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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삼성 제품, 우리 모터 없으면 안 돌아간다"

웃는얼굴로1 2018. 1. 18. 17:24

[글로벌 점프! 강소기업이 떴다] [4] 기어드모터 제조 '에스피지'

"로봇 주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엔 모터 시장 폭발적으로 늘어나…
2020년까지 매출 5000억 달성, 세계 5대 모터 제조업체 들겠다"

지난 9일 인천광역시 송도에 있는 모터(전동기) 제조업체인 에스피지 연구개발센터. 농구장만 한 크기의 연구실에서 직원 3명이 지름 10㎝ 크기의 톱니바퀴 부품을 모터에 연결하고 있었다. 한팔로 움직이는 산업용 로봇의 관절에 들어가는 '기어드(Geared) 모터'의 샘플을 제작하는 것이다. 기어드 모터는 모터의 회전 속도를 느리게 바꿔주는 부품이다. 산업용 로봇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제어하려면 기어드 모터의 정확도가 가장 중요하다. 이 회사의 여영길 대표는 "모터의 회전 속도를 느리게 조절해 제품 동작 오차를 3600분의 1도로 줄였다"며 "이래야 기어드 모터가 장착된 로봇 관절이 정확한 위치에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에스피지는 작년에 기어드 모터 5000여 종을 약 1500만개 정도 생산·판매해 2800억원(추정치)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매출 1520억원)보다 80% 이상 급성장한 것이다. 이 가운데 60% 이상이 해외 수출이다. 기어드 모터는 산업용로봇,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생산 공장, 의료기기 등 정밀한 움직임이 필요한 기기에 폭넓게 쓰이는 제품이다. 여 대표는 "GE, 월풀, 삼성전자 등 세계 주요 전자기업들이 주요 고객"이라며 "오는 2020년까지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해 독일의 지멘스, 일본의 니혼덴산(일본전산), 미쓰비시 등과 겨루는 세계 5대 모터 제조업체로 진입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기어드 모터 국산화 성공… 창업 14년 만에 국내 1위

1991년 에스피지가 창업할 당시만 해도 국산 기어드 모터는 없었고 일제나 독일제를 전량 수입하는 상황이었다. 단순히 전기를 넣으면 돌아가는 모터와 달리 모터의 속도를 오차 없이 정밀하게 감속하면서 다른 제품에 힘을 전달하는 기어드 모터에는 난해한 기술이 필요했다. 이 회사를 공동창업한 여 대표는 "일본·독일·스위스의 6~7개 모터 기업에 연수생으로 가서 남들 쉬는 시간에도 설계 도면을 외우고, 현지 직원들이 귀찮아 할 정도로 질문을 쏟아내며 기술을 배웠다"고 말했다.

9일 인천 송도에 있는 기어드 모터 제조업체 에스피지 연구·개발센터에서 여영길 대표가 자동화 생산 장비에 들어가는 소형 제품을 들고 있다. 여 대표는 “산업용 기어드 모터를 무기로 2020년까지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해 세계 5대 모터 제조업체에 들겠다”고 말했다.
9일 인천 송도에 있는 기어드 모터 제조업체 에스피지 연구·개발센터에서 여영길 대표가 자동화 생산 장비에 들어가는 소형 제품을 들고 있다. 여 대표는 “산업용 기어드 모터를 무기로 2020년까지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해 세계 5대 모터 제조업체에 들겠다”고 말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이 회사는 초창기에는 녹즙기나 복사기용 기어드모터 등 비교적 쉬운 제품을 만들다가 2002년 냉장고용 얼음 분쇄기에 들어가는 기어드 모터를 내놓으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여 대표는 "60여명의 연구진이 밤낮으로 세계 최고 경쟁사와 같은 품질의 제품을 만드는 데 매달렸다"면서 "독일·일본산과 같은 품질에 10~20% 저렴한 제품을 내놓으면서 국내 기어드 모터 시장 1위에 올라섰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2005~2006년 무렵 세계 얼음분쇄기 모터 시장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국내에서 통하는 제품이 나오자 세계시장에서도 통하기 시작한 것이다.

산업용 로봇·고속철도… 첨단기기용 모터 시장 공략

"GE·삼성 제품, 우리 모터 없으면 안 돌아간다"

에스피지는 올 6~7월쯤 산업용 로봇에 쓰이는 기어드 모터를 양산할 계획이다. 산업용 로봇은 섬세한 움직임이 필요해 아직 제대로 된 기어드 모터를 내놓는 기업은 일본 2곳 정도에 불과하다. 이들이 90% 이상 독과점하는 시장이다. 여 대표는 "산업용 로봇에 쓰이는 모터 샘플을 세계 주요 제조회사에 보내 현장 테스트를 하고 있다"며 "로봇 팔의 관절이 꺾이는 부분마다 모두 기어드 모터가 들어가는 데다, 각각 서로 다른 움직임을 하기 때문에 정확도가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말했다.

고속철도용 기어드 모터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이 회사는 작년에 고속철도의 객차 간 자동문에 쓰이는 모터를 중국에 처음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2년 동안 중국 철도검증인증센터의 까다로운 검증을 통과한 끝에 얻어낸 성과"라고 했다. 중국 정부의 모의실험에서 경쟁사인 독일 업체가 만든 자동문은 500만번 개폐 만에 기어드모터의 수명이 다한 반면, 에스피지 제품은 750만번까지 멀쩡했다는 것이다. 여 대표는 "우리 제품은 모터의 회전력을 이용해 기계 본체에 동력을 전달하는 기계의 심장과 같은 부품"이라며 "인공지능(AI)·로봇이 중심이 될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폭발적으로 늘어날 이 시장에서 일본 업체를 한번 꺾어보는 게 목표"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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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16/2018011600068.html#csidxd34dc2cdd722ad1b66640bb1d371dc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