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대금 못받고 PF보증도 '발목'
'골프장 회원권 분양이 안되면 건설업체가 운다?'
몇해 전부터 국내 골프장들의 경영난이 지속되자 애먼 건설업체들이 함께 흔들리는 모습이 다수 포착되고 있다. 대다수 골프장은 금융권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으로 공사자금을 확보한 뒤 회원권 분양을 통해 채무를 갚아나가는 구조를 택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회원권의 인기하락 등으로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골프장이 늘면서 시공비를 받지 못한 건설사들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골프장을 인수하거나 인수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골프장을 시공한 건설사들이 수백~수천억원의 시공비를 받지 못해 골프장을 인수하고, 다시 이 골프장을 PF대금을 막기 위해 되파는 현상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
◆시공비 한푼 못 받는 업체 속출
한라건설은 최근 제주 세인트포 골프 & 리조트의 PF 채무 530억원을 인수키로 결정했다. 시행사인 에니스의 채무 상환재원 부족이 이유였다. 더불어 상환재원 마련을 위해 작년부터 진행한 매각작업이 지연돼 한라건설의 금융비용 부담이 계속 커지면서 채무를 떠안을 수밖에 없었던 것.
한라건설은 당초 지난해 제주 세인트포를 중국 그룹에 매각할 예정이었지만 금액에 이견이 생겨 불발됐다. 이후 국내에서 원매자를 모색 중이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은 실정이다. 제주는 현재 29개 골프장이 난립하고 있는 데다 내장객도 2010년 이후 정체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골프장에 손을 내밀 기업은 많지 않다. 지난 5월 934억원대 제주 모 골프장의 경우 7억여원의 입회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골프장 전체가 경매로 나오기까지 했다.
한라건설 관계자는 "지난 3월 530억원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은 자체자금으로 상환 완료했다"며 "세인트포 역시 현재 몇몇 업체들과 매각협상 중이고 매각대금으로 PF대금을 상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에니스는 지난 2009년 3월 골프장 건설을 위해 특수목적회사인 한라티와이주식회사로부터 450억원을 차입했다. 이후 한라건설의 연대보증이 낀 ABCP를 발행했고, 추가 발행 등을 거치면서 3월14일 만기일 기준 ABCP 발행 규모가 530억원으로 불어났다.
한라건설에게는 애물단지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여주 세라지오CC다. 이 역시 지난해부터 매각을 추진 중이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남아 있는 PF대금 잔액은 지난해 기준 600여억원 수준으로 이를 포함한 매각예상가는 14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후 매각이냐 사업정상화냐
부도나는 골프장 때문에 애를 먹고 있는 건설업체는 한라건설뿐만이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강촌 파가니카CC와 영천 레이포드CC의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인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파가니카의 경우 900억원 정도의 공사대금이 밀려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환 만기일은 오는 8월 중순이다. 파가니카 관계자는 "회원권 분양이 잘 되지 않아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아직 공사대금 지급기일이 남아있기 때문에 인수 논의는 섣부른 단계"라고 말했다.
레이포드는 대우건설이 운영권을 인수했다가 작년 말 본격적으로 매각 추진에 나선 바 있으나 재산가치 하락을 우려한 회원들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대우건설은 건설업체기 때문에 골프장을 직접 운영할 입장도 아니며 그럴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매각을 통해 밀린 공사대금을 충당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두산중공업도 지난해 10월부터 홍천 클럽모우CC에 발이 묶여 있는 상태다. 시행사 장락개발이 부도를 내면서 공사대금 900억원을 못 받고 있다. 시행사가 일으킨 1300억원 수준의 PF 대출에 대한 보증도 선 상태다.
작년에 연장한 PF 상환기일은 오는 10월 중순께다. 두산중공업은 이때까지 기타 채권자들과 함께 골프장 운영 정상화를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인수부분에 관해선 "계획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2000년 초중반엔 대세였지만…
앞으로도 골프장 시공을 했거나 진행 중인 건설사들이 골머리를 앓는 일이 속출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경남 양산CC와 안동 탑블리스CC 등을 시공한 한솔건설은 골프장들의 경영악화로 인해 파산위기에 놓였다. 이밖에 사천 타니CC를 건설한 삼부토건, 제주 아덴힐리조트앤GC를 공사한 서해종합건설, 태백 오투리조트를 지은 코오롱건설 등도 PF대금 및 공사대금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건설사들은 이제 골프장 시공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 분위기다. 2000년 초중반 골프장붐이 일면서 너나 할 것없이 골프장사업에 뛰어들었던 때와 상반된 모습이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2008년 이후 PF를 일으켜 건설된 회원제 골프장 대부분이 부도가 났거나 현재 부도위기를 맞고 있다"며 "연대보증이나 공사대금이 묶인 건설사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당분간 골프장 신규 시공에 뛰어드는 건설사는 드물 것"이라고 말했다. 서 소장에 따르면 국내 골프장 중 약 30%가량이 건설사 소유다.
한편 KS레저개발이 발표한 '2012년 골프장 손익현황 분석과 향후 골프장 산업 전망 및 대책'에 따르면 국내 회원제 골프장 140개소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7%다. 조사 대상 골프장의 절반에 가까운 69개소가 영업손실을 보였다. 특히 강원(-41%)과 제주(-37%)지역 골프장들의 경영적자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운영되고 있는 골프장 5개소 중 1개소는 가격만 맞으면 팔기를 희망하는 잠정적 매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 본 기사는 < 머니위크 > (www.moneyweek.co.kr) 제28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머니위크| 노재웅기자 rip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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