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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한방울에 20년… 癌 2분만에 잡아낸다

웃는얼굴로1 2018. 1. 24. 11:41

[글로벌 점프! 강소기업이 떴다] [7] 진단 키트 수출, 바디텍메드

핵심 시장 중국서 영국기업 제치고 1위 올라

당뇨 등 37가지 질병 진단
월세 10만원 사무실에서 시작… 年 38% 성장, 95개국에 수출

지난 15일 강원도 춘천 거두리농공단지 내 바디텍메드 공장. 이곳에서 만난 최의열(57) 바디텍메드 대표는 검지손가락만 한 흰 막대를 들어 보이며 "피 한 방울로 심혈관 질환을 진단하는 키트입니다. 기존 대형 장비는 팔뚝 정맥혈을 뽑아서 최대 하루가 걸리지만 우리 제품은 2~3분이면 검사 결과가 나옵니다"고 했다. 1만904㎡(약 3300평) 규모의 춘천 본사 공장에선 직원 100여명이 간이 키트부터 80명분의 샘플을 한꺼번에 진단할 수 있는 기기까지 7종류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암, 당뇨, 심혈관 질환, 감염성 질환 등 37가지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제품 라인업을 갖췄다. 춘천 공장에선 매일 기기 안에 들어가는 진단용 항체(抗體)를 배양하는 실험용 생쥐 2000마리를 소비하고 있다. 성수용 경영기획본부 차장은 "생쥐한테 감염 물질을 주사하면 몸 안에서 항체가 생긴다"며 "이를 뽑아서 진단 시약을 만든다"고 했다.

지난 15일 강원 춘천시 거두리농공단지에 있는 바디텍메드 공장에서 최의열 대표가 심혈관질환 진단용 키트를 들어 보이고 있다.
지난 15일 강원 춘천시 거두리농공단지에 있는 바디텍메드 공장에서 최의열 대표가 심혈관질환 진단용 키트를 들어 보이고 있다. 피 한 방울만 있으면 수분 안에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는 기기다. 최 대표는“매년 25%씩 성장하는 중국 진단 시장을 꽉 잡겠다”고 말했다. /주완중 기자

◇10년 만에 첫 매출

20년 전 당시 서른일곱 살이던 최의열 한림대 유전공학과(현재 바이오메디컬학과) 교수는 제자 세 명과 함께 학교 안에 연구용 항체를 개발하는 벤처 회사 바디텍메드를 차렸다. 유전공학이 비주류이던 시절 강원도 춘천까지 공부하러 온 제자들이 취업이 안 되자 창업으로 길을 잡은 것이다. 최 대표는 "당시 국내 유전공학은 걸음마 단계로 석·박사 출신이 취직할 만한 기업 연구소는 한 손에 꼽을 정도였죠"라며 "1992년 미국 예일대에서 박사 후 과정(포닥·Post Doctor)을 밟던 중 당시 지도교수가 창업을 했던 것이 떠올랐습니다"고 했다.

학교 안 20㎡(약 6평)짜리 사무실을 월세 10만원에 빌려 시작했지만 목표는 질병 진단 분야 '글로벌 톱 10'이었다. 2000년 들어 '벤처 붐'이 일면서 '묻지 마 투자'가 밀려 들어왔다. 최 대표는 "IMF 외환 위기도 견뎌낸 데다 현직 교수라는 점이 투자자들에게 어필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투자금은 20억원에 달했다. 직원도 28명까지 늘렸다.

바디텍메드

하지만 좀처럼 시제품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2004년 투자금이 바닥났고 직원 20명을 정리해고해야 했다. 창업 멤버 등 8명이 남았지만 1년간 월급도 주지 못했다. 최 대표의 일과는 회사를 인수할 기업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그는 "직원이자 제자인 아이들이 참고 견뎌줘서 너무 고마웠다"고 했다.

창업 10년 만에 첫 매출이 났다. 2007년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를 개발한 대형 제약 회사가 고객 선물용으로 바디텍메드의 전립선암 진단 키트 100만달러(약 10억7000만원)어치를 사겠다고 한 것이다. 최 대표는 밀렸던 직원 월급을 두 배로 갚았다. 이후 바디텍메드는 연평균 38%의 매출 성장률을 보이면서 미국·중국 등 전 세계 95국에 질병 진단 키트를 수출하고 있다. 작년 매출 530억원(추정치) 중 95%가 수출이다. 영업이익은 70억원 정도다.

◇철저한 현지화가 성장 비결

바디텍메드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세계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M&A(인수·합병)에도 적극적이다. 2016년 3월 대변 잠혈 검사(FOB), 임신 진단 검사(hCG), 감염성 질환 진단 제품을 개발·생산하는 미국 이뮤노스틱스를 168억원에 인수했다. 그해 중국 난닝에는 현지 생산 공장을 세웠다.

작년에는 상하이에 중국 기업과 합자회사를 만들었다. 최 대표는 "바이오 제품은 해외에서 인허가를 취득하는 절차가 까다롭고 기간도 오래 걸린다"며 "최대한 현지화해 4~5년 걸릴 인허가 과정을 1~2년으로 줄여야 한다"고 했다.

중국은 최 대표가 주목하고 있는 핵심 시장이다. 중국은 의사들이 의료 행위를 하지 않으면 치료비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검사를 더 적극적으로 한다는 것. 그는 "대기오염 심화와 두 자녀 정책 등으로 인해 매년 체외 진단 시장 성장률이 25%에 이를 정도로 유망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미 2012년 중국 현장 진단 검사 분야에서 영국 기업 엑시스쉴드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활발한 R&D(연구·개발) 투자도 성장 동력 중 하나다. 최 대표는 창업 후 단 한 해도 대학 수업과 논문 작성을 빼먹지 않을 정도의 '연구광'이다. 춘천 본사 직원 300명 중 90명이 연구 인력이다. 한림대와 강원대 출신 지역 인재가 주를 이룬다. 학기마다 15학점씩 강의를 해오던 최 대표는 작년부터 객원교수로 물러나 3학점만 수업을 하고 있다. 그동안 방학 기간에만 중국·미국 등 해외 출장을 다녔는데, 본격적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전념하기 위해서다. "2년 내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고, 20년 내 매출 1조원을 올리는 '진단 업계 글로벌 톱 10' 목표를 꼭 이루겠습니다." 최 대표는 공장 출입용 위생 가운도 벗지 않은 채 곧바로 본사를 방문한 우즈베키스탄 바이어를 만나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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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23/2018012303155.html#csidx058550b063ab20aa58cb6c83b0fb47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