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강남 재건축 단지 속속 용도변경 추진

웃는얼굴로1 2011. 7. 4. 01:03

준주거ㆍ상업지역으로 바꿔 사업성 높이려 안간힘

 

단지 일부를 상업지역으로 변경해 용적률을 높이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는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경. <매경DB>

 

서울 강남지역 재건축 아파트 단지들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잇달아 용도변경을 추진하고 나섰다.

재건축을 해도 수익이 나지 않으니 높은 용적률을 보장받을 수 있는 준주거지역ㆍ상업지역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추진위원장 등 재건축 집행부가 교체되는 시점과 맞물려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주민 의견을 결집시켜 새로운 재건축 비전을 내놓고 사업에 속도를 내려는 의도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위치한 잠실 주공 5단지가 대표적이다. 3930가구 규모로 2003년 12월 재건축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은 이 단지는 7년 넘게 뚜렷한 움직임이 없었다.

그러던 차에 지난 3일 추진위원장을 새로 뽑는 선거 기간 각종 공약이 쏟아졌다. 용도변경으로 용적률을 높이겠다는 주장이 주류를 이뤘다. 현재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지정된 단지 일부를 상업지역으로 바꿔 수익성을 대폭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지난달 25일 열린 주민총회에서 추진위원장이 교체된 은마아파트도 같은 맥락이다. 이 단지는 2002년 추진위원회가 발족했지만 지난해 안전진단을 통과했을 정도로 사업 속도가 더뎠다.

새로 선출된 추진위 집행부 역시 3종 일반주거지역인 은마아파트 단지를 준주거 혹은 상업지역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초구에 있는 진흥아파트도 용적률을 높이기 위해 준주거지역으로의 용도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말 안전진단을 통과한 이 아파트 단지는 대규모 개발이 진행되는 서초동 롯데칠성 용지 인근에 있다는 점을 주장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이처럼 최근 용도변경이 재건축 단지 주요 이슈로 떠오른 것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낡은 단지를 헐고 새로 지어도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재건축 단지 시세가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잠실 주공5단지 공급면적 112㎡의 경우 2009년 초 가격이 13억원에 육박했지만 최근엔 11억원을 밑돌고 있다.

은마아파트 101㎡는 최근 저층 매물이 9억원 아래에서 거래됐다. 지난 2006년 대비 3억원 이상 떨어졌다.

재건축 비전이 없어 사업 일정은 미뤄지고 그 과정에서 주민 대립이 격화되며 악순환에 빠지는 구조다. 용도변경 등 재건축 수익성을 근본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안 없이는 주민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 힘들다는 얘기다.

장밋빛 공약이 쏟아지고 있지만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영아파트 사례를 참조해 볼 만하다. 이 단지는 제2종 주거지역에서 3종 주거지역으로 종상향을 추진하다 난관에 빠졌다.

지난 4월 서울시에서 종상향 재검토 통보를 받았다. 5월 조합측에서 보완자료를 만들어 종상향을 재차 요청했지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일정이 미뤄지며 예상 추가 분담금만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그 덕에 시세는 2008년 금융위기 수준으로 떨어졌다.

단지 인근 M공인 대표는 "종상향이 통과되지 않으면 반등기회를 잡기 힘들다"고 말했다.

유사한 사례가 용도변경 추진 단지에서 재연될 수 있다. 대치동 인근 한 중개업소 대표는 "용도변경 여부가 결정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홍장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