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전세 부족 해결할 묘책은?

웃는얼굴로1 2010. 10. 15. 22:49

아기곰

 

전세금 임대소득세 없애 공급 늘려야

전셋값 상승률이 대단하다. 국민은행 시세 통계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전국 아파트 전세 상승률은 8.5%에 달했다. 지난 2002년 이후 8년 만의 최고 상승률이다. 문제는 이렇게 전셋값이 뛰어도 전세를 구하지 못하고 돌아서는 실수요자가 많다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집값이 오르지 않자 손실을 줄이려는 집주인들이 대거 전셋값을 올려서 이런 현상이 벌어졌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전셋값이 오르는 현상을 집주인의 탐욕으로만 본다면 전세 자체를 구하지 못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현재 상황은 주택 매매 시장이 왜곡되면서 전세 시장의 수요 공급 균형이 깨져 나타나는 부작용이다. 전세 시장을 수요 공급 측면에서 살펴보자. 수요 측면에서는 과거보다 전세를 찾는 사람이 늘었다는 것이 문제다.

인구가 갑자기 늘어난 것은 아니다.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논리가 젊은층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고, 이런 이유로 집을 살 여력이 있는 계층들도 집을 사지 않고 대거 전세 시장으로 몰렸다.

이에 비해 공급은 줄어들고 있다. 멸실 주택이 갑자기 늘어났기 때문이 아니다. 전세를 놓으려는 소유자들이 줄어들고 월세로 돌리는 소유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전체 임대 가구 중 전세가 차지하는 비율이 작년 2월에는 60.1%를 기록한 후 점차 그 비중이 줄어들어 현재는 54.9%까지 떨어졌다.



전세, 월세로 돌리는 경우가 많아

이것은 과거 1000가구 중 전세를 놓던 사람이 601가구, 월세를 놓던 사람이 399가구였던 것이 현재는 그중 52가구가 전세에서 월세로 임대 형태를 바꿨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나마 이것은 이미 계약을 바꾼 실적치가 그렇다는 것이고 시장에 나온 매물을 기준으로 보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월세 매물은 상대적으로 풍부한데 비해 전세 매물은 단지별로 1~2건에 불과하다.

이렇게 적은 전세 매물을 놓고 전세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서로 경쟁하다 보니 소유자가 부르는 호가가 전세가로 굳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이다. 그러면 집 소유자들은 왜 갑자기 전세를 월세로 바꿀할까. 크게 세 가지 원인이 있다.

첫째, 부동산 시장에 불어 닥친 수익형 부동산 붐이다. 부동산으로 시세 차익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해지자 임대 수익을 노리는 투자가 점점 힘을 얻고 있다. 상가나 오피스텔 등 전통적 수익형 부동산도 인기를 끌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쉽게 투자할 수 있는 주택에서 임대 수입을 얻으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둘째, 부동산 시장 침체에 원인이 있다. 과거 소유자들이 집을 사서 전세를 주는 이유는 적은 자본금으로 고수익을 노리는 지렛대(레버러지) 효과를 노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억 원짜리 집을 1억 원에 전세를 놓는다고 하면 세입자 쪽에서는 2년간 그 집을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얻게 된다.

하지만 소유자 쪽에서는 그 집이 오르지 않는다면 자선사업을 한 셈이다. 그런데 과거에는 집값 상승률이 높았으므로 2년간 월세로 얻는 이득보다 시세 차익이 훨씬 많았었다.

월세를 놓으려면 자기자본이 많이 필요하지만 전세를 끼면 적은 자본으로도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월세보다 전세를 선호하는 사람이 많았던 것이다.

자본이 적은 사람뿐만 아니라 자본이 많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월세를 놓고 집을 한두 채 사기보다 전세를 끼고 여러 채의 주택을 사는 것이 수익성이 더 높았다.

이런 이유로 월세보다 전세의 공급이 많았던 것이다. 그러나 집값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확산되고 다주택자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전세를 끼고 여러 채의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주택 수를 줄이면서 남는 자본으로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것이 훨씬 수익이 좋을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셋째, 정부의 전세금 과세 정책에도 그 책임이 있다. 내년부터 3주택 이상을 소유한 자가 전세를 놓을 때 전세금의 총합이 3억 원을 초과하면 과세 대상이 된다. 그동안 과세해 온 월세와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되면 세금을 내면서까지 전세를 놓으려는 사람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월세는 직접적인 수입이 있으니 그 일부를 세금으로 내는 것은 큰 부담이 없지만 전세는 직접적인 수입이 생기지 않는다.
 
전세를 끼고 투자하는 이유는 시세 차익을 노리는 것이기 때문에 그 집이 팔려야 이익이 실현된다. 이 경우 양도소득세라는 형태로 과세가 되는 것이다. 여기에 임대소득세를 더 걷는다고 하니, 어차피 세금을 낼 바에야 월세를 받는 것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생각하는 대로 전세금을 받아 원금 그대로 은행에 넣어 두는 사람은 없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월세 수준보다 훨씬 낮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전세금에 대해 과세하려는 정부의 정책이 시장에서 전세를 몰아내고 월세로 전환하게 하는 촉매제로 작용한 것이다.

정부 규제로 전세 부족 심화

세입자는 매달 꼬박꼬박 일정액을 지불해야 하는 월세보다 원금 손실이 없는 전세를 더 선호할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적은 전세 물량을 놓고 많은 세입자들이 경쟁하다 보니 전셋값이 오르는 것이다. 그러면 이런 전세 구하기 경쟁에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집을 살 능력이 되지만 집값이 내릴 것 같아 집을 사지 않는 중산층은 피해자라고 할 수 없다.

집값이 내릴 것 같은 불안감 대신 (마음 편하게) 전세금을 올려주는 선택을 한 것이기 때문이다. 전세금 폭등 사태로 직접적인 피해를 보는 사람은 정작 서민들이다. 이들은 집을 사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돈이 없어 집을 사지 못한다. 그렇다고 매달 몇 십만 원씩 하는 월세도 부담이 크다.

결국 전세만이 이들에게 가장 유리한 주거 수단인데, (집을 살 능력이 있어도 집을 사지 않는 일부 중산층과 달리) 본인의 선택과 상관없이 피해를 보는 것이다. 더구나 상대적으로 돈에 여유가 있는 중산층들은 전세를 올려줄 수 있지만 서민들은 전세 구하기 경쟁에서 떨어져 점점 외곽으로 밀려나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전셋값을 잡는 방법은 없을까. 가장 단순한 방법은 전세금 인상 폭을 제한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하책 중 하책이다. 이런 정책을 쓰면 전세금 인상을 노리고 그나마 나와 있는 전세도 월세로 돌아서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는 전세금 폭등도 문제지만 수요 공급의 불균형에 따라 전셋집을 구하지 못하는 것이 더 문제다.

주택 공급을 단기간에 늘리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아파트는 공급 기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다세대주택 등을 대량 공급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나 이럴 경우 대규모 미분양 사태만 생길 가능성이 있고, 공급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월세가 아닌 전세로 공급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결국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세입자가 전세를 선호하고 소유자가 월세를 선호하는 상황을 바꿔야 한다. 예를 들어 모든 세입자가 월세로 살면 전셋값은 지금보다 훨씬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전혀 현실성이 없다.

월세는 전세보다 손해라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결국 공급 측면에서 월세보다 전세를 많이 놓게 하는 방법이 현실적이다. 세제를 건드리는 방법밖에는 없다.

첫째, 내년부터 과세하기로 계획돼 있는 전세금에 대한 임대소득세 부과 방침을 전면 철회해야 한다. 둘째, 전세 전용 임대 사업자라는 개념을 도입, 이들에게 월세 임대 사업자와 차별화된 세제 혜택을 주어야 한다.

이런 획기적인 대책이 아니라면 전세에서 월세로 임대 형태가 바뀌는 추세를 막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것도 세수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정부로서는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므로 당분간 전세 물건 부족과 이에 따른 전셋값 앙등은 그대로 집 없는 서민에게 전가될 것이다.

시장은 공정하다. 시장이 왜곡되면 반드시 복수한다는 것이다. 이래서 시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 피해가 애꿎은 서민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