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실률은 껑충…할인점에 밀리고 인터넷몰에 치여 수요 갈수록 줄어
수익률은 뚝…수도권지역 분양가 5년새 16%나 올라 투자매력 떨어져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한 대형 주상복합 내 상가 전경. 준공한 지 3년 가까이 돼 가지만 거의 모든 점포가 텅 빈 채 남아 있다. <이충우 기자>
2년여 전 수도권에 소재한 공급면적 80㎡ 상가점포를 구입한 정 모씨는 요즘 밤잠을 이루기 힘들다. 계약 만료 시점이 다가오는 가운데 점포 임차인이 영업실적이 신통치 않다는 이유로 점포를 빼기로 했기 때문이다.
정씨는 현재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해서는 새로운 임차인을 구해야 하는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신규 임차인을 구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정씨는 "점포를 매입했던 2009년 초에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로 분위기가 나빴지만 요즘만큼은 아니었다"며 "보름 앞으로 다가온 계약 만료일까지 신규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면 빈 점포로 놔둬야 하는데 점포 구입을 위해 은행 대출을 받았기 때문에 이자만 날리게 생겼다"고 한탄했다.
그럼에도 상가 분양가는 지속적으로 상승곡선을 그려왔다.
상가정보업체인 상가뉴스레이다가 지난 3월 말 분양점포 3158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소재 1층 상가점포 평균 분양가는 공급면적 79.30㎡ 기준 8억3420만원으로 집계됐다. 3.3㎡당 3471만원으로 5년 전인 2006년 3128만원과 비교해 11% 올랐다.
시선을 수도권으로 확대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1층 상가점포 3.3㎡당 평균 분양가가 2644만원으로 5년 전 2281만원과 비교해 16% 상승해 서울보다 오히려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2006년 이후에도 판교 등 신도시에서 비교적 시세가 높은 상가점포들이 대거 공급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씨 사례처럼 고정적인 임대수익을 올리기 위해 거액을 투자해 점포를 구입했지만 정작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유는 명백하다. 상가를 빌려 사업을 하려는 자영업자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은 최근 더욱 심해지고 있다. 통계청이 내놓은 고용동향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자영업자 수는 538만7000명으로 전월인 11월에 비해 약 14만4000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상가수요가 당장 `뚝` 끊기는 것은 아니다. 지역과 상황에 따라 고수익을 올리는 상가투자가 분명히 존재한다.
특히 베이비부머(baby boomer)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상가 수요에 안전판 노릇을 할 수도 있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5~1963년 출생자를 일컫는 베이비부머들이 이미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은퇴를 시작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은퇴하는 베이비부머 세대는 약 150만명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지난 10년간 은퇴자 80만명에 비해 거의 2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대부분 정기급여 생활을 했던 이들은 퇴직 이후에도 고정적인 수입을 얻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관심이 상업용 부동산에 쏠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장기 침체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데다 자영업자 수가 줄면서 상가투자 수요가 크게 위축됐다. 게다가 최근 1인 가구 증가로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이 인기를 끌면서 투자수요 또한 기존 상가 일변도에서 다변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매일경제신문이 최근 부동산 투자설명회 참석자 11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서도 이런 추세가 뚜렷했다. `올해 가장 유망한 재테크 종목`을 묻는 질문에 25%가 원룸ㆍ도시형생활주택을 꼽았고, 오피스텔을 지목한 답변도 14%에 달했다. 이에 비해 상가는 9%에 불과했다.
[특별기획팀=이진우 차장(팀장) / 김병호 기자 / 이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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