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부동산 관련)

"수도권 외곽 주인없는 빌라 는다"

웃는얼굴로1 2010. 12. 22. 10:58

수개월째 분양률 '제로'…하반기 중소건설사 부도 급증

"이것만 다 팔면 당분간 빌라 사업은 안 하려고요. 한참 좋을 때 벌어놓은 돈 다 까먹고 있어요." (빌라 건설사 대표 최모씨)

수도권 외곽에 주인없는 빌라가 늘고 있다. 2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중소형 빌라들이 줄줄이 분양에 실패하며 사업주들의 손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경기 광주시 직동에 있는 한 신규 빌라 단지 입구. 자동차 그림이 그려진 플래카드가 바람에 나풀거리고 있다. 건설사가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분양 신청자 중 추첨을 통해 2500만원 상당의 준중형 자동차를 선물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당 빌라의 분양률은 몇 개월째 '제로'다. 분양 관계자는 "수요자가 있어야 경품을 내건 게 소용이 있지 않겠냐"며 "물고기없는 물에 미끼만 던진다고 고기가 올라오겠냐"고 하소연했다.

자연스레 소규모 빌라 단지를 지어 분양하는 중소 건설업체의 경영 상황은 악화됐다. 실제 올 하반기 건설업체 부도건수는 총 123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1.8%나 늘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인근에서 빌라 분양사업을 하는 이모씨는 올들어 잠을 편안히 청해본 기억이 없다. 지난해 말 야심차게 분양을 시작한 S빌라가 분양에서 보기 좋게 '참패'를 당한 후부터다.

총 19가구를 분양한 이씨의 빌라는 1년 동안 고작 2가구만 제주인을 찾았다. 빌라 한 가구를 팔았을 때 이익은 2000만~3000만원선. 이씨는 올해 약 5000만원의 판매 이익을 얻었지만 금융비와 유지비를 빼고 나면 정작 손에 쥐는 돈은 거의 없다.

이씨는 "금융비용 등을 포함한 한 달 손해액만 1000만원에 달한다"며 "내년 여름까지 서너 가구를 추가로 분양하지 못하면 이자 낼 돈도 없어질 지경"이라고 씁쓸해 했다.

빌라 분양이 재미를 못보는 이유는 아파트에 비해 생활 편의성이 떨어지고 가격 상승 여지가 적다는 인식이 퍼져서다. 최근 빌라 이사를 고려했던 부동산 포털사이트 회원 문모씨는 "버스정류장에서 15분을 걸어 올라가야 빌라가 나오더라"며 "가격도 그리 싼 편이 아니라 조금 더 보태 아파트를 들어가는 게 낫지 않을까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아파트에 비해 자재의 질이 낮아 단열이나 방음 등에서 취약하다는 편견도 있다. 빌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빌라 건축비는 3.3㎡당 250만원 정도로 인근 아파트 건축비와 비교해 평균 100만원 정도 저렴하다.

그러나 아파트에 비해 질적으로 떨어지진 않는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씨는 "업자가 나쁜 마음을 먹지 않는 이상 생활이 불편할 정도로 허술하게 집을 짓진 않는다"고 말했다.

빌라 시장이 고사상태에 이르며 중소 규모 협력업체도 덩달아 위기를 맞고 있다. 배관업체 대표 김모씨는 "아들이 한창 시장이 좋을 때 미국으로 유학을 갔는데 주택시장이 위축되며 유학비 대기가 빠듯한 상황"이라며 "빚내서 사업했던 사람은 다 망했고 개인자금으로 사업 진행중인 업자만 근근이 버티고 있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