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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거래신고제, 실수요자 부담 키워..임대확대론 서울 수요 감당 무리"

웃는얼굴로1 2017. 8. 3. 14:29

정부가 8월 2일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은 6·19 부동산 대책에서 빠진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차원이지만, 서울 등 일부 지역 주택시장을 잡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잠실 일대 아파트 단지들. /연합뉴스

이번 8·2 대책의 주요 내용은 서울 전 지역과 경기 과천, 세종 등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고, 다주택자의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와 금융규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문제는 6·19 대책에서 빠졌던 공급정책이 이번 8·2 부동산 대책에서도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는 서울과 수도권 최근 주택 공급량은 예년을 웃도는 수준으로 공급 여건이 안정적이라는 생각이다. 수도권과 서울의 지난 5년 동안 평균 입주 물량은 각각 20만5000가구, 7만2000가구이다. 올해는 수도권과 서울에 각각 28만6000가구, 7만5000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정부는 수도권 공공택지를 확보하고 연간 공적임대주택 17만가구(수도권 10만가구)와 분양형 공공주택인 신혼희망타운 5만가구(수도권 3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수요 억제책이 중심인 상황에서는 여전히 서울의 주택시장 과열을 잡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공적임대주택은 민간소유이나 공공이 세제·금융지원을 통해 임대료 상승률을 제한하고, 임대료가 시세보다 저렴한 주택을 말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서울 주택보급률은 96%다. 오피스텔을 포함한 실질 주택보급률은 104.5% 정도로, 적정 주택보급률인 105~110%에 미치지 못한다. 서울연구원은 “낡은 불량주택, 외국인 수요 등을 고려하면 주택 재고가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가 임대주택 공급을 시작한다 하더라도 분양에서 시공, 준공까지는 족히 2~3년은 걸리기 때문에 즉각적인 공급 효과도 볼 수 없다. 특히 최근 주택시장이 과열된 서울 강남권이나 마포·성동·동작구 등의 경우 임대주택 공급만으로는 수요를 줄일 수 없어 집값에 크게 영향이 없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정부는 과천지식정보타운, 위례신도시, 화성동탄2신도시 등에 희망타운 사업을 추진한다는 목표지만, 서울 민간 주택 수요가 움직일지는 미지수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센터장은 “이번 대책으로 재건축·재개발 시장이 위축되면서 사실상 서울은 주택 공급 루트가 다 막혔다”며 “오히려 새 아파트로 수요가 몰릴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공급 가구 규모에 대한 논란도 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서울 주택 준공 실적은 총 42만4623가구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멸실 가구 수는 11만100여가구. 지난해 멸실 가구가 포함돼 있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6년 동안 대략 30만가구가 늘어난 셈인데, 수도권에 매년 13만가구 정도의 임대주택이 공급된다고 하더라도 넘쳐나는 서울의 주택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업계는 매년 서울 주택 수요를 평균 6만가구 정도로 보고 있다.


국토부는 “서울 분양 물량은 과거 5·10년전 평균보다 각각 61%, 85% 증가한다”며 “강남 4개구와 서울과 가까운 경기권의 입주 예정 물량도 많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건설·부동산 담당 연구원은 “임대주택 공급은 이미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에 나온 내용이라 새로울 것이 없어 수요에 어떠한 영향도 줄 수 없을 것 같다”며 “수요자들은 민간주택을 원하는 것이지, 공공임대주택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액(gap)으로 아파트를 사들이는 갭 투자를 막기 위해 투기과열지구에서 3억원 이상 주택 거래 때 자금조달계획과 입주계획 등의 신고를 의무화하는 제도가 앞으로 시행되지만, 이 역시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두고 볼 일이다.


앞서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3월에 6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살 때 주택구매자금 조달 계획과 입주 계획을 지자체에 제출하는 ‘주택거래신고제’가 도입됐는데, 2015년 7월 폐지됐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자금조달·입주계획 의무화는 앞서 시행된 주택거래신고제보다 더 강화된 조치다.


다만 2006년 1월 이와 기능이 비슷한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제도가 이미 도입된 데다, 갭 투자의 경우 최근 3억원 이하 소형 아파트나 다세대주택 등에서 많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빈틈이 있을 수 있다. 과거 이 제도로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부담이 커진 적도 있다. 거래량이 줄면서 매물 부족으로 주택 가격이 오르며 실수요자의 부담이 커지는 일도 생겼다.


전문가들은 “거래량과 투기 수요를 줄이는 효과는 있었지만, 저금리 요인 때문에 집값이 오르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센터장은 “3억원 이상 집 거래를 신고하게 되면 매매자 입장에서는 심리적으로 매우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특히 강남 자산가들의 경우 자금조달 계획을 공식적으로 내면 국세청에 공유될 수 있다는 우려에 아예 집을 사지 않는게 낫다고 생각하면 거래가 얼어붙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