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르포]"죽기전 새집 살아보자"..은마, 매물 회수 '급선회'

웃는얼굴로1 2017. 10. 28. 22:32

49층 포기 아쉬움은 남아.."사업성·추가분담금 속상" 실망감도
집주인들, 집값 상승 기대감에 매물 거두고 계약 취소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단지의 모습.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35층 재건축 수용으로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른 만큼 일단 환영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반대파 목소리도 여전하지만 투표로 결정된 만큼 따를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봅니다. 가격 상승 기대감이 생기자 집주인들은 매물을 싹 거둬들이고 있어요."(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인근 A공인)


2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현장. 전날 49층 재건축 포기 선언으로 이슈 중심에 오른 이 단지는 35층 재건축 수용을 환영하는 주민들과 49층 포기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주민들로 양분돼 있었다.


'49층 초고층 재건축'을 고집하며 서울시와 대립하던 은마아파트는 결국 전날 백기를 들고 '35층 재건축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아파트 토지등소유자 3662명이 투표한 결과 절반을 넘는 2601명(71%)이 35층안을 선택했다. 서울시의 재건축 아파트 높이 기준을 받아들인 만큼 사업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날 단지를 거니는 주민들의 대화 주제 대부분이 35층 재건축 수용에 대한 내용이었다.


노년층을 중심으로 주민 상당수가 49층 포기가 아쉽기는 해도 사업이 장기간 표류 끝에 진행 궤도에 오른 만큼 환영 입장을 밝혔다. 특히 60대 이상 노년층은 죽기 전에 재건축 된 새 아파트에 살아보고 싶다는 간절함이 컸다.


최모씨(65)는 "세간의 주목 받는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워낙 노후해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며 "나이 때문에 더 이상 지체됐다가는 재건축 수혜를 누리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컸다"고 말했다.


그동안 49층을 고집하던 강행파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박모씨(63)는 "서울시의 초고층 재건축 반대 입장이 확고한데 초고층 욕심을 내세워 시간 낭비, 돈 낭비만 했다"며 "이제라도 빨리 사업을 진행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은마아파트는 지은 지 40년이 다 돼 가는 노후 단지지만 2003년 재건축 조합설립추진위원회(추진위)가 설립 이후 14년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최근에는 서울시가 반대하는 49층 재건축을 거듭 고집하면서 2년여간 사업이 지연됐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모습. © News1

하지만 49층안 포기에 대한 실망감을 쏟아내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들려 아직 층수와 관련한 앙금이 남았음을 짐작케 했다.


40대 박모씨는 "오래 기다린 만큼 더 참고 49층 랜드마크로 지어 사업성을 높였어야 한다"며 "사업성 저하, 일반분양 감소로 추가분담금만 늘어나게 된 꼴"이라며 불만을 성토했다.


염모씨(44)도 "결국 35층 층수 규제에 갇혀 성냥갑 아파트로 지어질까 걱정된다"며 "투표로 결정돼 항의할 수도 없고 답답할 뿐이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은마 재건축 추진위는 35층 재건축안이 소유주 절반 이상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은 만큼 이를 반영한 정비계획안을 내달 중 서울시에 다시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비구역지정이 연내 이뤄지면 내년 상반기에 조합설립인가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재건축 사업의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제거되고 진행 궤도에 오르자 집주인들은 중개업소에 내놨던 매물을 다시 거둬들였다. 예정됐던 계약이 취소되기도 했다.


인근 A중개업소 업자는 "아무래도 표류했던 사업이 재추진되는 만큼 집주인들이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것 같다"며 "이후 분위기를 살핀 뒤 다시 내놓겠다는 분위기다"고 전했다.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는 9월 13억5000만원까지 거래된 뒤 13억4000만~14억원까지 시세가 형성돼 있다. 전용 84㎡는 지난달 15억4000만원에 거래된 뒤 호가가 16억원까지 올랐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35층 재건축이 결정되기 전 전용면적 76㎡ 매물을 13억9000만원에 계약하기로 매도자·매수자간 약속이 돼 있었지만 35층 결정 이후 매도자가 계약 장소에 나타나지 않아 계약이 어그러졌다.


중개업자들은 연말까지 현 시세에서 5000만~1억원 가량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집주인들이 장기적으로는 인근 입주 2년차인 래미안대치팰리스를 목표로 호가를 올릴 것이라고 한 업자는 귀띔했다. 대치 청실 아파트를 재건축한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는 현재 17억3000만~18억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jhk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