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에 부친이 돌아가시면서 고향 땅에 적지 않은 전답과 임야를 남기셨다. 그 가운데 수천 평은 밤나무 밭이다. 1960~70년대 밤값은 아주 좋았다. 그러나 다른 농산물과 마찬가지로 지금은 인건비도 건질 수 없는 것이 밤농사다. 그렇다고 부모님이 물려주신 땅을 팔 수가 없어서 방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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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땅도 마찬가지다. 고려 말에서 시작하여 조선왕조에서 지속된 '섬을 비우고 바다활동을 금한 공도·해금(空島·海禁)'정책은 우리 영토 관념을 희박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왜구의 발호와 영토분쟁의 빌미를 제공했다. 우리나라는 본래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해양국가다. 역사적으로 고조선 이래 해양국가였고, 동아시아 패권을 장악한 고구려도 강력한 해상활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를 실천적 지식인 윤명철(동국대) 교수가 고증 작업과 뗏목 항해를 통해서 밝히고 있다. 윤 교수는 우리나라가 해양국가를 지향한다면 '동아지중해(東亞地中海)'의 중심국가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윤 교수보다 100년 앞선 1908년에 이미 최남선 선생이 한반도 행주(行舟) 형국론을 통해 이와 비슷한 주장을 폈다. 선지자적 지혜다. 최남선 선생은 "(우리 조선인들이) 우리나라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국인 것을 아주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는 것을 지적한다. "큰 바다를 지휘하는 사람은 무역을 지휘하고, 세계의 무역을 지휘하는 사람은 세계의 재화를 지휘하기에, 세계의 재화를 지휘함은 곧 세계 총체를 지휘" 할진대, 우리 조선이 그것을 망각했다는 것이다. 해양 모험심을 되살림으로써 조선을 세계 강국으로 키울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반도가 큰 화물선이라면 주변의 섬들은 큰 배에 따른 작은 선박들이다. 한반도가 배라면 독도는 배를 젓는 노에 해당된다.
의형(義兄) 최창조(전 서울대) 교수는 다른 관점에서 우리나라 형국을 말한다. 그는 한반도가 아시아 대륙 동북쪽을 향해 줄기차게 기어올라가는 황금 거북이 형국, 즉 금구몰니(金龜沒泥) 형국으로 본다. 이때 제주도를 비롯한 주변 섬들은 황금 거북이가 낳아놓은 알들이다. 독도는 황금 거북이가 가장 먼저 낳은 알인 셈이다. 물론 여기서 최남선 선생과 최창조 교수의 주장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최남선 선생은 '해양국가론'을 주장하는 반면, 최 교수는 '대륙국가론'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러나 작은 섬 하나하나까지도 배의 필수 부속품이자 거북이 알로 보아 그 어느 것 하나 버릴 수 없다는 데는 의견이 같다.
최남선과 비슷한 시기에 증산교의 창시자 강증산이 오선위기(五仙圍碁) 형국론을 편 점이 흥미롭다. 그는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과 조선이라는 다섯 신선(五仙)이 한반도라는 바둑판을 둘러싸고(圍碁) 있는 형국으로 보았다. 두 신선은 바둑을, 다른 두 신선은 훈수를, 주인(조선)은 음식대접을 하는 형국이란다. 대국이 끝나면 어차피 네 명의 손님 신선들이 떠나가기 마련이고, 바둑판과 바둑알은 절로 주인에게 돌아온다는 것이다. 이때 바둑알들은 바둑판(한반도) 주변에 놓인 섬들이다. 독도도 그러한 바둑알 가운데 하나로 본 것이리라. 땅을 유기체로 보는 것이 풍수지리다. 독도를 바둑알로 보든, 노로 보든, 거북이 알로 보든 그 어느 하나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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