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형부동산

[뉴 트렌드] 1~2명 사는 '미니 주택(도시형 생활주택)' 늘고 있다

웃는얼굴로1 2010. 11. 5. 15:55

 

원룸보다 훨씬 쾌적해 인기 대형 건설사들 속속 진출
정부 규제완화로 공급 늘려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의 지하철 6호선 고려대역 3번 출구를 빠져나오면 10m 정도 떨어진 곳에 4층짜리 연한 회색 건물이 보인다. 소형주택 전문업체인 수목건축이 지어 공급한 도시형 생활주택이다. 외관은 일반 연립주택과 비슷하지만, 복도는 2~3명이 충분히 오갈 수 있을 정도로 넓다. 집 안에 들어서자 침대·세탁기·냉장고와 싱크대, 욕실 등이 있다. 방과 가구의 크기가 작을 뿐 정상적인 살림을 할 수 있는 형태이다.

일주일 전 입주했다는 김용훈(30)씨는 "원룸은 방이 다닥다닥 붙어 있지만 여기는 천장도 높고 집 안에 가구나 수납장도 많아 '미니 아파트' 같다"고 말했다. 이 건물에는 20㎡(약 6평)가량의 주택 22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지난달 중순 건물을 완공한 수목건축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45만원 정도를 받는다.

공기업·대형건설사, 소형주택 시장 진출 붐

'도시형 생활주택'이 주택 시장의 '틈새 상품'으로 뜨고 있다. 정부가 1~2인 가구의 주택문제 해결을 위해 작년 5월 도입한 도시형 생활주택은 올해 초만 해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같은 공기업은 물론 대형건설사도 "수익을 내기 어렵다"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최근 대형 건설사들이 도시형 생활주택 시장에 본격 뛰어들고 있다. GS건설은 2일 소형 주택 평면 5건에 대한 저작권 등록을 마치고 소형 주택시장에 정식 진출을 선언했다.

롯데건설도 소형주택 전문 브랜드인 '캐슬 루미니'를 도입했다. 토지주택공사(LH)도 지난달 전용면적 50㎡(15.1평) 이하의 주택 평면 4개를 개발해 '스튜디오 주택'이란 이름으로 소형 주택 공급에 나섰다. 원종일 GS건설 주택기술담당 상무는 "1~2인 가구가 계속 늘고 있고, 법규도 마련돼 도시형 생활주택 사업의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실제 도시형 생활주택 인허가 건수는 지난해에는 한 달 평균 190여채였으나 올 7월에는 1135채, 8월 1471채, 9월 2496채로 늘었다. 김이탁 국토해양부 주택건설공급과장은 "올 연말이면 도시형 생활주택 인허가 건수가 최고 2만 채 정도에 이를 것"이라며 "앞으로 1~2년 뒤면 100~200가구 규모의 단지형 도시형 생활주택도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목건축이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에 지은 도시형 생활주택‘마이바움 제기’의 실내 모습. 1~2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전용면적이 20㎡(약 6평) 안팎인 소형 주택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전세난·1~2인 가구 증가로 소형주택 수요 늘어

도시형 생활주택 시장이 활기를 띠는 가장 큰 이유는 1~2명만 사는 가구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가구에서 1~2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통계청 자료)은 2000년 34.6%(502만 가구)에서 올해 43.3%로 높아졌고, 2030년엔 51.8%(1029가구)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전체 가구의 절반가량이 큰 집이 필요 없다는 말이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 박원갑 연구소장은 "직장 초년생·노년층 등 소득이 적은 계층이 주거비를 최대한 아끼기 위해 소형 주택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다른 이유는 최근 2~3년간 수도권에서 이사철마다 반복되는 전세난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수도권 아파트의 신규 입주물량이 절반 이하로 줄어 전세금이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건설 기간이 6~12개월가량으로 일반 아파트(2년 6개월~3년)보다 훨씬 짧아 주택 수급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공급할 수 있다는 게 매력이다.

◆정부, 각종 규제완화·지원책 내놓아

이런 이유에서 건설사 못지않게 정부도 도시형 생활주택 공급확대에 적극적이다. 지난해부터 정부는 도시형 생활주택에 대해 주차장 부지가 다소 부족해도 허가를 내주고, 분양가 상한제 예외적용, 사업자에 대한 주택기금지원 확대(업체당 1500억원) 같은 대책을 내놓았다.

도시형 생활주택 인정 범위를 300가구(현재 150가구)까지 늘리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대기업을 이 사업에 참여시키기 위해서다. 남희용 주택산업연구원 원장은 "전세 위주 임대주택 시장도 도시형 생활주택 보급에 따라 월세형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