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최고의 갑부인 리카싱(李嘉誠)이 존경받는 이유 중 하나는 어려서 아버지를 여읜 뒤 찻집 종업원부터 시작한 자수성가의 전형이기 때문이다. 그는 온갖 역경을 딛고 일어서 지금은 '다국적기업의 황제' '세계 화상(華商) 가운데 가장 성공한 사업가' '성공과 기적의 대명사' 등의 찬사를 받는다.
리카싱 같은 기업인에게도 풍수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리카싱의 발언을 모아놓은 한 단행본에 이런 말이 등장한다. "사람들이 풍수를 믿어도 좋지만 결국 일이란 것은 사람의 노력에 달렸다(事在人爲)"라고. 이 말은 아무리 힘든 일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당위(當爲)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리라. 하지만 눈으로 확인한 것은 그에게 풍수는 경영의 중요한 요소임이 틀림없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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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槍) 모양의 중국은행 건물과 꼭대기에 대포를 설치한 듯한 홍콩상하이은행 중간에 들어선 청쿵실업 빌딩
공원 좌측 아래에 조성된 그리 크지 않은 장방형 연못 안에는 다시 작은 섬이 3개 있고, 그 섬에는 각각 나무가 한 그루씩 심겨 있다. 중국 전통 원림(園林·정원) 수법 가운데 하나인 '일지삼산(一池三山·하나의 연못에 3개의 산)'이다. '바다 가운데에 3개의 산(영주·봉래·방장산)이 있어 그곳에 사는 신선들은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다'는 전설을 믿었던 진시황 이래 수많은 황제가 추구하였던 세계이다. 11세기에 쓰인 일본의 정원 및 풍수에 관한 책 '사쿠테이키(作定記)'는 산을 임금으로, 물을 인민으로 설정하였다. 현대 풍수에서는 산은 인물을, 물은 재물을 주관한다고 본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하면 이 연못은 권력과 부, 불로불사(不老不死)를 기원하는 배치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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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지삼산(一池三山·하나의 연 못에 3개의 산) 배치의 연못에서 한 여직원이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 섬에 붓고 있는 모습.
특이한 점은 또 있었다. 연못에서 장화를 신은 한 여직원이 끊임없이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 작은 섬에 붓고 있었다. 필자는 동행한 통역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라고 했다.
통역이 다가가 말을 걸자 그 여직원은 필자를 쳐다보며 뭐라고 한다. 통역은 "'반복적으로 물을 길어서 섬에 뿌리는 이유를 알고 싶어 한다'는 말을 전했더니 '저 사람 풍수사 맞지? 어디서 왔나?'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물을 끊임없이 붓는다는 것은 이 회사에 돈이 마르지 않게 하겠다는 풍수적 행위이다. 그 행위를 알아본 필자가 신기했던 것이다. 그 여직원은 "청쿵실업이 이 건물을 지을 때 당대 최고의 풍수사를 초빙하였으며, 이후 회사는 더욱더 부자가 되었다"고 말했다. 그 풍수사는 1922년생인 채백려로 알려지고 있다.
청쿵실업 본부 건물은 주변 풍수도 고려했다. 이 건물을 지을 때 크게 두 가지 조건이 건축사에게 제시되었다고 한다. "그곳 건축법규와 풍수원칙들을 따를 것"이었다. 핵심은 청쿵실업 양옆에 자리한 거대 은행 두 개, 즉 '중국은행(Bank of China·367.4m)'과 '홍콩상하이은행(HSBC·180m)'의 '풍수대전(風水大戰)'에 대한 리카싱의 풍수대응이다.
중국은행은 창(槍) 모양이고, 홍콩상하이은행은 대포(大砲)처럼 생겼다. 이 둘이 서로 겨누는 중간에 청쿵실업 건물이 끼이게 됐다. 리카싱이 초빙한 풍수사는 양측 건물의 꼭대기를 잇는 가상의 선을 긋고, 그 선에 닿지 않을 정도의 높이(283m)까지만 빌딩을 짓도록 했다. 두 건물이 서로 으르렁대는 틈에서 건물의 높이를 낮추어 싸움에서 빠져버린 것이다. 리카싱의 인생관의 한 단면이자 풍수의 절묘한 활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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