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원안가결 안건 서울시 정책과 동조
추천제로 구성돼 '반대의견' 쉽지 않아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서울시가 추진하는 '도시재생' 사업에 강력한 드라이브가 걸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 정책도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변화보다는 도시재생에 방점이 찍혀 있다.
도시재생 추진을 위한 첫 번째 관문인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 역할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다만 도계위가 서울시 도시정책 절차에 동조하고 있다는 지적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4일 서울시에 따르면 새 정부 이후 지난달 총 2차례 진행된 도계위에서 다뤄진 안건은 총 19건으로 나타났다.
이 중 원안가결은 절반 수준인 10건. 내용을 보면 도시재생과 정비구역 해지가 8건을 차지했다. 도계위가 현재 서울시가 추진하는 방향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대목이다.
도계위는 재건축 단지 정비계획과 정비구역 지정·해제 등 도시계획 전반에 관한 사항을 다룬다. 현재 이제원 정부시장을 위원장으로 총 27명으로 구성됐다. 각계각층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시의회의원·대학교수·언론인·변호사·시민단체 대표 등으로 이뤄졌다.
서울시는 도계위 구성을 위해 적절한 인물을 추천받은 후 선정위원회를 거쳐 최종 결정한다. 임기는 2년으로 연임은 1번만 가능해 최대 4년까지 활동할 수 있다.
업계에선 도계위 구성에 대한 공정성을 지적했다. 현재 상황에선 도계위 내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다. 도계위 구성 방삭이 추천제로 이뤄져 불편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인물이 없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서울시 정책에 동조할 수 있는 '자기 사람'으로 이뤄져 단순히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도계위 경험이 있는 A씨는 "도계위에서 공무원이 특정 안건에 대해 시장 정책인 만큼 무리 없이 진행하자며 부추기기도 한다"면서 "도계위 중 1∼2명이 분위기를 조성하면 결과는 그대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폐쇄적인 도계위 심의 절차다. 도계위에서 결정된 보류 사유는 비공개가 원칙이다. 최종 결과 3개월 이후에 회의록 열람이 가능하지만 온라인 공개는 불허하고 있다. 시는 또 도계위가 열린 당일 참석수는 공개하지만 구체적인 명단은 밝히지 않는다.
심사 기준도 계량화되지 않아 객관적 평가가 어렵다. 조례에 따르면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찬성이 성립돼야 안건이 처리될 수 있다. 다만 서울시는 사실상 합의제를 통해 안건 결과를 도출하고 있다.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도계위 구성원이 어떠한 의견을 개진했는지 공개할 필요가 있다"면서 "공개 모집 등 투명한 절차를 통해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구체적인 명단과 개인별 회의록을 공개하기는 어렵다"면서 "각계 전문가가 모인 만큼 치열한 회의가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강남 재건축에 대해선 깐깐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진행된 제9차 도계위 개최 결과 유일한 보류 결과가 나온 안건은 '가락상아 아파트 주택재건축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안)'이다.
업계 관계자는 "도시가 발전하기 위해선 실험적인 시도가 진행돼야 한다"면서 "현재 도계위는 도가 지나칠 정도로 보수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정책이 도시재생에 방점이 찍히면서 불협화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도계위는 지난 3월 '서계동 일대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 및 지구단위계획결정(안)'을 수정가결했다. 서울역 역세권 지역에 문체부 국립극단·대한통운 부지 등을 포함해 6개 특별계획구역을 지정해 도시재생으로 지역을 살리겠다는 것.
하지만 지역 주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서울로 7017'가 등장하면서 개발계획이 수정됐다는 주장이다. 실제 주민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전면 철거를 통한 재개발 방식을 추진했다.
서계동 주민협의회 관계자는 "주민 80% 이상이 서울시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면서 "청와대 진정서 제출 등 재개발 방식으로 지역을 바꾸겠다는 의지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부 지역 주민들이 재개발을 원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주민들 안에서 다양한 의견이 있는 만큼 이해관계를 풀어가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passionk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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