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강남판자촌' 재개발 시동..12년만에 빛보는 '거여마천 뉴타운'

웃는얼굴로1 2017. 10. 29. 23:04

[생생부동산]개발 기대감에 수억원 웃돈도..주민 재정착 문제는 숙제로

 

지난 19일 서울 송파구 거여동 거여2-1구역의 낡은 판자촌이 철거되는 현장. /사진=김사무엘 기자


“조합원 입주권은 웃돈(프리미엄)이 2억원이에요. 다음달에 분양이 시작되면 웃돈은 더 오를 겁니다.”
 
지난 19일 서울 송파구 거여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다음달 일반분양을 앞둔 ‘거여2-2 재정비촉진구역’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올들어 정부가 ‘6·19 부동산대책’과 ‘8·2 부동산대책’ 등으로 재건축·재개발 규제 강화에 나섰지만 ‘거여마천 뉴타운’은 개발 기대감에 오히려 몸값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거여마천 뉴타운이 사업 시작 12년 만에 첫 분양에 나선다. 부동산 경기침체와 조합원간 갈등 등으로 수년간 사업이 지체됐지만 마수걸이 분양을 시작으로 다른 구역들도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강남권 유일의 뉴타운이라는 희소성과 인근 위례신도시 개발 등과 맞물려 구역 내 주택 매매가도 오름세다.


◇12년째 지지부진 '거여마천 뉴타운', 마수걸이 분양으로 기대감 고조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거여2-2구역을 재개발한 ‘e편한세상 송파파크센트럴’이 다음달 분양 예정이다. 지하 4층~지상 33층 12개동, 1199가구 규모로 이중 379가구가 일반에 분양된다.
 
거여·마천동이 2005년 12월 뉴타운으로 지정된 이후 12년 만에 첫 분양이다. 거여마천 뉴타운은 송파구 거여·마천동 일대 104만3843㎡의 노후 주거지역을 아파트촌으로 정비하는 사업이다. 현재 △거여2-1 △거여2-2 △마천1 △마천3 △마천4구역 등에서 사업을 추진 중이다.

 

@머니투데이 김현정 디자이너


거여동은 1960~70년대 서울 도심개발로 쫓겨난 사람들이 몰려와 판잣집을 짓고 살면서 형성된 마을이다. 일명 ‘개미마을’로도 불리며 서울의 대표적인 ‘달동네’로 꼽혔다.


2000년대 초반 뉴타운 바람을 타고 이곳도 재개발사업이 시작됐다. 노후도가 심각한 거여동 주민들이 2008년 먼저 재개발조합을 만들었고 마천동에서도 2012년부터 재개발추진위원회가 구성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서울의 다른 뉴타운들과 마찬가지로 거여마천 역시 2008년부터 시작된 부동산 경기침체의 영향을 벗어날 수 없었다. 사업성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이 하나둘 늘어갔다. 결국 주민 반대와 소송 등으로 마천3구역은 2013년, 마천1구역과 마천2구역은 2014년 재개발 구역 지정이 취소됐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2015년부터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고 서울의 재개발·재건축시장이 살아나면서다. 지지부진하던 거여2-1구역과 거여2-2구역이 2015년 5월과 7월 각각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이주를 시작하면서 개발 기대감도 높아졌다.


거여동 재개발이 사업에 속도를 내자 재개발이 취소된 마천동에도 사업 재개 움직임이 나타났다. 마천1구역과 3구역은 최근 송파구의 설문조사에서 정비구역 재지정을 찬성하는 주민 비율이 70%를 넘었다. 마천3구역은 지난 6월 다시 정비구역으로 지정됐고 마천1구역도 재지정을 추진 중이다. 마천2구역은 주민 자체적으로 예비 추진위를 만들어 사업 재추진을 위한 주민 동의를 받는 과정에 있다.


◇조합원 분양권 '웃돈 2억'…단독주택 매매가도 38% 상승


거여2-2구역이 분양을 앞두자 조합원 입주권 시세도 상승세다.
 
지역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거여2-2구역의 조합원 분양가는 3.3㎡당 1700만~1800만원이다. 전용면적 59㎡ 기준으로 약 4억6000만원이다.


최근 웃돈 시세는 약 2억원. 조합원 입주권을 사기 위해선 최소 6억6000만원을 들여야 하는 셈이다. 조합원 분양가 6억원대의 84㎡는 여기에 2억원은 더한 8억원 중반이 현 시세다.
 
일반분양 가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3.3㎡당 2500만원대로 나올 것이란 전망이 많다. 59㎡가 6억원 초반, 84㎡가 8억원 중반에 해당하는 가격이다. 현 조합원 물량 시세와 유사하지만 일반분양 경쟁률이 높아지면 웃돈이 더 붙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컨텐츠본부장은 “강남권의 유일한 뉴타운, 5호선 역세권, 북위례 인접 입지 등으로 개발 기대감이 높은 지역”이라며 “위례신도시에서 시세차익을 경험한 사람들이 거여마천에도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머니투데이 김다나 디자이너


특히 마천4구역의 경우 용도지역이 제2종일반주거지역에서 지난 2월 제3종일반주거지역으로 상향되면서 사업성이 크게 높아졌다. 이전에는 용적률이 최대 254%였지만 용도지역 상향으로 용적률도 최대 300% 올릴 수 있게 됐다. 용적률은 대지면적 대비 건축물 지상층 연면적 비율로 용적률이 높을수록 가구 수를 더 늘릴 수 있어 분양수익도 늘어난다.
 
거여동 분양과 마천4구역의 용도지역 상향 등으로 개발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마천동의 집값도 상승 추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홈페이지에 따르면 마천동의 단독·다가구 지분 매매가는 지난 2월 3.3㎡당 1409만원에서 지난 9월 1944만원으로 38% 상승했다. 골목 안쪽 단독주택은 3.3㎡당 2000만원, 대로변 주택은 3.3㎡당 3000만원 이상이 시세라는 게 지역 공인중개소들의 설명이다.

◇수억원대 부담금과 원주민 재정착은 숙제


모든 구역이 사업에 속도를 내지만 풀어야 할 숙제는 많다. 수억원대 부담금과 낮은 원주민 재정착률, 반대 주민들을 설득하는 일 등이다.
 
부담금은 조합원이 분양받기 위해 추가로 들여야 하는 돈이다. 분양가에서 자신이 보유한 지분의 권리가액을 뺀 만큼이 부담금이다.

 

지난 19일 서울 송파구 거여동 거여2-1구역에서 이주가 완료된 상가 모습. /사진=김사무엘 기자

거여2-1구역과 거여2-2구역의 경우 조합원 1인당 평균적으로 3억원가량 부담금이 들었다고 한다. 높은 부담금으로 분양받지 않고 현금 청산한 주민이 30~40% 정도다. 개발로 인해 수십년간 살아온 마을에서 떠나야 했던 것이다. 이런 이유로 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거여2-1구역의 경우 현재 약 90% 이주가 진행됐고 내년 일반분양을 계획하고 있지만 구역 내 한 종교시설이 관리처분 무효 소송을 제기한 상태여서 사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철거가 완료된 거여2-2구역과 달리 2-1구역은 아직도 군데군데 판잣집 건물이 남아 있다.


마천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예전에도 사업성 때문에 반대하는 사람이 많아 거여마천 뉴타운이 부침을 겪은 것인데 지금 부동산 경기가 좋아졌다고는 해도 반대가 얼마나 찬성으로 돌아설지 의문”이라며 “형편이 안되는 주민들은 투자목적으로 들어오는 외지인에게 집을 파는 경우도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