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분양받은 아파트가 피를 말린다

웃는얼굴로1 2010. 11. 26. 23:15

윤정웅

 

계약자유의 원칙과 사정변경의 원칙은?

 

부동산 시장에 솔솔 바람이 일어나게 되면 “어느 지역이 좋을까요? 어떤 물건을 살까요?”라는 질문이 많아지게 됩니다. 반대로 부동산시장에 어둠이 깔리게 되면 “팔아야 할까요? 언제 좋아질까요?”라는 질문을 받게 되지요.

원래 부동산 상담이라는 게 정답을 찾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점쟁이 저 죽을 날 모르는 일이나 마찬가지가 아닐는지요? 따라서 이 칼럼도 참고용으로 이해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부동산의 앞날을 훤히 알 수 있다면 부동산 전문가는 모두 부자 되게요?

요즘 아파트가 피를 말린다는 상담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어찌어찌하다 아파트를 분양받게 되었는데 그게 입주기간이 이미 지났거나, 입주 중에 있거나 아니면 입주는 가까워 오는데 뾰쪽한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손해 안 보고 계약을 해제할 길이 없느냐?”를 묻는 질문이라고 해야 옳을 듯싶군요.

우연히 지나다 모델하우스를 들렸건, 핸드폰에 찍힌 광고 문자를 보고 호기심에 모델하우스를 들렸건, 아는 사람이 그 아파트 좋다고 떠벌이는 바람에 따라가서 자신도 모르게 도장을 찍었건 일단 계약을 한 것만은 틀림이 없는 일이라고 봐야 하겠네요. 그게 계약 자유의 원칙이니까,

계약 당시 “절대로 입주할 형편은 안 되기 때문에 꼭 분양권으로 팔아야 한다.”는 말씀을 하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때 뭐라고 하던가요? “입주 때가 되면 분양권은 더블을 칠 것이다. 최소한 3-4천만 원의 이익을 볼 것이다”라고 말하던가요? 그런 걸 청약의 유인이라고 하더군요. 하하,

그러나 그 후 부동산시장은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잘못 찍어 남이 돼버린 형국이 아닐는지요? 사람이 귀신에게 홀린 게 아니라 부동산시장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마음고생을 하게 됐다는 뜻입니다. 분양권에 프리미엄이 붙었다면 아파트 때문에 피가 마를 게 아니라 살이 쪘을 텐데 말입니다.

계약 후 매매대상 목적물을 인도할 수 없는 사정이 발생했거나, 전쟁이나 공황 등 정치. 경제사정으로 계약을 유지함이 불가능 하거나, 당사자 일방의 사정상 계약의 유지가 불능일 때 처음부터 계약이 없던 일로 하는 법률행위를 사정변경에 의한 해제라고 합니다.

아파트 분양계약에 있어서는 소급해서 계약을 없던 일로 하는 해제는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법률적인 견해일 겁니다. 장래에 향해 효력을 상실시키는 해지는 간혹 있음을 봤습니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할까요? 아래 상담사항을 참조하시면서 개인의 형편에 따라 적의 대처하실 수밖에요.

-계약금 돌려받고 계약 해제할 수 없는가요?-

잔금을 치룰 형편이 되지 않거나 기타 사정으로 인해 입주를 포기하면서 계약금을 돌려받을 길은 없습니다. 요즘처럼 분양권에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을 때는 더구나 일방적 해제는 되지 않겠지요.

아파트가 분양조건과 다르게 지어졌다거나 광고에 표시된 전철역 등이 없어졌다면 소송으로 다퉈 계약을 해제해야 하겠지요. 소송이라는 게 2년 정도의 세월이 흘러야 되고, 소송에서 이겼다 하드라도 돈을 돌려받기 까지는 다시 상당한 시일이 소요됩니다. 소송을 하게 될 때에는 충분한 각오가 있어야 하겠지요.

중도금을 현금으로 지급한 사람이 소송을 걸었다가 패하게 되면 나중에 계약금 포기는 고사하고, 회사가 망하게 되면 중도금까지 받지 못하는 사례도 있더군요. “소송 3년에 집안 망한다.”는 말을 유념하셨으면 합니다.

-계약금 10%를 포기하면 계약 해제할 수 있는가요?-

아파트 분양계약서나 일반 거래계약서를 보면 “당사자 일방이 계약조건을 위반했을 때 거래금액의 10%를 배상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지만, 무조건 10%를 배상한다고 해서 계약이 해제되는 건 아닙니다.

거래금액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물어주더라도 상대방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건설사측에서 손해까지 물어달라는 요구를 하게 될 때에는 대출받은 중도금에 대한 이자가 문제가 되겠지요. 그것도 요구하는 회사들이 있음을 봤습니다. 또한 옵션이나 확장비계약금도 돌려받지 못할 것이고요.

계약금을 포기하고 이자 등 손해를 물어주게 되면 1억 가까운 손해를 보게 됩니다. 꼭 그렇게 하고라도 해제를 하고 싶다면 몰라도 그보다는 손해를 적게 보고 분양권으로 파는 게 옳다고 봅니다. 계약금이 5% 걸린 상태에서 일방적 해약을 당하게 되면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입주만료 3개월이 지나면 계약은 해제되는가요?-

입주기간이 끝나게 되면 건설사에서는 입주 독촉장을 보냅니다. 그 다음엔 해제통보를 보내게 되지요. 계약금 10%를 몰취하고 재분양을 할 수 있으면 입주마감 3개월 후 해제통보를 한 후 재분양을 합니다. 분양받은 사람은 계약금 10% 빼앗기고 해제를 당하게 된다는 의미나 같은 말입니다.

그러나 요즘처럼 재분양이 불가능하게 되면 건설사에서는 해제도 하지 않고 끝까지 입주해 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게 짧으면 6개월도 가고 길면 1년 6개월도 가더군요. 그럴 때에는 부동산시장이 회복되어 거래가 있게 된 후 어느 방법이든 해결이 될 것입니다.

-대출받은 중도금 이자 내지 않으면 신용불량자 된다면서요?-

아파트를 분양받게 되면 중도금은 대부분 대출금으로 상계처리를 합니다. 중도금 대출은 수분양자(분양 받은 사람)가 은행에 가서 자서를 하지만 집단대출로서 시행사가 보증을 서야 이뤄지는 대출이지요. 나중에 분양받은 사람에게 어려운 일이 생기면 시행사가 대신 갚겠다는 보증인 것입니다.

입주기간이 끝나게 되면 중도금 대출에 대한 이자는 분양받은 사람이 매월 지급해야 하고, 은행에서 정한 기간 내에 잔금대출로 전환하거나 변제하지 않으면 분양받은 사람의 개인 채무로 남게 됩니다. 그러나 연체가 되면 은행에서는 개인을 상대로 독촉을 하지 않고 시행사로 하여금 대위변제를 하게 합니다.

따라서 중도금 대출을 갚지 않는다거나 이자를 갚지 않음을 이유로 신용불량자로 만들지는 않습니다. 은행에 따라 간혹 신용카드를 정지시키는 일은 있지만 그런 일이 있을 때에는 은행에 시정요구를 하심이 옳을 것입니다.

-입주를 하지 못하면 분양받은 사람 재산이나 월급에 가압류를 하는가요?-

아파트 분양받아 놓고 입주하지 못하게 되자 건설 회사나 은행에서 재산을 가압류하고 재판 건다는 말을 듣고 형식적으로 이혼을 해 버리거나 재산에 가등기, 또는 근저당설정등기를 해 두는 사람들을 봤습니다. 재산을 도피하거나 은닉하기 위한 수단이겠지요.

등기를 넘겨받고도 잔금을 내지 않는다면 가압류도 하고 재판도 걸어오겠지만 아파트 분양 받은 후 형편상 입주를 하지 못하는 처지라면 가압류도 하지 않고 재판도 걸어오지 않음이 분양시장의 거래관행이라는 점을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염려하실 일이 아닐 듯싶군요.

그러나 잔금유예를 받은 수분양자가 지정한 기일 내에 분양대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당연히 법적조치가 들어올 수 있겠지요. 이미 등기를 넘겨받았을 테니까요. 1-2년의 유예기간이 나중에 피할 길 없는 낚시가 될 수도 있겠지만 시장이 상승하면 어느 것을 팔든지 정리하면 될 일이므로 이 또한 걱정하실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입주를 하지 못한 사람에게 가장 좋은 방법은 어떤 게 있을까요?-

2010년과 2011년에 입주할 아파트는 대부분 2007년 하반기와 2008년 상반기에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분양했거나, 그런 아파트가 2009년 미분양 혜택을 보고 팔려나간 아파트로서 대부분 고가의 아파트들입니다. 주위 시세보다 30-40%가 높다고 봐야지요.

이런 아파트들은 분양가를 깎는 게 시급한 문제가 될 것입니다. 분양가 보장제 운운하면서 2-3천만 원 깎아 주는 게 문제가 아니고, 근본적으로 1억 이상 깎아져야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는 뜻이지요. 설사 2-3년 후 부동산 시세가 오른대 해도 분양가를 웃돌기가 어렵다고 볼 것이기에 우선은 가격부터 조정에 들어가야 될 것입니다.

가격이 할인되지 않은 아파트라도 너무 성급히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손해를 물어주고 계약해제를 서두르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피를 말리는 아파트는 중대형이 아니던가요? 사람이 여유가 있게 되면 공간에 대한 욕망도 생기는 법, 지금은 중소형이 대세일지라도 곧 중대형시장에 볕이 들것이라는 예측입니다.

쉽게 포기하거나 해제하기 보다는 시장을 봐가면서 시일을 끌고 가다가 손해가 없거나, 적은 길이 열리게 되면 그 길을 택하심이 옳다고 봅니다. 회사에 따라 다르겠지만 잔금에 대한 연체이자도 유명무실할 뿐 실제로 징수하는 일은 없더군요.

지금 부동산시장은 시간과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치고받는 싸움보다 더 피를 말리는 싸움이 바로 시간과의 싸움 아니던가요? 이미 부동산시장은 바닥을 지났고, 지금은 매도 세력과 매수 세력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부동산시장을 좌지우지할 인플레는 어느 편에서 줄을 당기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