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김헌의 '마음의 골프'] 300만번은 반복해야 하는 프로의 스윙… '형극의 길' 가시렵니까

웃는얼굴로1 2013. 4. 6. 23:19

하루 4시간씩 10년 해야 완성
아마추어에겐 불가능한 일 설혹 가능해도 그럴 필요있나
골프 스윙은 배우는 게 아니라 찾는 것
현재 내 몸 상태가 허용하는 최적의 스윙을 찾아라

 

우리는 골프를 배우면서 아무런 생각도 없이 '내 속에 있는 나만의 고유한 스윙'을 발견하고 그것을 육성해 가는 것이 아니라 프로의 스윙을 따라 하고 있다.

우리가 골프채를 처음 잡기 시작할 때부터 배우기 시작한 스윙은 너무나 멋진 프로의 스윙이다. 그 스윙은 우리를 가르치는 티칭 프로의 것일 수도 있고, 그 프로조차도 따라 하지 못하는 아주 이상적인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이상적인 스윙이란 게 참 신기루 같은 것이다. 조금 다가섰는가 싶으면 어느새 성큼 멀어져 있다. 왜냐하면 그 스윙은 누군가가 적어도 300만 번(하루 4시간씩 10년) 이상의 반복을 통해 획득한 스윙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것의 10분의 1만큼도 반복할 시간이 없고 그럴 의사도 없을 뿐 아니라 몸의 상태도 그것을 허락하질 않는다. 설혹 그만한 열정과 체력이 된다 하더라도 굳이 그 형극의 길을 걸어야 할 이유가 없다. 나만의 고유한 스윙, 내 속에 잠자고 있는 보석 같은 스윙을 찾는 또 다른 길이 있기 때문이다.

프로의 스윙은 남의 스윙이다. 그것이 아무리 좋아도 내 몸에 맞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천하의 명품일지라도 내게 어울리지 않으면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과 같다. 내 몸에 맞지도 않는 스윙으로 골프를 하니 일관성도 떨어지고, 몸도 아프고, 죽어라 연습을 해도 쉬 잊혀 버린다. 즐겁고 행복하자고 하는 것이 골프인데 '남의 스윙을 따라 하는 길'로 들어서면 평생 골프가 괴로워진다.

프로들은 이상적인 모델 스윙을 가정해 놓고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혹은 '이러면 안 된다, 저러면 안 된다'며 지적질을 해 댄다. 꼭 프로만이 아니라 주변의 골프를 좀 한다는 사람들의 조언도 다 그렇다. 방송도, 인터넷 강좌도, 신문의 칼럼도 모두 마찬가지다.

그런 지적질 레슨의 폐해는 도무지 자신의 스윙에 대해 믿음이 생기질 않는다는 것이다. 이상적인 스윙에 비해 자신의 스윙은 늘 불완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래도록 골프를 한 사람들에게 설문조사를 해 보면 90% 이상이 자신의 스윙을 문제투성이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지적질 레슨이 자신의 스윙을 의심하게 만든 결과이다.

최근 국내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책 '꾸뻬씨의 행복여행'의 저자인 프랑스 정신과 의사 프랑수아 를로르도 행복의 첫째 비결로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던가.

지적질 레슨의 더 큰 폐해는 바로 그 지적질이 '내면화'된다는 것이다. 티 박스에 홀로 서서 스스로에게 지적질을 해 대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공을 치는 행위와 목표에 온전히 집중을 할 수가 없게 된다. 내기가 커지거나 긴장이 고조되면 '의혹의 목소리'는 더욱 기승을 부린다. 그러다 얼토당토않은 샷을 날리게 되는 것이고 골프가 도무지 평온해지질 않는 겁이다.

'골프란 원래 그런 거야'라고 속단하거나 자포자기 하면 안 된다. 골프란 원래 그런 것이 아니다. 골프가 어려운 운동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어려워도 너무들 어렵게 골프를 하고 있다. 프로의 경지에 이르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지만, 100타를 깨고 보기플레이를 하면서 가끔 80대 스코어를 기록하는 일이 그리 어려워 보이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잘못된 레슨과 잘못된 과정 설계의 결과가 아닌가 싶다. 이제까지 그렇게 해 왔으니 어쩔 수 없다고 이야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앞으로도 새털같이 많은 날을 골프와 더불어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루라도 빨리 프로 스윙 따라 하기가 아닌 다른 길을 모색해야 하다.

우리가 줄넘기를 배우면서 누군가의 줄넘기를 따라 했었던가. 자전거 타기나 훌라후프를 익히면서 누군가의 그것을 따라 했었나. 그렇게 하지 않아도 우리는 20년이 지나고 30년이 지나도 자전거를 타고 줄넘기를 한다. 우리의 유전자 속에는 골프 스윙 동작보다 더 어렵고 힘든 운동에 대한 정보가 다 들어 있다. 수천수만년 동안 수렵이나 농경 생활을 하면서 익힌 노동의 결과이다.

그러니 우리는 우리 속에 있는 골프 스윙과 비슷한 운동을 끄집어 내서 골프라는 게임을 하는 데 적합한 동작을 만들어 내면 되는 것이다. 골프 스윙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 '찾는 것'이다. 우리 속에는 이미 '현재의 우리 몸 상태가 허용하는' 보석같이 아름다운 스윙, 최적화된 스윙이 있다. 남의 스윙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스윙을 찾는 것이 골프를 빨리, 쉽게, 즐겁게 배우고, 몸이 아프지 않고 오래도록 골프를 즐기는 유일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