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윤섭 2010/09/02 10:17
하필이면 일요일에 8.29부동산대책이 발표됐습니다. 예상보다 큰 폭이라는 사람도 있고, 약하다는 사람도 있고 의견이 분분합니다. 시장에서 반응이 없다고 하는데 ‘우물에서 숭늉 찾기’ 입니다. 무슨 아파트값이 자장면값도 아니고... 설령 이보다 더 위력적인 대책이 나오더라도 당장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입니다. 골이 깊었으니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이번 주 닥터아파트(www.DrApt.com) 오윤섭의 부자노트에서는 부동산 가치투자의 최대의 적인 서두름에 대해 베트남전 두가지 이야기를 통해 말해볼까 합니다.
베트남전 패배원인: 서두름
미국 외교관계위원회의 국가안보 분야 선임연구원인 맥스 부트 등은 1964년부터 1968년까지 베트남전을 이끈 윌리엄 웨스트모어랜드 주월 미군 사령관의 서두름 때문에 미국이 패배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본인은 2005년 죽을 때까지 베트남전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웨스트모어랜드는 지상군을 투입해 현지 주민들의 협조를 얻고 마을의 치안을 확보하는데 너무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판단, 2차 세계대전처럼 B-52 폭격기, 최신 헬리콥터 등을 동원한 대공세로 섬멸작전을 펼쳐 베트남전을 조기에 승리로 끝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은 결국 패배를 자초했습니다. 전선, 목표, 표적이 불확실한 베트남전에서 공중지원으로 점령한 지역은 미군이 떠나면 2~3일 안에 이전 상태로 회복된 반면 대규모 군사작전으로 마을이 파괴되고 수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면서 베트남인들에게 원성만 듣는 악순환이 계속됐습니다.
스톡데일 패러독스: 현실적 낙관주의
미 해군 장군 제임스 본드 스톡데일은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1965년부터 1973년까지 8년 동안 하노이 포로수용소에 갇혀 있으면서 20여 차례의 모진 고문을 당했습니다.
“막연한 희망을 품은 낙관주의자와 희망을 잃은 비관주의자는 수용소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죽었습니다. 그들은 ‘크리스마스 때 까지는 나갈 거야’ 하고 말합니다. 그러다가 크리스마스가 오고 크리스마스가 갑니다. 그러면 그들은 ‘부활절까지는 나갈 거야’ 하고 말합니다. 그리고 부활절이 오고 다시 부활절이 가지요. 다음에는 추수감사절. 그리고는 다시 크리스마스를 고대합니다. 그러다가 상심해서 죽지요.”
“결국에는 성공할 거라는 믿음, 결단코 실패할 리는 없다는 믿음과 그게 무엇이든 눈앞에 닥친 현실 속의 가장 냉혹한 사실들을 직시하는 규율을 결코 혼동해서는 안됩니다.”
철저한 낙관주의, 반드시 포로생활에서 풀려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결코 그것이 쉽게, 그냥 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현실인식! 낙관주의를 견지하면서도 냉혹한 현실에 대한 인식을 잃지 않는 자세를 스톡데일 패러독스라고 합니다.
스톡데일은 포로생활의 가장 큰 어려움인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대화가 단절된 독방생활 속에서 수용자끼리 서로를 격려하고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의사소통 방법을 만들어내고 고문에 견디는 방법도 개발했습니다. 또한 체력단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장기적으로는 긍정과 희망의 목표를 갖되, 단기적으로는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해 예측할 수 있는 모든 비관적인 상황에 철저하게 대비해 살아남았다는 것입니다.
8.29대책이후 바람직한 가치투자법
역대 어느 정부든 5년, 10년을 내다보고 부동산대책을 세우지 않습니다. 정부의 부동산대책은 ‘언발에 오줌누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대책에 효과가 없으면 다시 추가 대책을 내놓을 것입니다. 그러고도 효과가 없으면 또 대책을 내놓겠지요.
집권 초기에는 서민을 위한 집값 안정을 명분으로 규제대책을 펴거나 시행중인 규제대책 기조를 유지합니다. 그러나 집권 3년차인 이명박정부처럼 주택시장이 악화될 대로 악화되면 내수 회복을 위해 규제완화책을 펴게 됩니다.
2011년 집권 4년차가 되면 규제완화책은 더욱 노골화될 것입니다. 그 이유는 어떤 대책을 내놓아도 집권 말기인 2012년까지 시장 개선(건설경기 활성화)이 뚜렷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규제완화책 효과는 오히려 다음 정권에서 볼 것입니다. 참여정부의 규제책이 MB정부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또 규제완화책을 지속적으로 펴야 하는 이유로는 차기 집권, 즉 2012년 정권 재창출을 위해선 부동산시장이 살아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과거 정치자금의 70%가 건설업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는 걸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부동산 가치투자자를 위한 핵심 포인트입니다. 8.29대책이후 추가 대책이 나오더라도 2011년 상반기까지는 큰 변화가 없을 것입니다. 변화가 있더라도 상당히 완만할 것입니다. 따라서 서두를 필요는 없습니다. 단 서둘러 매입할 필요는 없지만 매수대상에 대한 연구 조사 분석은 종전보다 속도를 내야 합니다.
그리고 2010년 12월 전후로 ‘바닥이 아닌 무릎에 산다’는 생각으로 매입을 하세요. 서두르지는 않되 남보다 한발짝 빨리 움직이고 매수하는 게 쉽지 않을 것입니다. 쉽게 이해하려면 집값 상승 기사가 신문에 1주일이상 지속적으로 나올 때까지는 매수타이밍으로 보면 됩니다.
현실적 낙관주의로 무장하고 준비하는 부동산 가치투자자는 결국 최후의 승리자가 될 것입니다.
Haste Makes Defeat, But Preparation Makes The Ultimate Wi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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