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골프장 잘 된다고 투자했다간 "OB날라"···'묻지마' 투자 유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서 Y스크린골프 연습장을 운영하고 있는 최모씨(47)는 요즘 고민이 많다. 지난해 급매로 나온 면적 364㎡ 규모의 지하 1층 상가를 보증금 2억원에 월세 1200만원을 주고 계약했다. 최근 스크린골프장이 인기있었던 터라 권리금 3억원에 장비(시뮬레이터)와 기타 시설물을 모두 인수해 장사를 시작했다.
처음 문을 열고 몇 달간은 기대대로 장사가 잘 됐다. 이전 단골고객들이 그대로 찾아주었고 새롭게 '스크린골프대회' 등 프로모션까지 하다 보니 손님이 더 늘었다. 매달 5000만원 정도 매출이 가능했고 정직원 2명과 아르바이트생 5명을 쓰고 월세를 제하고도 1800만원 가량의 순수입이 생겼다.
"역시 인기있는 스크린골프에 투자하기를 잘 생각했다"고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흥겹게 살아가던 어느 날, 옆 건물에 똑같은 업체의 상호를 내건 스크린골프연습장이 들어섰다.
가게 상호는 달랐지만 최씨와 마찬가지로 가장 인기 높은 'G'업체 장비를 사용했다. 게다가 '비전3D룸'이란 신식장비도 갖추다보니 입소문을 타고 손님들이 옆 가게로 옮겨갔다.
결국 최씨는 순수입은 고사하고 매달 월세 내기에도 빠듯해졌다. 정직원은 1명으로 줄였고 아르바이트생도 오전, 오후 타임으로 2명만 채용하고 있다. 단골손님까지 떨어져 나갈까봐 최근엔 가격할인까지 펼치며 가까스로 이어가고 있다.
최씨는 "손님은 한정돼 있는데 바로 옆에 똑같은 가게가 들어서면 단순 계산해도 손님을 반반 나눠먹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며 "장비업체는 장비를 팔고 나면 그만이겠지만 장사하는 사람들은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손님을 뺏기지 않으려면 장비를 업그레이드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푸념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스크린골프장은 2003년 도입 초반기 300곳에 불과했지만 10년이 지난 현재 전국적으로 8000여개 점포가 운영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노래방이나 PC방처럼 생활 주변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생활공간이 된 것이다.
◇직장인들 저녁회식 '건배' 대신 '나이스샷'
특히 고소득 샐러리맨들이 많은 여의도 주변은 스크린 골프장을 찾는 직장인들이 많아 웬만한 건물마다 스크린골프장이 위치해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여의도 주변에만 50여개 이상의 스크린 골프장이 들어서 있다고 밝혔다.
실제 3일 찾은 한 여의도동의 H스크린 골프장. 점심시간임에도 깔끔한 정장에 형형색색의 넥타이를 맨 '넥타이 부대' 몇 명이 골프를 치고 있었다. 경쾌한 티샷음과 이어지는 '나이스 샷'만큼 떠들썩한 환호성과 박수소리가 이어졌다.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직장인 김모씨는 "직접 필드에 나갈 시간이 없어 자주 오게 된다"며 "점심 내기로 9홀 정도 돌면 한 시간이면 충분하고 점심도 시켜 먹을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H스크린 골프장 사장인 이모씨도 "일주일에 2~3일은 저녁에 단체팀들이 몰려든다"며 "운동겸 골프를 배우려는 사람들과 회식을 대신하는 직장인들이 손님의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스크린골프장 잘 된다고 투자했다간 'OB날라?'
국내 골프인구는 약 350만명 선으로, 이중 필드 골프를 정기적으로 즐기는 인구는 약 130만명 정도이며 나머지는 시간과 비용의 제약 등으로 실내 연습장이나 스크린골프장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관련 업계는 추산했다.
하지만 골프인구 증가 대비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스크린골프장 임대시장의 안정성·수익성에 '적신호'가 커지고 있다. 우선 창업주 입장에서 스크린골프장은 장비 설치비용과 인테리어 비용을 합한 초기 비용이 많이 드는데다, 영업 공간면적을 크게 필요로 하는 업종의 특성상 보증금과 월세가 비싸다.
이에 따라 상가임대차보호법(환산보증금 기준 서울시 3억원 이하, 수도권 과밀억제권 2억5000만원 이하)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를 해결키 위해 점포계약시 특약사항에 장기계약을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인 사항이 돼 장사가 안되면 업종을 전향하기도 쉽지 않다.
게다가 스크린골프장은 제공받은 장비업체 로고나 브랜드를 사용하다보니 프랜차이즈 가맹점과 같은 착시현상이 생겨날 수 있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아 최소영업권역에 대한 보장이 없다. 이런 이유로 다른 투자가가 '상권 나눠먹기식' 진출을 하더라도 막을 방법이 없다. 장비업체 역시 상권조정을 강제할 수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크린골프장은 일부 업소들을 중심으로 내기나 도박, 주류 판매 등으로 내홍을 겪기도 했지만 경기 침체 속에서도 꾸준히 창업이 늘어나는 분야였다"며 "업종 특성상 영업거리 제한 등을 규제할 수 없어 경쟁이 점차 더 심화되기 때문에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주변에 경쟁업체가 들어설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머니투데이 송학주기자 hak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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