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점프! 강소기업이 떴다] [3] 디지털 엑스레이 제조 '바텍'
엑스레이·CT·두부규격촬영 등 세계 최초로 '3 in 1' 장비 출시
가격 절반으로… 해외주문 쇄도
운동권 출신인 노창준 회장 "후발주자도 한우물 파면 승산"
지난 8일 경기도 화성시 석우동에 있는 바텍 공장. 축구장 넓이만 한 공장 한쪽에선 직원 4명이 한 조를 이뤄 치과용 엑스레이 장비의 팔 부분을 몸통에 붙이는 조립 작업을 하고 있었다. 다른 쪽에서는 마네킹 머리를 찍으면서 엑스레이 영상이 선명하게 나오는지 검수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바텍의 치과용 엑스레이 장비는 엑스레이와 CT(컴퓨터 단층촬영), 치아교정용 머리뼈 영상 촬영 등 3가지 영상 작업을 한꺼번에 수행할 수 있다. 김신태 바텍 제조팀장은 "3가지 장비를 하나로 합치면서 가격을 절반 이하로 내린 게 경쟁력"이라며 "화성과 중국 공장에서 연간 5500대를 생산해 미국·유럽·중국으로 수출한다"고 말했다. 이 제품의 가격은 기종에 따라 약 3000만~8000만원으로 바텍은 작년 매출 22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약 380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무려 18%에 달한다.
- ▲ 치과용 엑스레이 장비 제조업체 바텍의 노창준 회장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최근 수출이 크게 늘면서 올해 말이면 세계 1위로 올라설 것”이라며 “중소기업도 한 분야에 꾸준히 집중하면 세계시장에서 승산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사진은 경기도 화성 공장에서 직원들이 생산한 엑스레이 기기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 /주완중 기자
치과용 디지털 엑스레이 전문 제조업체인 바텍이 세계 정상을 향해 뛰고 있다. 전 세계 100여국으로 제품을 수출하며 치과용 엑스레이 1·2위인 독일의 시로나, 핀란드의 플랜메카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공장에서 만난 창업자 노창준(60) 회장은 "수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80% 이상"이라면서 "해외에서 주문이 밀려들고 있어 올해 말이면 세계 1위로 올라설 것"이라고 했다.
◇노창준의 '한우물 승부수'
- ▲ 노창준 회장
1992년 산업용 엑스레이 검사장비 업체로 출발한 바텍은 IMF 외환 위기를 겪으면서 경영난을 겪었다. 뚜렷한 미래 청사진도 없었다. 2001년 바텍을 노 회장이 인수했다. 서울대 78학번 운동권 출신으로 주로 중소기업에서 전문경영인으로 일했던 노창준 회장은 바텍에 사장으로 영입됐다가 아예 회사를 넘겨받은 것이다.
노 회장은 바텍 인수 후 30명 전 직원에게 세계 1등을 할 수 있을 만한 아이템을 찾아보라고 했다. 수백건의 아이템이 올라왔다. 직원들과 밤샘 회의 끝에 산업용을 버리고 치과용 디지털 엑스레이 장비 한 곳에 집중하자고 결정했다. 노 회장은 "중소기업도 세계시장에서 승부를 해야 하고, 후발주자라도 한 분야로 좁히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당시 치과용 엑스레이 장비 세계 1·2위인 시로나와 플랜메카는 엑스레이뿐만 아니라 환자용 의자 등 치과에서 쓰이는 장비를 모두 만들었지만 바텍은 오직 치과용 엑스레이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노창준 회장과 엔지니어들은 회사에서 숙식하면서 경쟁사 제품을 뜯어가며 공부했다. 노 회장은 "당시 기술협력을 맺고 있던 핀란드의 한 치과용 엑스레이 업체가 도산하자 현지로 날아가 갈 곳을 잃은 현지 엔지니어 3명을 설득해 한국으로 데려오기도 했다"고 했다. 이런 노력 끝에 바텍은 2003년 국내 최초로 치과용 디지털 엑스레이 장비를 개발했고 2년 뒤엔 세계 최초로 세 가지 기능을 모두 수행하는 '3 in 1' 장비를 출시해 미국 시장을 본격적으로 개척했다. 노 회장은 "2005년 독일 치과기기 국제전시회에 25㎡(7.6평) 크기의 부스를 차렸는데 정말 아무도 오지 않아 눈물이 나더라"며 "미국에서는 대리점마다 찾아가 기존에 없던 제품임을 강조하고, 기존 제품의 절반 이하로 납품하겠다고 설득해 간신히 판로를 뚫었다"고 했다.
◇과감한 R&D 투자로 신시장 개척
노 회장은 연구개발(R&D) 투자에 심혈을 쏟는다. 이를 통해 디지털 엑스레이 장비의 국산 부품화율을 93% 이상으로 끌어올렸고 관련 특허도 126건이나 보유하고 있다. 인수 당시 30명에서 950명으로 늘어난 직원 중에 약 20%가 연구개발 인력이다. 노 회장이 공장 바로 옆에 최대 150명의 아이를 위탁해 돌볼 수 있는 어린이집을 설립한 것도 우수한 연구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중국과 인도에서 1위에 오른 바텍은 올해 남미와 호주·중동 등 신시장을 개척하는 데 총력을 쏟을 계획이다. 이를 위해 가격과 기능에서 현지 시장 상황에 맞는 맞춤형 전략을 펼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시장에선 방사선량을 기존 대비 75%까지 줄인 그린 제품을 주력으로 판매하고, 인도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엑스레이 장비를 수출하는 방식이다. 노 회장은 "바텍은 끊임없이 틈새시장을 찾아 세계 1등에 도전하겠다"며 "우리나라에도 특정 분야에서 1위를 하는 강소기업이 많아져야 나라가 100년, 200년 성장할 수 있다"고 했다.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14/2018011401556.html#csidxa48d6ae37faeca884ba6e2820721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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