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들고 지분 확보 '동분서주'
'교보-강남-양재' 새로운 상권 라인 구축 기대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서초구가 지난해 '양재 R&D 혁신지구' 조성한다고 발표하고 나서 동네 분위기를 들뜨게 만들었어요. 투자할 사람은 이미 들어온 상태라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차분해요. 몇몇 자산가들이 다가구를 찾고 있는데 누가 매물을 내놓겠어요." (양재역 인근 A공인중개소 관계자)
지난 5일 찾은 서초구 지하철 양재역 일대는 높은 빌딩이 빼곡히 들어서 완벽한 상권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빌딩 사이 골목길에 들어서자 다세대·다가구가 밀집돼 있었고 신축빌라 공사가 진행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상권이 활발한 역 주변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양재역 인근 A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양재역 주변을 제외하면 일반적인 서울 구도심의 모습"이라면서 "테헤란로 중심으로 상권이 이뤄진 강남역 주변과 비교하면 초라하다"고 말했다.
◇양재역 일대 축구장 24개 크기 상업용지 확대
서초구도 양재역 일대 상권을 살리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지난달 사업비 3억3400만원을 투입해 상업지역 확충을 검토하는 '양재지구중심 지구단위계획 재정비 용역'에 착수한 것. 지구단위계획이 결정된 양재역 일대를 강남 도심의 새로운 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번 재정비 용역을 수행할 지역은 2002년 '양재지구중심 지구단위계획'으로 결정된 양재역 주변(8만2550㎡)에 Δ양재1동 일대(4만9035㎡) Δ서초구청사 부지(2만4591㎡) Δ양재전화국 일대(3만9086㎡)까지 포함됐다. 이는 19만5262㎡ 규모로 축구장 약 24개 크기에 달한다.
양재역 주변은 지하철 3호선과 신분당선이 교차해 교통 중심지로 꼽힌다. 다만 인접한 강남역과 비교해 낙후돼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 강남역 일대는 교보사거리로 이어지는 상권으로 기업수요가 몰리고 있다. 후발주자로 나선 양재역 상권이 이미 자리잡은 강남역을 따라잡기는 어려웠다.
양재역 주변 임대료는 강남권과 비교하면 약 20% 낮은 수준이다. 리맥스코리아에 따르면 양재역 인근(반경 300m 기준) 빌딩 월 임대료는 3.3㎡당 5만4720원. 반면 같은 기준 강남역 일대는 6만8670원 수준이다.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현재 양재역 모습은 10년 전과 비교하면 환골탈태한 수준"이라면서도 "아직 강남역 주변 땅값이 양재역보다 2∼3배 비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월세 시장 탄탄… 투자매물 희소
서초구 발표가 나오면서 일대 부동산에선 고무된 분위기가 역력했다. 앞으로 상권 발달로 유동인구 증가뿐 아니라 강남권에서 관심지역으로 발돋음할 수 있는 원동력을 확보해서다.
현지 공인중개소들은 서초구 발표 이후 매수 문의는 꾸준하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실거래로 이어지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서초구가 양재·우면동을 수도권 대표 R&D구역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해서다. 당시 투자자들이 한 차례 유입되면서 매물 자체가 희소해졌다.
현재 투자자들이 월세를 충분히 받고 있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추가적인 상권형성에 따른 배후수요 증가로 높은 전월세 수익을 예상할 수 있어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이번 서초구 계획 발표가 나오기 직전 빌라 매물 2∼3건이 거래됐다"면서 "원래 거래할 수 있는 매물이 없는 데다가 새로운 계획까지 나와 일단 집주인들은 기다리겠다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자산가, 다가구 매입 위해 동분서주
다만 양재역 일대에선 수십억원대 자산가들이 지분 확보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다. 이들은 소규모 상가나 다가구 주택을 사들여 상업용지 변경까지 장기간 기다리겠다는 계획이다. 상업용지로 변경되면 직접 건물을 올려 시세차익을 거두겠다는 배경이 깔려있다.
H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다가구 매물을 찾는 투자자가 나타나 가격을 논의 중에 있었다"면서 "집주인은 결국 고심 끝에 거래를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실투자금액은 대출금과 보증금을 제외하면 시세에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면서 "추후 자금이 부족해도 건축업자들과 손을 잡고 건물 올리기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서초구 계획을 두고 양재역 일대가 강남을 잇는 새로운 상권 형성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교보사거리와 강남역 상권이 양재동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택지지구 개발과 같은 빠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지가상승이 초래되면 미래가치가 선행적으로 움직여 예상보다 개발이 지연될 수 있다"면서 "개발 촉진을 유도하는 정부 정책이 효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장진택 리맥스코리아 이사도 "용도변경으로 신축 빌딩과 리모델링이 진행되면 부가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면서도 "강남과 잠실 인근에서 오피스 공급이 계속되고 있어 개발 이후에도 정체된 분위기는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passionk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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