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 스트리커 레슨 받고 본인 최소 퍼트수 기록… WGC 캐딜락챔피언십 우승]
퍼팅으로 고전하던 우즈, 어떻게 달라졌나
어드레스때 손 위치, 공 위 수직선상에 놓고
몸과 퍼터 페이스는 목표 지점에 평행하게
"훌륭한 퍼팅 레슨을 해준 스트릭스(타이거 우즈가 스티브 스트리커를 친근하게 부르는 애칭)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타이거 우즈(38·미국)는 11일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캐딜락챔피언십에서 우승하고 나서 시상식장과 기자회견, 자신의 트위터 등 가능한 모든 곳에서 동료 골퍼 스티브 스트리커(46·미국)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평소 냉정하고 까칠한 성격으로 알려진 '골프 황제' 우즈가 공개적으로 이렇게까지 감사를 표했던 이는 그를 골프의 길로 인도했던 아버지 얼 우즈(2006년 작고)밖에는 없을 것이다.
대회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주 수요일로 시계를 돌려보자. 연습 그린에서 당대 최고의 골퍼 우즈가 15년째 친구사이인 스트리커에게 퍼팅 레슨을 받고 있었다. 이 진기한 풍경을 적지 않은 팬들이 신기한 듯 지켜봤다. 주위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배우는 우즈의 모습을 보고 "그가 왜 위대한 골퍼가 됐는지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팬도 있었다.
지난 1월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서 일찌감치 시즌 첫승을 올린 우즈는 이후 예상과 달리 저조한 성적이었다. 액센추어 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서는 1회전 탈락, 혼다클래식에서는 공동 37위였다. 퍼팅이 가장 큰 문제였다.
우즈는 이미 2011년 11월 미국과 세계 연합의 골프 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 도중 스트리커에게 원포인트 레슨을 받고 효험을 본 적이 있다. 당시 스트리커는 "공 위치를 왼쪽으로 좀 더 옮기라"는 이야기와 함께 퍼팅 그립에 대해 조언을 했다. 그리고 한 달 뒤인 12월 우즈는 셰브론월드챌린지에서 섹스 스캔들 이후 2년 만에 첫 우승을 하며 재기의 시동을 걸었다.
우즈는 "최정상급 퍼팅 능력을 지닌 스트리커는 내가 몇 차례 퍼팅하는 모습만 보고도 문제의 본질을 꿰뚫는다"고 했다. 스트리커의 '족집게 레슨'은 45분간 이어졌다.
우선 어드레스 때 그립한 손의 위치를 공 뒤가 아닌 공 위 수직선상에 놓으라고 조언했다. 손이 공 뒤에 놓여 있으면 정확하고 일관된 스트로크를 하기 어렵고 공이 제대로 구르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그리고 어드레스 자세를 목표 지점에 평행하게 하라고 지적했다. 우즈는 최근 몸이 약간 열린 상태에서 스트로크 하는 습관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클럽 페이스가 열리거나 닫히는 문제가 생겼다. 그리고 그립을 좀 더 부드럽게 쥐어야 거리 조절이 쉬워질 것이라고 했다. 기본적인 내용일 수도 있었지만 스트리커의 조언은 잠자고 있던 우즈의 퍼팅 감각을 살려냈다.
- WGC 캐딜락챔피언십 개막 하루 전인 지난 6일 미국 마이애미의 도럴골프장 퍼팅 그린에서 타이거 우즈(오른쪽)가 스티브 스트리커에게 레슨을 받고있다. 절친한 동료로부터 퍼팅 레슨을 받은 우즈는 11일 우승을 차지했다. /Getty Images 멀티비츠
우즈는 "레슨을 받고 퍼팅한 공이 이전보다 일찍 구르기 시작해 원했던 방향으로 끝까지 굴러 가는 확률이 높아졌다"며 "1월 파머스 인슈어런스 우승 때의 퍼팅감을 되찾으니 자신감도 돌아왔다"고 했다.
우즈는 대회 첫날 11개 홀에서 1퍼트를 기록하는 등 단 23개의 퍼트 수를 기록하며 6언더파 공동 선두로 1라운드를 마쳤다. 버디도 9개나 잡았다. 나흘간 우즈가 기록한 퍼트 수는 100개(자신의 한 대회 최소 퍼트 수 기록), 잡아낸 버디 수는 27개였다. 미국 언론들은 "타이거 우즈의 퍼팅 감각이 전성기를 달리던 2000년대 초반으로 돌아간 것 같다"고 극찬했다.
골프계에 오랫동안 회자될 이 '퍼팅 레슨'을 놓고 우즈와 스트리커 사이에는 정겨운 농담이 이어졌다. 스트리커는 우즈에 2타 뒤진 2위를 차지해 상금 88만달러(약 9억6000만원)를 받았다. 우즈의 상금은 150만달러(약 16억4000만원)였다. 스트리커는 "친구 좋다는 게 뭔가. 레슨비를 청구하지 않겠다"면서도 "우즈가 나를 정식으로 고용하겠다면 고민해 보겠다"며 웃었다. 이는 올해부터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11개 대회만 출전하는 스트리커에게 우즈가 "파트 타임 일을 주고 싶다"고 농을 던졌기 때문이다.
우즈와 스트리커 사이에는 흥미로운 일화가 있다. 지난해 우즈의 전 스윙 코치 행크 헤이니가 펴낸 책 '빅 미스'에는 우즈가 자신의 성적에 위협이 되지 않고 나이가 많은 스트리커나 짐 퓨릭(43·미국) 같은 골퍼들하고 친하게 지낸다는 대목이 있다. 한 잡지 인터뷰에서 이 같은 내용에 대한 짓궂은 질문을 받자 스트리커는 "그것은 우즈가 직접 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는 내가 어려울 때 도와주고 나는 그가 어려울 때 도와주는 친구 사이일 뿐"이라고 했다.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배려심이 뛰어난 스트리커는 40대가 돼서 꽃을 피운 대기만성형 골퍼이기도 하다. 우즈에게 스트리커는 여러모로 배울 점이 많은 친구인 셈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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