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주복도 빌라꼴 나는 거 아닌가 몰라.”
며칠 전 동창회 망년회 자리에서 만난 중견기업 오너(이하 김회장)가 기자에게 한 말이다. 주복은 주상복합아파트를, 빌라는 서울 강남권의 고급빌라를 말하는 것이다.
1000억원대의 재산을 보유한 자산가인 김회장이 이런 말을 한 이유는 뭘까. 김회장은 자신의 주택관련 재테크 실패담(?)으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1993년 11억원에 매입한 서울 서초구의 빌라를 지난해 11억원에 겨우 팔았다고 했다. 엄청난 손해다. 김회장을 더 속쓰리게 하는 건 이 빌라를 사기 위해 5억원에 팔았던 강남구의 대형 아파트(215㎡형ㆍ공급면적)다.
이 아파트의 시세는 20억원대 후반대라고 한다. 그러나 김회장은 서초구의 빌라에 살면서 사업으로 돈을 많이 벌어 ‘복있는 집’에 살았다고 스스로 위안한다고 했다.
김회장이 걱정하는 건 지난해 구입한 서울 강남구의 주상복합아파트다. 주상복합이 편리하다고 해서 구입했는데 막상 살아 보니 불편한 점이 한 두 개가 아니라는 것이다. 환기가 제대로 안돼 음식 냄새가 빠지지 않고, 여름에 무척 덥다고 한다.
여름철 관리비가 150만원이 넘을 정도로 에어컨을 풀 가동하지만 그래도 덥다는 것이다. 또 최근의 부산 해운대 주상복합 화재사건을 보고 만약 지금 살고 있는 집에 불이 나면 어떻게 될까를 생각하니 아찔하다고 털어놨다.
요즘 집값 동향을 보니 주상복합아파트값은 계속 내려가는 것 같다고 했다. 김회장은 ”나는 아무래도 집으로 돈 버는 팔자는 아닌가 봐“라며 이 얘기를 끝마쳤다.
김회장과 만난 다음날 옛날 신문을 찾아봤다. 강남 빌라에 관한 내용을 알고 싶어서다. 기사를 보니 1980년대말~1990년대 초반은 정말 ‘빌라 광풍’이 불었다.
1989년 8월 19일자 경향신문의 ‘부유층 취향 호화빌라 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면 신규 강남권 빌라는 분양 1년 전부터 ‘예약’한 수요자에 의해 불티나게 팔리며, 시세는 3.3㎡당 700만원대라고 한다. 당시 최고 인기 아파트였던 서초동 삼풍아파트, 잠실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등의 시세가 3.3㎡당 600만원대였음을 감안할 때 ‘빌라 전성시대’라는 말이 나온 이유를 알 만했다.
특히 공급면적 대비 전용면적 비율(전용률)이 아파트는 80%선이고, 빌라는 60~70%선임을 고려하면 강남 빌라 몸값이 당시 최고 인기 아파트보다 훨씬 높았던 셈이다.현대건설, 대림산업 등 대형 건설사들이 앞다퉈 빌라 사업에 뛰어 든 상황도 기사에 담겨있다.
이렇게 인기 있던 빌라가 1990년대 후반 들어 갑자기 인기가 시들해졌고 2000년대에 들어선 아파트에 밀려 ‘장기 소외주’가 돼 버렸다. 김회장이 우려하는 것처럼 주상복합아파트도 강남 빌라처럼 ‘반짝 인기’를 누린 후 소외될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일까.
조짐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강남 빌라 인기가 사그러진건 신규 공급이 뜸해지고, 가격 오름세가 멈췄기 때문이다. 요즘 주상복합아파트도 이런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올 주상복합아파트 신규 분양 10년래 최저…경매시장에선 ‘반값 아파트’도
업계에 따르면 올 한해 전국에서 새로 분양된 주상복합아파트는 5109가구로 최근 10년간 분양물량 중 최저치다. 주상복합 인기가 절정이었던 2003년(2만9921가구)의 17% 수준이다.
경매시장에서는 ‘반값 주상복합아파트’가 잇따른다. 올 4월 서울 송파구 롯데캐슬골드(전용 188㎡) 주상복합아파트가가 감정가(26억원)의 절반인 13억8000만원으로 낙찰됐다. 감정가 55억원의 송파구 갤러리아팰리스(244㎡)도 감정가 대비 40% 낮은 31억원에 나왔다.
일반 거래도 줄어드는 추세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1~3차의 지난해 거래건수는 총 94건이었지만 올해의 경우 연말까지 40여건에 그칠 전망이다.
최근 분양된 주상복합아파트는 할인분양이 유행이다. 6월부터 대우건설이 분양중인 잠실 푸르지오 월드마크 주상복합의 경우 최근 업체측에서 미분양분을 최대 1억7000만원 깎아 팔고 있다.
하지만 주상복합아파트는 한 건물안에서 대부분의 생활이 가능할 만큼 편의시설이 풍부하고, 보안 측면에서도 장점이 많기 때문에 인기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만만치 않다.
6년째 도곡동 타워팰리스에 살고 있다는 조모(41)씨는 “애들 두 명이 모두 초등학생인데 같은 단지 내 친구들과 형제처럼 지내는 것을 보면 다른 곳으로 이사할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김상훈 부동산전략팀장은 “랜드마크(지역 대표건물) 역할을 하는 주상복합아파트 경우 해당 아파트로 이사오려는 신규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에 집값이 쉽게 내려가긴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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