리하다.
정부도 집을 살 때 세제 혜택 등 각종 지원을 해주고 있다. 소형주택 전문회사 코스모스 이니시아의 미나미 고조 과장은 "일본은 은행 대출이자가 낮기 때문에 직장이 있고 월 임대료가 15만엔(200만원)을 넘어가면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는 게 월세보다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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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소형주택 늘어날 듯
한국도 일본처럼 1~2인 가구 비중이 급증하고 있어 소형주택 비중이 커질 전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2인 가구는 2000년 502만 가구에서 2015년엔 815만 가구, 2030년엔 1029만 가구로 늘어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손은경 선임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도 인구감소와 고령화, 가구원 수 감소 등에 따라 소형주택을 선호하는 일본과 유사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소형주택이 늘면서 임차인을 관리해주고 주인 대신에 건물을 유지·보수해주는 사업도 새롭게 자리 잡을 전망이다. 일본에서 전국적으로 40만 가구의 소형주택을 관리하는 레오팰리스21은 이 분야에서만 최고 3500억엔(약 4조7000억원)에 달하는 매출액을 올리고 있다. 우미건설의 이석준 사장은 "아직은 소형주택 공급량이 부족한데, 좀 더 축적되면 한국에서도 임대·관리가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자리 잡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