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고수에게 듣는다]"재개발 투자요? 한남·흑석·아현·왕십리 順 유망"

웃는얼굴로1 2011. 6. 7. 00:51

송인규 국제마스터연구소장

송인규 국제마스터연구소 소장(38)은 재개발 전문가다. 그는 대학을 졸업한 뒤 1998년 스물다섯살 때부터 부동산업에서 일했다. 20대 청년이 부동산에 뛰어드는 것은 당시로선 이례적인 일이었지만,그는 "우연한 기회에 발을 들인 부동산 시장이 굉장히 매력적이었다"고 했다.

송 소장은 투박하다. 매끄러운 말솜씨의 다른 컨설턴트 등과 달리 조금 어눌하다. 하지만 그는 서울 시내 재개발에 관해선 상당한 통찰력을 갖고 있는 재야 고수다. "뭘 하든지 그 업계에선 무조건 '넘버 원'이 돼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특히 10년 넘게 그가 집중적으로 고객들을 관리해 온 용산지역은 그의 지역구나 다름 없다.

그의 고객이던 시중은행 지점장이나 대기업 간부들이 "회사 그만두고 당신 밑에서 일하면 받아주겠느냐"고 제안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그는 최근 한 수도권 대학교 금융공학과에 출강도 시작했다.



◆재개발 대세 회복 "어렵다"

명색이 재개발 고수인데 그는 "서울시내 재개발 시장은 회복이 힘들다"고 단언한다. 2000년대 급상승한 재개발 시장이 다시 예전과 같은 호기를 맞는 일은 적어도 앞으로 10년 이상 없고, 따라서 '대박'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기대이익이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는 "전엔 재개발에 5억원을 투자하면 몇년 후 8억,9억원이 되리란 기대가 있었지만 지금은 6억,7억원을 기대해야 하기 때문에 리스크를 감수하며 여윳돈을 투자하는 수요가 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재건축과 재개발도 서로 다른 길을 걸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에는 재건축과 재개발을 한 데 묶어서 보는 경향이 있었는데 그건 둘 다 매매차익을 기대한 '투자물건'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재건축은 대체로 학군이나 주변 환경이 좋은 곳에 있어 실수요가 어느 정도 받쳐주는 데 비해, 재개발은 개발이익을 바라는 가수요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 차이가 앞으로는 더 크게 벌어질 것으로 봅니다. "

◆"뉴타운 3분의 1은 힘든 시기 보낼 것"

재개발도 지역 간의 차이가 상당해질 것이라고 송 소장은 전망했다. 그의 화법 중 하나는 직설적인 등수 매기기다. 지역별 선호도나 사업성에 따라 어디가 더 나은지를 늘 따진다.

송 소장은 "서울 시내에 개발되는 뉴타운과 균형발전촉진지구 등이 30여곳에 이른다"며 "이들 중에서 살아남을 곳, 즉 투자성이 아직 있는 곳을 고른다면 1번 한남, 2번 흑석, 3번 아현, 4번 왕십리뉴타운을 꼽겠다"고 했다.

그는 왕십리뉴타운을 '커트라인'이라고 말했다. "30평형대 아파트의 일반분양가 예상분을 기준으로 봤을 때 왕십리뉴타운이 원래 7억원 정도였다가 최근 6억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는데, 이 정도까지는 괜찮지만 다른 뉴타운들은 한동안 이보다 높은 일반분양가를 내놓기 어렵다"는 게 그 나름의 분석이다. "앞으로 뉴타운 중 3분의 1 정도는 정말 힘든 시기를 겪어야 한다"고 송 소장은 전망했다.

특히 '지분쪼개기'를 통해 나온 소형지분(조각지분)은 투자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재개발 조합에서 쳐 주는 지분값(권리가격)이 오른 것보다 조합원 분양가가 3년 전보다 더 높아져 입주권을 받는 데 따른 수익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거래량 · 배후수요 분석해야

송 소장은 부동산 시장을 분석할 때 '가격'보다는 '거래량'과 '배후수요'를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거래량이 늘어나지 않은 채 일부 급매 등으로 시장을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그는 "예컨대 용산의 경우 대로변 상가 매물이 3.3㎡당 1억4000만원까지 갔다가 지금은 1억2000만원 안팎으로 떨어졌지만, 매물 자체가 매우 적어 원하는 가격에 물건을 산다는 보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거래량이 늘어나느냐 여부를 보고 시장이 활성화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그는 '부자들이 투자하는 곳'에 투자해야 돈을 벌 수 있다고 본다. 예컨대 일산보다 분당의 부동산 가격이 높은 것에 대해선 "일산의 배후수요는 서울 강서권이고, 분당 판교의 배후수요는 서울 강남권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식이다.

송 소장은 "부동산 대세 상승기에는 1등이 먼저 오르고 그 다음 2등, 3등도 1등보다 작은 폭으로 오르지만 떨어질 때는 1등은 덜 떨어지고 2등, 3등은 급락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배후수요가 얼마나 버틸 여력이 있느냐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도 '소액으로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주장을 믿지 말고, 가급적 부자들의 동향을 눈여겨 본 뒤 같은 흐름을 타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