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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서 전세금이 집값 절반 넘는곳 속출

웃는얼굴로1 2010. 11. 28. 23:10

역삼동 매매가의 52%… 잠실도 급등세"
대출 더 받느니 차라리 사자" 거래 늘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진다" 단정은 일러

 

전세금 오름세가 확산되면서 중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일부 지역 매매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대출받아 전세금 올려주느니 차라리 내 집을 사자`는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 지역 새 아파트 가운데 전세금이 매매가의 50%를 웃도는 곳이 많다.

내년 1월 입주하는 동작구 흑석뉴타운은 110㎡ 전세금이 3억6000만~4억원 선에 형성돼 있으며 이미 전세 물건이 동나 전세를 구하려는 사람은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이 아파트 매매가는 7억~7억4000만원으로 전세금은 매매가의 52~54%에 달한다.

내년 2월 말 입주하는 마포구 공덕래미안 5차 역시 110㎡ 전세금이 3억5000만~4억원으로 매매가(7억2000만~7억4000만원)의 절반이 넘는다.

강남 지역도 새 아파트에는 전세금이 높게 형성돼 있다.

지난 6월 입주한 강남구 역삼동 래미안그레이튼 109㎡ 전세금은 5억5000만~6억원, 매매가는 10억8000만~11억5000만원으로 전세금이 매매가의 52%까지 올라갔다.

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10월 말 현재 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은 서울 43.5%, 부산 67.8%, 광주 74.1% 등이다.

전세금이 집값의 50%에는 이르지 못하지만 전세금 절대액이 비싼 경우 전세금을 올려주기보다 아예 집값이 조금 싼 인근 지역 아파트를 사서 이사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현재 전세 시세에서 1억~2억원가량을 보태면 인근에 아파트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 재계약을 앞두고 전세금이 크게 오른 서울 서초구 반포동과 송파구 잠실 일대가 대표적이다.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는 111㎡ 전세가 3억8000만~4억원까지 치솟았지만 인근 풍납동 한강극동 112㎡는 5억~5억5000만원에 매매도 가능하다.

한강공인 관계자는 "파크리오 세입자 가운데 한강극동 아파트 급매물을 찾는 사람이 있다"고 전했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116㎡는 전세금이 6억~6억8000만원 수준인데 맞은편 잠원동 동아아파트 같은 평형은 7억8000만~8억4000만원 선에 매매가 가능하다.

고준석 신한은행 갤러리아팰리스 지점장은 "집값이 하락세를 멈춘 상황에서 전세금만 계속 올려줄 수 없다고 판단한 세입자들이 주택 구매자로 돌아서고 있다"며 "전세 비율 상승은 집값 상승의 주요 요인"이라고 말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전세금 비중이 높아진다는 것은 임대수익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실수요자가 아닌 투자자들 중에서도 전세금 비중이 높은 집을 사서 임대수익을 올리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택 구매력과 주택보급률 등을 감안하면 높아진 전세금 비율이 전반적인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봉수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소득 대비 주택가격 수준을 나타내는 서울의 PIR(Price to Income Ratio)가 10년 전에는 7.69였지만 2008년에는 12.64로 상승하는 등 구매력이 크게 감소했고, 주택보급률도 높아져 전세금이 매매가를 끌어올릴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서울의 매매가격 대비 전세금 비율은 2002년 초 전세금 상승이 매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당시의 66%에 크게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은 "전세금이 오르면 인근 지역에서 좀 더 싼 집을 장만하려는 `하향 이동 소비현상`이 나타난다"면서도 "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 상승은 고가주택보다는 중가주택, 대형보다는 소형주택에 영향을 크게 미치기 때문에 현재의 전세금 상승이 과거처럼 전체 부동산 매매가격을 밀어올릴 정도의 폭발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은아 기자 / 김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