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투자

권리금 사라진 강남 노른자 서초삼성타운 상가.."임대료도 깎아드려요"

웃는얼굴로1 2016. 8. 13. 19:05

삼성전자·물산 인력 대이동 사옥 텅텅..상가 문 닫거나 매장 통폐합

 

지난 8일 오후 삼성그룹 서초타운. 여름휴가 시즌이어서인지 거리는 더 한산했다. 특히 삼성물산 서초사옥인 B동 주변은 보안 직원 외에 다니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최근 낮 최고 기온이 35도까지 올라가면서 커피숍마다 사람들이 북적이지만 삼성 서초사옥 인근 커피숍들의 분위기는 달랐다. 일부 커피숍들은 아예 문을 닫거나 문을 연 커피숍들도 빈 테이블이 많았다.

 

지난 6월 이후로 비어 있는 삼성물산 서초사옥 모습. 출입문은 일부 폐쇄되고 보안 직원 몇 명이 지키고 있다. /사진=배규민
지난 6월 이후로 비어 있는 삼성물산 서초사옥 모습. 출입문은 일부 폐쇄되고 보안 직원 몇 명이 지키고 있다. /사진=배규민

 

3년 전부터 삼성 서초타운에서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다는 A커피숍 대표는 "지난해 11월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있던 디자인 인력 2500여명이 빠져나가고 다른 부서들도 옮겨가면서 매출이 20~30%가량 줄었다"며 "그럭저럭 버텼는데 올 상반기에 삼성물산 직원들이 모두 나가면서 매출이 절반으로 줄었다"며 걱정했다.

 

삼성 서초타운 인근 상가 건물에는 '임대 문의', '이전' 등을 알리는 현수막들이 곳곳에 걸려 있다. 높은 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일부 상가 세입자들은 문을 닫거나 프랜차이즈들은 인근 매장과 통폐합했다.

 

지난 8일 삼성물산 서초사옥 바로 인근에 있는 주상복합 건물. 일부 커피숍들이 문을 닫았다. /사진=배규민 기자
지난 8일 삼성물산 서초사옥 바로 인근에 있는 주상복합 건물. 일부 커피숍들이 문을 닫았다. /사진=배규민 기자

 

주상 복합건물인 B타워의 한 커피숍에는 '오후 5시 이후 영업은 가까운 삼성타운점'에서 운영한다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유명한 프랜차이즈 카페인 B매장도 '가까운 매장을 이용해 달라'는 안내 현수막이 매장 유리를 덮고 있었다.

 

서초 삼성타운의 상권이 예전처럼 활기를 되찾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당장 3000여명의 직원들이 있었던 삼성물산 서초사옥이 연말까지는 비어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계열사 재배치 전략에 따라 서초 사옥에 있던 건설 직원들이 지난 3월 판교 알파리움으로 이전하고 이후 6월 상사 직원들도 잠실 향교 타워로 옮겨 갔지만 들어올 회사가 정해지지 않아서다.

 

현재로서는 삼성화재가 옮겨갈 가능성이 높지만 확정적이지 않다. 현재 을지로 사옥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인 삼성화재는 다음 달 초에 인수자를 확정한 뒤에 이전 문제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삼성물산 서초사옥 인근 커피숍 내부 모습. 평일 오후인데도 한산하다. /사진=배규민
삼성물산 서초사옥 인근 커피숍 내부 모습. 평일 오후인데도 한산하다. /사진=배규민

 

삼성화재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서초사옥 일부만 사용할지, 삼성물산 사옥 전체를 임대할지는 을지로 사옥 매각 이후에 비용 등을 따져 논의할 내용"이라며 "아직은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화재 을지로 본사에 있는 인력 수는 약 1200명 안팎이다. 다른 지역에 있는 전산 직원 등을 포함하면 총 2000명이 넘을 것으로 삼성화재는 추산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들어갈 경우에는 최소 인력만 옮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면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들은 지금이 서초동 삼성타운 상가에 입성할 수 있는 적기라고 귀띔했다. K공인중개소 대표는 "삼성타운이 들어선 이후 인근 상가의 월 임대료가 지금처럼 낮았던 적이 없다"며 "예전보다 10~20%가량 낮아졌는데 주인들과 추가 협상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억~2억원 했던 권리금을 안 받는 상가들도 일부 있다"며 "삼성타운 인근 상가 중에 권리금이 없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 서초타운 인근 주상 복합 건물. 한 유명 프랜차이즈 매장(가운데)이 문을 닫은 모습. 인근 매장을 이용해달라는 안내와 임대 문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배규민
삼성그룹 서초타운 인근 주상 복합 건물. 한 유명 프랜차이즈 매장(가운데)이 문을 닫은 모습. 인근 매장을 이용해달라는 안내와 임대 문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배규민

 

배규민 기자 bkm@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