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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신도시 “정부가 시장에 찬물 끼얹나”

웃는얼굴로1 2010. 12. 28. 00:19

"1기 신도시라도 분당, 평촌, 일산, 부천 등 리모델링 단지마다 특수성이 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합니다. 무턱대로 수직증축은 안된다고 하는 건 정부가 시장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는 말 밖에는 안됩니다"(이형욱 안양 호계동 목련2단지 리모델링조합장)

"리모델링 시장 활성화를 기대했던 건설사들도 국토해양부의 이번 방침으로 의기소침한 상태입니다. 서울시 공공관리제로 재개발, 재건축 수주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리모델링이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했는데요"(한화건설 관계자)

27일 경기 안양시 호계동 목련2단지 리모델링조합사무실에 열린 조합 관계자들과 건설사 직원들간의 회의에서 정부에 대한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국토해양부가 아파트 리모델링 수직증축을 허용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시공사 선정을 협의하기 위해 모인 자리가 성토장으로 바뀐 것이다.

■리모델링 조합 강하게 반발

국토부 방침 이후 경기 분당, 평촌 등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결성된 리모델링 조합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평촌 목련2단지의 이형욱 조합장은 "지난 9월 3일 용역결과를 바탕으로 공청회를 열기로 한 것을 3개월이나 미루더니, 이번 불허 방침으로 당혹스럽다"면서 "취등록세 혜택과 국민주택기금 5%라는 세제혜택으로 입막음을 하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평촌은 2종일반주거지로 지정된 데다 기본용적률 자체가 높아 리모델링 이외에는 도심재개발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 조합장은 "안양시와 국토부를 상대로 리모델링 지구를 만들어 전체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방안을 수십번이나 설명했다"면서 "일괄적으로 불허하는 정부의 방침을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분당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솔5단지의 전 리모델링조합장이자 1기 신도시 리모델링 연합회 회장인 유동규 회장은"1990년대 이후 지은 1기 신도시의 가구수만 해도 200만가구 이른다"면서 "앞으로 5년만 더 지나면 노후화 아파트들이 한꺼번에 쏟아지게 될텐데 어떻게 대처하려는 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업계, 리모델링시장 냉각 우려

아파트 리모델링을 새로운 신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었던 대형건설사들 실망감이 역력했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서울시가 공공관리제를 도입하면서 재개발, 재건축도 '일단 정지'된 상황에서 경기지역의 리모델링을 기대한 건설사들이 많았다"면서 "이번 정부 결정으로 리모델링 시장에 찬 물을 끼얹은 꼴이 됐다"고 우려했다.

현재 건설사의 주택사업본부는 부동산경기 침체로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이 모두 중지된 데다 공공관리제로 인해 재개발, 재건축 사업도 진행이 쉽지 않은 '사면초가' 상황이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사실 리모델링사업은 제도적으로 미흡하기 때문에 건설사들도 사업 추진에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주직증축 마저 안된다고 하면 리모델링이 활성화 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1기 신도시 집값 하락 '불가피'

최근 중소형아파트 전셋값 급등과 리모델링 사업 활성화 바람을 타고 소폭 반등했던 1기 신도시 아파트값 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목련2단지는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49㎡가 몰려있는 2단지의 입주자들을 보면 실수요자들은 사실 10%도 안된다"면서 "투자를 목적으로 매입한 사람들이 실망매물을 내놓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목련2단지 79㎡는 현재 4억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지난 글로벌금융위기 직후 3억 6000만원까지 떨어졌던 것이 최근 리모델링 호재를 타고 4000만원가까이 상승했다. 이 관계자는 "2007년 한창 때 5억원까지 올랐던 것이 1억원이나 떨어진 것"이라면서 "또 조정을 받을까봐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부동산114 김규정 본부장은 "부동산경기가 악화되면서 재개발·재건축은 물론 리모델링의 사업속도도 계속 늦춰졌다"면서 "정책의 기대감이 꺾인 만큼 아무래도 투자 목적으로 이들 지역을 찾는 사람들 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범수도권리모델링연합과 1기신도시 공동주택리모델링연합은 "앞으로 정부관계자는 물론 정치권과의 대화를 통해서 정책 개선을 요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mjkim@fnnews.com김명지기자

■사진설명=정부가 아파트 리모델링 수직증축을 허용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그동안 리모델링을 추진했던 조합들이 큰 실망감을 나타내며 반발하고 있다. 리모델링을 추진했던 경기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목련2단지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