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김헌의 '마음의 골프'] 빈 스윙과 다른 실제 샷… 골프 인생의 평생 업보

웃는얼굴로1 2013. 5. 27. 07:37

3번 빈 스윙한 뒤 1번 공 치며 비교해야
즐기듯 하면 어느 순간 빈 스윙과 실제 샷 비슷
하지만 그것도 일시적 어느 순간 다시 달라져

 

공이 잘 맞지 않는다고 찾아오는 사람들에게는 빈 스윙을 먼저 시켜본다.

공이 없는 상태에서 스윙을 몇 번 해보라고 하는 거다. 그 상태에서의 스윙의 완성도를 보면 이 사람이 얼마나 골프에 공을 들이고 세월을 보냈는지를 대충 가늠할 수가 있다.

이어서 공을 쳐보라고 한다. 99%는 빈 스윙과는 전혀 다른 운동으로 공을 대한다. 의욕이 넘쳐서 그렇기도 하고, 불안과 두려움으로 공을 대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눈을 감고도 쳐보라고 하고, 빈 스윙을 연속하는 가운데 공을 쳐보라고도 한다. 또 공을 치고 난 다음에 다시 빈 스윙을 더 하도록 하기도 하고, 스윙을 계속하는 중에 랜덤하게 공을 놓아주기도 한다. 공을 대하는 그 사람의 마음을 읽기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고, 또 그런 연습 과정에서 공을 대하는 마음의 변화가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는 치유의 경험을 본인에게 알려주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프로의 스윙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빈 스윙을 통해 자신만의 스윙, 자신의 몸이 허락하는 최적화된 스윙을 만들면 되고, 그 스윙은 자기 자신에게 이상적인 스윙임에 틀림이 없는데, 막상 공을 만나는 순간 자신이 만들어 온 자신의 스윙을 망각하게 되고 의구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빈 스윙과 다른 실제 샷… 골프 인생의 평생 업보

공과 어떻게 만날 것인가가 골프 라이프를 풀어가는 첫 고비다. 우선 공을 치는 원칙을 한 가지 세워야 한다. 공을 많이 치면 스윙이 망가진다. '3빈 1타!' 세 번 빈 스윙을 하고 한 번 공을 쳐야 한다. 그렇게 하면서 자신의 빈 스윙과 공을 치는 행위를 비교해 보는 것이다.

빈 스윙과 공을 치는 샷 사이에 사람마다 고유한 변화가 있다. 손목에 힘이 많이 들어가는 사람, 몸통의 회전이 빨라지는 사람, 왼팔을 당기는 사람, 빈 스윙보다 백스윙이 덜 가는 사람, 템포가 빨라지는 사람, 실로 다양한 모습의 변화가 있다. 빈 스윙을 많이 했는데도 공이 잘 안 맞는다고 당황하지 말고 차분히 변화에 주목을 하다 보면 빈 스윙을 할 때와 공을 칠 때 어디가 어떻게 변하는지 찾을 수 있다. 고요해져야 한다. 그렇게 자신의 고유한 변화를 감지하고 나면 문제 대부분이 해결된 것과 마찬가지다. 그다음은 아주 간단한 절차가 남았다. 자신의 고유성에 등급을 매기는 것이다.

빈 스윙과 차이가 심하면 3,

보통이면 2,

약간 변화가 있다면 1,

전혀 변화가 없다면 0.

이때 주의할 점은 뭔가를 교정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저 변화를 바라보고 변화를 감지하는 일을 꾸준히, 즐기듯이 하면 된다. 그러다 보면 점차 0으로 수렴하는 놀라운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몸의 변화에 집중하는 동안 자신의 스윙을 변하게 했던 마음의 작용이 현저하게 줄어들기에 그런 변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그렇지만 한 번 치유되었다고 그 병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마치 감기처럼 몸살처럼 골프 라이프의 굽이굽이에서 불쑥불쑥 그 모습을 드러내고, 평생 지고 다녀야 할 업보처럼 나를 따라다닌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나타나고, 내기가 배판이 되어도 나타난다. 어쩌면 골프라는 것이 그놈과의 싸움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려운 골프를 더 어렵게 만들려고 이런 이야기를 장황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스윙과 공을 치는 행위 사이에는 거대한 심연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픈 것이다. 그리고 스코어가 기대에 미치지 않고 원하는 샷이 나오지 않는다고 그저 스윙을 붙들고 뜯어고치는 짓을 이제는 그만하자는 제안을 하는 것이다. 스윙은 그저 반복으로 얻어지는 단순한 운동일 뿐이다. 그리고 필드에서 맞닥뜨리는 많은 문제는 어쩌면 골프만의 문제가 아니라 삶 전체로 대면해야 하는 그런 종류의 문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전하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