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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르포] 일(日) 1000만 가구가 '소형주택'에 산다

웃는얼굴로1 2010. 12. 15. 01:38
11일 오전 일본 도쿄 (東京) 시내. 지하철 도쿄역에서 서남쪽으로 10㎞쯤 떨어진 메구로역에서 내려 10분쯤 걷자 은빛 대리석으로 마감한 6층짜리 아담한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약 900㎡(272평)의 대지 위에 세워진 이 건물엔 30~40㎡(9~12평) 규모의 소형주택 50가구가 들어서 있다. 집안으로 들어가자 방 1개와 거실 1개, 부엌 1개가 딸려 있었다.

40㎡짜리 주택을 1년 전에 4000만엔(약 5억4500만원)에 매입한 가토(31·회사원)씨는 "부부와 네 살배기 딸 아이가 사는 데 전혀 불편한 게 없다"면서 "남편 회사가 버스로 5분 거리에 있고 자전거로 출퇴근이 가능해서 좋다"고 말했다.


단신세대 증가로 소형 주택 공급 급증

최근 한국 에서 도시형 생활주택 등 50㎡(15평) 미만의 소형주택이 늘어나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이미 1990년대부터 소형주택이 붐을 이뤘다.

현재 일본의 소형주택은 약 1000만 가구로, 전체 주택의 20% 정도에 달한다. 소형주택이 급증한 것은 1~2인 가구가 급증했기 때문. 도쿄의 경우 전체 570만 가구 중에서 1~2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육박한다. 결혼을 해도 아이를 아예 낳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난 데다, 고령화로 부부만 사는 노인들의 비중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형주택이 투자형은 아니다. 소형주택에 임대로 사는 야마모토씨는 "당장 임대수익이 생겨도 나중에 팔 때 집값이 내려가면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투자용으로 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저출산 고령화로 인구감소가 본격화되면서 전반적인 주택수요가 줄면서 집값이 20년째 하락하고 있다. 따라서 소형이든 대형이든 주택을 투자용으로 보는 사람은 없다.

집값 내려도 실수요 꾸준

집값이 계속 내리고 있지만, 소형주택의 실수요는 꾸준하다. 일본에서 30~50㎡의 주택은 '콤팩트 맨션(compact mansion)'이라 불리는데, 도쿄 콤팩트 맨션의 분양가는 대략 3300만~4000만엔(약 4억5000만~5억4500만원)이다. 월 임대료는 14만~16만엔(190만~210만원). 회사원이 3300만엔짜리 집을 30년 만기로 대출을 받아 사면 매달 내는 금액은 10만엔(136만원) 미만이어서, 월세를 내는 것보다 집을 사는 것이 오히려 유리하다.

정부도 집을 살 때 세제 혜택 등 각종 지원을 해주고 있다. 소형주택 전문회사 코스모스 이니시아의 미나미 고조 과장은 "일본은 은행 대출이자가 낮기 때문에 직장이 있고 월 임대료가 15만엔(200만원)을 넘어가면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는 게 월세보다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한국도 소형주택 늘어날 듯

한국도 일본처럼 1~2인 가구 비중이 급증하고 있어 소형주택 비중이 커질 전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2인 가구는 2000년 502만 가구에서 2015년엔 815만 가구, 2030년엔 1029만 가구로 늘어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손은경 선임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도 인구감소와 고령화, 가구원 수 감소 등에 따라 소형주택을 선호하는 일본과 유사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소형주택이 늘면서 임차인을 관리해주고 주인 대신에 건물을 유지·보수해주는 사업도 새롭게 자리 잡을 전망이다. 일본에서 전국적으로 40만 가구의 소형주택을 관리하는 레오팰리스21은 이 분야에서만 최고 3500억엔(약 4조7000억원)에 달하는 매출액을 올리고 있다. 우미건설의 이석준 사장은 "아직은 소형주택 공급량이 부족한데, 좀 더 축적되면 한국에서도 임대·관리가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자리 잡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