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신소재

사드 넘어… 중국 아랫목도 데운다

웃는얼굴로1 2018. 1. 24. 11:40

[글로벌 점프! 강소기업이 떴다] [6] 보일러 명가 '경동나비엔'

"품질이 생명"… 불량률 0.00007%, 작년 역대 최대 매출·영업익 기록
해외수출 비중, 처음 내수 추월 "2022년 매출 2조원 달성할 것"


12일 경기도 평택시에 있는 보일러업체 경동나비엔의 서탄공장. 높이 3m 정도의 산업용 로봇 팔이 가로 40㎝, 세로 70㎝ 크기의 보일러 한 대를 빠른 속도로 곳곳을 훑으면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비전촬영로봇'이라 불리는 이 로봇 팔이 보일러 한 대당 21초 동안 52장의 사진을 찍어 컴퓨터에 전송해 자동으로 제품의 불량 여부를 판단한다. 현장에서 만난 김두식 생산총괄전무는 "물과 불, 가스를 다루는 보일러와 온수기는 불량이 나면 큰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에 품질이 생명"이라며 "2016년 이 공장이 문을 열기 전까진 제품 불량률이 0.0004%였는데, 첨단 장비와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불량률을 0.00007%까지 끌어내렸다"고 설명했다.

홍준기 대표
홍준기 대표

국내 1위 보일러기업 경동나비엔은 지난해 역대 최대인 매출 6800억원과 영업이익 512억원(시장 추정치)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17%나 늘어났다. 수출은 미국·영국·중국 등 세계 30여 개국에서 3470억원을 기록했다. 경동나비엔의 홍준기 대표는 "해외 수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51%로, 처음으로 수출이 내수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모두가 콘덴싱이 어렵다고 했지만… 수출 배수진(背水陣)으로 돌파

국내 최초 보일러 제조 기업인 경동나비엔은 1990년대 후반 가스보일러 국내 시장에서 3위로 추락하면서 위기에 직면했다. 당시 최첨단 제품인 '콘덴싱 보일러'를 주력 제품으로 밀다가 시장에서 외면당한 것이다. 콘덴싱(condensing·응축) 보일러는 일반 가스보일러와 달리 배기가스로 빠져나가는 열을 다시 모아 응축해 난방과 물을 데우는 데 한 번 더 쓴다. 에너지 사용량은 일반 보일러보다 20~30% 적으면서 미세 먼지의 주요 성분인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70~80%나 감축하는 혁신 제품이었지만 일반 보일러보다 2배 비싼 가격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사드 넘어… 중국 아랫목도 데운다

홍 대표는 "'더는 도망갈 데가 없다'는 각오로 배수진을 치고 해외시장에 도전했다"며 "국가별 시장을 조사해 맞춤 공략에 들어갔다"고 했다. 한국처럼 온돌 난방을 하지 않는 미국에는 물을 데우는 콘덴싱 온수기, 영국 등 유럽 국가에는 라디에이터 난방용 콘덴싱 보일러를 만들어 팔았다. 그는 "높은 에너지 효율에 친환경 제품인 콘덴싱 보일러가 결국 시장에 먹힐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4년 뒤 매출 2조원 기업이 되겠다"

올해에는 세계 최대 보일러 시장인 중국 시장에서 큰 성장이 예상된다. 한 예로 지난 10일 중국의 가스안전관리기관인 천진검측소가 자국에 진출한 독일·미국·일본 등 세계 20여 개 보일러 기업의 관계자들과 함께 경동나비엔의 서탄공장을 견학했다. 중국 기관이 '한국 경동나비엔의 제조 공정을 다른 업체가 배웠으면 좋겠다'며 만든 행사다. 홍 대표는 "지난해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가 중국 진출에 영향을 미칠까 걱정했지만 중국 5개 성(城)에서 메이가이치(煤改氣·석탄 난방을 가스 보일러로 대체하는 사업) 사업권을 따냈다"고 했다.

경동나비엔 보일러의 우수한 품질은 보일러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을 협력업체로부터 납품받지 않고 직접 생산하는 것이 비결이다. 홍 대표는 "2008년 북미 지역 불량 사고가 났을 때 납품을 받았던 400원짜리 작은 플라스틱 부품이 원인이었다는 것을 알고 그 뒤로는 주요 부품을 직접 만들고 있다"고 했다. 그는 "치열한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선 손톱만 한 부품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 정도의 집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친환경 보일러와 제습·환기까지 제공하는 혁신 제품을 앞세워 2022년 매출 2조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19/2018011900026.html#csidx2420e9eeacd9307b15ecc51fcd9b4e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