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내 집 마련과 어머니

웃는얼굴로1 2010. 12. 21. 12:19

윤정웅

 

부동산 읽어주는 훈장의 훈수

 

학생들은 필자에게 가끔 이런 질문을 합니다. “교수님은 은퇴하신 후 뭐 하실 거예요? 학당을 세워서 훈장선생님이 되시는 게 제일 좋을 것 같아요. 부동산 사무실이나 아카데미도 꾸미시고 거기서 사주와 관상을 보시면서 카페를 차리는 일이 좋지 않을까요? 매일 놀러 다니게~”라고 말입니다.

필자는 “생각해 보겠네~”라는 말로 씽긋이 웃고 넘겨 버립니다. 인생은 무한정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나이가 60훨씬 넘었기 때문에 가지에 달랑 매달린 나뭇잎 신세가 된 주제에 제2, 제3인생을 어떻게 살아가겠다고 장담을 하는 일은 하늘의 뜻을 무시하는 개인의 욕심일 테니까요.

세월인부대(歲月人不待 -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라고 했습니다. 우리들은 죽을 때 한 푼도 가지고 갈 수 없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악착같이 뛰면서 돈을 벌다가 또 한 해를 보내고 있습니다. 금년 해 동안 뭘 얻으셨습니까? 오히려 “내년은 좋아져야 할 텐데!”라는 말로 자위하면서 떨어지는 해를 바라보고 계시겠지요?

내년엔 신묘(辛卯)년이로군요. 토끼들이 제 세상을 만났으니 푸른 초원에서 배를 불려야 할 것이나 서민들의 체감온도는 금년보다 더 떨어질 것을 계측하고 있습니다. 정치권은 바늘이 난무하여 발 돋을 틈이 없겠군요. 2012년에 실시될 본격적인 총선과 대선이 내년부터 정치권을 시끄럽게 할 것이라는 뜻도 되겠네요. 민생은 간 곳없고 정욕만이 난무하게 되면 어찌해야 할는지? 벌써부터 정쟁은 시작은 되었는데~

요즘 가장 큰 문제가 바로 “경기는 풀리는데 돈은 없다”는 말이고, 필자도 그런 말에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 왜 그럴까요? 쉽게 말해서 돈 있는 사람들이나 기업들이 돈을 풀지 않고 금고 속에 넣어두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돈을 쓸려도 투자처가 마땅치 않다는 이유도 되겠네요. 수 조원의 부동자금이 아직도 잠을 즐기고 있다는 표현이 옳을 겁니다.

지금의 부동산시장은 대부분의 관람객들은 무대 앞에서 연극을 즐기고 있지만 발 빠른 사람들은 무대 뒤로 돌아가 인기 있는 스타들의 싸인을 받고 있음이 눈에 들어옵니다. 웃고 즐기는 사이 연극이 끝나게 되면 뭐가 남을까요? 세월이 더 가기 전에 싸인을 받으시라는 즉, 내 집 마련에 계획을 집행하시라는 훈수를 드려 봅니다.

-집과 마누라는 작아도 좋지만 가꾸기 나름이다-

요즘 젊은 세대들 앞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누가 뭐래도 내 집 마련일 것입니다. 갈아타기를 하실 분들은 모아둔 돈을 보태거나 대출을 늘려 가시겠지만 처음부터 큰돈을 모아야하는 젊은 세대들은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할 것입니다. 그래서 오르는 부동산을 원망하며 어려운 전세살이를 할 수밖에요.

필자는 월세 살이 6년과 전세살이 3년을 하고 나서도 내 집 마련의 길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부모님으로부터 단 한 푼도 받은 게 없었으니 스스로 일어나는 길 외에 다른 방도를 찾을 수도 없는 실정이었지요. 하는 수 없이 친히 지내는 중개업소 사장님 꽁무니를 붙들고 사정을 했었습니다.

중개업소 사장님들이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역시 다르더군요. 앞을 내다보는 안목이 다르더라는 것입니다. 될 수 있는 대로 큰 집을 사라는 권고였습니다. 큰 집이라야 대출도 많이 나오고 전세도 많이 나온다는 노하우였지요. 결국 방5개짜리 2층 집을 사서 방 4개는 전세를 놓고 나머지 1개에서 생활했었다는 집 마련 얘기입니다.

내 집을 마련했을 때, 가장 기쁨을 감추지 못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물론 본인들도 기쁘겠지만 어머니가 제일 기뻐하시더라는 경험입니다. 어머니께서는 자신이 보태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에 늘 눈물을 흘리시며 “세상에 이렇게 좋은 집이 있느냐?”는 말씀뿐이었습니다.

어머니께서 살아 오셨던 시골 초가삼간은 늘 지네가 기어 나와 소란을 피우기도 했었고, 비가 온 후에는 지붕에서 노래기가 쏟아져서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집이었으니까 그에 비하면 서울의 2층 양옥집은 대궐로 생각되셨겠지요.

자신은 부족했을망정 자식은 대견스럽다는 은은한 어머니의 눈빛은 지금도 필자의 가슴을 뭉클하게 합니다. 하루에도 열 번, 스무 번 기둥이나 마당이나 쓸고 또 닦던 어머니의 투박한 손~ 그래서 이웃들로부터 늘 집 좋다는 칭찬을 듣게 되었고, 갈아탈 때마다 높은 시세차익을 낼 수 있었을까요?

당시 필자는 부동산의 “부”자도 몰랐고, 재테크에 “재”자도 모르는 철부지였습니다. 그러나 애들이 둘, 셋 되면서 빨리 집을 사야한다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었기 때문에 부동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가진 돈은 집값의 1/5인데 어찌해야 하느냐? 를 묻게 되었고, 대답하는 사람들은 너나없이 전세와 대출을 이용하는 방법에 대한 조언을 해 주었던 것입니다.

-유행 따라 살지 말고 순리대로 살아야-

현재 수도권의 부동산시장 상황을 보면 인천을 비롯한 몇 개 지역이 보합세이거나 간 내린 가격에서 거래 되고 있고, 나머지 다른 지역은 모두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보면 보편적 상승세라고 보는 편이 옳을 것 같군요.

꼭 집을 사야하겠다는 각오가 있으나 돈이 부족할 때는 염치불구하고 가족이나 친지들의 도움을 청해보시는 일도 고려해 보셔야 합니다. 돼지 저금통을 채워 본 일이 있으시겠지요? 혼자 다 채우려면 힘이 들지만 가족들이 서로 한 닢씩 넣어 주면 금방 차오르거든요.

주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있어도 살고 없어도 살 수 있는 돈이지만,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반드시 일어서야 하는 입장에 놓일 때 지팡이가 돼 준다는 것입니다. 돈을 받게 되면 최선을 다하고 성의를 다해 갚아야 하겠지요. 그래야 또 후일을 기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들의 주장인즉, 부동산시장은 옛날처럼 돈을 버는 시대는 지났다고 합니다. 역시 필자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내 집 마련은 집을 사고 나서 돈이 남을 것이냐, 밑진 장사를 할 것이냐가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가족들과 함께 사는 보금자리일 뿐이지요. 먼 훗날 인플레를 뒷받침되면 일거양득이 아닐는지요?

집 마련이 바쁘다고 50㎡이하 소형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 또는 원룸을 마련하는 일은 한 번 쓰고 버리는 비닐우산을 준비하는 일이나 마찬가지가 될 것입니다. 사람에게는 공간의 욕망이 있기 때문에 여유가 생기면 공간을 넓혀 가게 됩니다. 비닐우산은 그럴 때 팔리지 않아 계획이 무산될 수 있거든요.

요즘 돈이 부족하신 분들은 일부 대출 받고 나머지는 전세금과 종자돈으로 매매 값을 치루는 게 옳다고 봅니다. 그러나 수년 후에는 입주를 계획해야 하겠지요. 시세차익이 생기면 팔아도 되고~ 하지만 설사 입지가 좋다하더라도 15년 이상 된 주택은 수리를 해야 하고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매물을 살필 때는 이런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오늘 훈수를 마칩니다. 자신이 집을 사게 되면 어머니가 제일 기뻐하시게 됩니다. 어머니께 기쁨을 선물하고 싶지 않으십니까? 요즘은 내 집 마련을 하는 시기입니다. 돈이 부족하면 사서 일단 전세를 놓았다가 나중에 입주하는 절차를 취함이 옳겠지요.

그리고 집과 마누라는 작아도 좋지만 가꿀 나름이라도 했습니다. 어머니는 투박한 손으로 당신이 사신 집을 늘 깨끗하게 가꾸시게 될 것입니다. 집 마련은 재산목록 1호~ 그리고 훗날 내가 따뜻하게 깔고 앉을 노후의 방석~ 기회는 늘 스쳐가게 되고 다음 기회는 언제 올지 모르는 일이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