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수직증축 불허, 아파트 리모델링 잘될까

웃는얼굴로1 2011. 7. 20. 16:46

- 1기신도시 반발, 청담·대치동 ‘애써 태연’

강남 첫 리모델링 단지인 도곡 쌍용예가.
 
서울 지하철 3호선 양재역에서 도곡공원 방면으로 5분여를 걸었을까. 낡은 아파트 단지들이 듬성듬성 모여 있는 이곳에 깔끔하게 단장한 새 아파트가 유독 눈에 띈다. 이번에 강남 첫 리모델링 단지로 관심을 끈 도곡 쌍용예가다.

 

원래 이 단지는 1978년 완공된 지하 1층~지상 12층 384가구 규모 복도식 아파트였다. 한동안 재건축을 추진하다 우여곡절 끝에 2004년 리모델링으로 방향을 틀었다.

 

3.3㎡당 공사비가 약 320만원으로 재건축보다 20% 이상 저렴한 덕분에 주민들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2008년 11월부터 시작된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지난 6월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리모델링 후 지하 3층, 지상 12~13층 5개동의 계단식 아파트로 변신했다. 가구당 면적은 27~54㎡씩 늘었다. 공급면적 기준으로 가구당 면적은 57→83㎡, 93→133㎡, 97→137㎡, 122→171㎡, 178→232㎡ 등으로 확대됐다. 내부를 들여다보면 가구당 침실, 욕실이 하나씩 더 생기고 드레스룸 등 새로운 공간도 추가됐다. 1층은 필로티(벽 없이 기둥만 있는 구조)로 바꾸고 대신 한 개 층을 더 올렸다.

 

비용은 얼마나 들었을까. 리모델링 비용이 포함된 분담금은 57㎡(리모델링 후 83㎡) 기준 1억2000만원이지만 시세는 4억원에서 6억7000만~7억원으로 3억여원 올랐다. 리모델링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2억원가량 이득을 본 셈이다. 인근 B공인 관계자는 “리모델링 효과로 83㎡ 매매가가 많게는 7억원까지 올랐지만 매물은 그리 많지 않다”며 거래를 부추긴다.

 

이 밖에도 대치우성2차, 청담두산, 대치현대1차 등 강남구에 위치한 여러 단지들이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삼성물산은 지난 6월부터 강남구 청담동 두산아파트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갔다. 대치동 우성2차아파트도 7월부터 이주를 시작했다. 재건축 대안으로 뜨기 시작한 리모델링은 얼마나 더 인기를 끌까.

 

◆재건축 vs 리모델링
비용 부담 적어 리모델링 인기

 

재건축과 리모델링은 어떻게 다를까. 재건축의 경우 소형의무비율, 임대주택 의무건설, 초과이익부담금 등 각종 제약을 받는다. 이에 비해 리모델링은 가구 수 증가 없이 각 주택 전용면적을 30%까지 늘릴 수 있다. 한 예로 100㎡ 아파트 100가구를 가정하면 가구 수 증가 없이 주택 크기가 130㎡로 늘어난다. 비용 면에서 재건축은 3.3㎡당 350만~400만원이지만 리모델링은 250만~320만원 수준이다. 또 재건축 허용 연한이 보통 40년이지만 리모델링은 15년으로 짧다. 그만큼 리모델링 사업 여건이 훨씬 좋다는 얘기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강남권 중층아파트 리모델링 가치가 재건축보다 충분히 높다고 판단했다. 각종 리모델링 비용을 감안해도 완공 후 가치가 주변 시세보다 높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재건축 대비 공사기간이 짧아 재입주까지 소요되는 각종 주거비용까지 감안해도 어느 정도 수익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한 예로 청담두산은 현재 112㎡ 시세가 9억원 선인데 공사비, 이주비 등을 합해 3억5000만원이 추가 소요될 전망이다. 이때 총 분담금은 12억5000만원 정도인데 한강 조망권 가치 등을 감안하면 리모델링 후 예상 시세는 15억원 선이다. 적어도 2억5000만원 이상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여기서 3억5000만원으로 책정된 가구 분담금을 전부 금융권에서 빌릴 경우 소요되는 금융비용을 감안하면 시세차익은 조금 줄어들 수 있다. 공급면적 112㎡, 177가구로 1992년 2월 준공된 청담두산은 리모델링 후 가구 면적이 135㎡까지 넓어진다. 채익종 다다디앤씨 사장은 “리모델링 분담금과 리모델링 후 늘어나는 면적만큼 더 넓은 집으로 ‘갈아타기’ 할 때 비용을 비교해보면 투자가치가 있는지 결론이 나온다”고 강조한다.

 

◆청담두산, 억대 시세차익 기대

 

물론 우려할 점도 많다. 집값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진다고 가정하고 분담금을 마련할 때 대출 부담이 있다면 투자에 조심해야 한다. 또 주변 시세와 가구별 분담금을 종합 비교해 이익이 클 만한 단지를 선택해야 한다. 이왕이면 주변 시세가 높은 곳이 상대적으로 투자가치가 클 수밖에 없다. 한태욱 대신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집값 결정요인이 대중교통 편의성, 쾌적한 환경, 문화 편의시설, 교육 등인 점을 감안할 때 개포·대치동 일대나 한강변을 끼고 있는 소형 평형 단일 단지 투자가치가 상대적으로 높다”며 “같은 리모델링이라도 입주 후 관리비 등 총 운영비를 고려하면 단지 규모가 조금이라도 큰 곳이 유리하다”고 강조한다.

 

다만 중형 평형 리모델링은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소형 평형이 인기를 끄는 분위기에서 굳이 리모델링을 해서까지 중형을 대형으로 넓힐 메리트가 없기 때문이다. 채익종 사장은 “공급이 부족한 강남권이라고 해서 모두 리모델링이 승산 있다고 보면 큰 오산”이라며 “청담동 두산, 대치동 현대1차와 우성2차 등 리모델링 사업이 속도를 내는 단지 중에서도 교통, 교육 여건이 양호하고 실수요자가 끊이지 않는 소형 단지라면 리모델링 가치가 괜찮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분당·일산 등 1기신도시, 매매시장 침체 우려

 

리모델링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요즘 논란인 수직증축을 빼놓을 수 없다.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국토해양부가 리모델링 수직증축을 사실상 불허한다는 방침이 알려지면서 리모델링 시장이 동요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리모델링협회, 1기신도시리모델링연합회 등 관련 단체는 주거 전용면적 총량의 30% 이내에서 수직으로 3개층 증축과 가구 수 증가를 허용하고 국민주택규모(전용 85㎡) 이하 소형에 한해서는 40~50%까지 증축 범위를 확대할 것을 요구해왔다. 또 증가한 용적률의 3분의 1 이내에서 일반분양을 허용하되 일반분양의 10%는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런데 이런 제안이 좌절되면서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현재 수도권에서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인 아파트는 32개 단지, 1만8577가구에 달한다. 서울은 강남구 외에도 강동·광진구 등에 물량이 집중돼 있고, 경기도에서는 분당, 평촌이 리모델링에 적극적이다. 성남시 분당구의 경우 전체 공동주택 255개 단지 14만1798가구 가운데 약 60%인 8만6954가구가 리모델링 허용 요건인 준공 후 15년에 도달했다. 판교신도시를 제외하면 분당구 공동주택의 93%에 해당한다. 그만큼 리모델링 규제 하나하나에 시장이 민감하게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다. 한태욱 위원은 “1기신도시 주민들은 늘어나는 가구를 일반 분양해 가구당 분담금을 최소화하려 수직증축을 주장하고 있다”며 “재건축사업이 사실상 어려운 1기신도시에서는 리모델링을 활성화하지 못하면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방법이 거의 없어 논란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가 리모델링 수직증축에 부정적이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지난 4·27 재보선에서 여야 모두 리모델링 수직증축을 내걸었던 만큼 내년 총선 등 선거레이스를 앞두고 다시 쟁점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수직증축이 논란인 가운데서도 서울 강남권에서는 대다수 단지가 시공사를 선정했고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단지도 나오고 있다.

 

◆‘총량제’ 등 대안으로 거론 중

 

이런 분위기에서 국토부는 수직증축을 불허하는 대신, 국민주택기금에서 리모델링 공사비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리모델링한 아파트에 부과하던 취득세를 늘어난 부분에 대해서만 부과하거나 면세해주고, 리모델링 공사 기간에는 재산세를 부과하지 않는 방안도 대두된다.

 

양재모 한양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직증축을 해주면 재건축과 형평성이 맞지 않는 것도 사실”이라며 “스스로 집을 수리할 수 있도록 유도하면서 저리융자 등 지원을 해주는 것이 재건축과의 형평성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리모델링 사업을 하는 건설사에 대한 세금 특례나 금융 지원도 해법으로 거론된다.

 

‘총량제’ 역시 리모델링 활성화 방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총량제는 현재 전용면적 확대 기준인 30%까지 원하지 않는 가구 몫을 가져와서 다른 가구 확대 규모를 더 키우거나 추가 가구 증축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단지 전체를 하나의 총량으로 보면 다양한 방식의 리모델링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한태욱 위원은 “현재 리모델링 증축은 가구별로 기존 전용면적의 30% 이하인데 이 규정만 규제하고 방법은 주민들에게 맡기되 일반분양은 재건축 시 분양 가능 가구 수의 50% 이하 등으로 조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