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요즘 중소형주택은 낭랑 18세

웃는얼굴로1 2010. 11. 16. 00:59

윤정웅

 

매도와 매수 세력의 격차는 좁아지고 있다

 

우리들의 할머니 세대에서는 18세 무렵이 결혼 적령기였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연분홍치마 입은 18세가량의 처녀가 있는 집은 매파(媒婆-혼인을 중매하는 할멈)가 들락거리기 시작했고, 늦가을 어느 날 청사초롱에 불을 밝히는 혼사가 이뤄졌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어머니 세대에서는 어쨌을까요? 그때는 긴 머리에 검은 치마와 하얀 저고리를 입은 18세 처녀를 생각해야 되겠군요. 한 동네에서도 드문드문 연애를 하는 사람이 있었다면서요? 버들잎 지는 앞개울에서 저고리 고름을 입에 물고 누구를 기다리는 처녀가 있었다면 금방 짐작이 가시리라 믿습니다.

여러분들의 세대는 어떤가요? 50-60대 나이 드신 분들께서는 보리밭과 뽕밭에서 데이트를 하셨을 겁니다. 아니면 담배연기 자욱한 그 옛날 다방이나 빵집에서 성냥개비로 탑을 쌓아가며 수줍은 사랑을 고백했을 테고요. 필자는 일부러 꼴망태 둘러 메고 나물 캐러 나오는 길목을 지켰다는 기억이 납니다. 하하,

지금 30-40대 되신 분들께서는 그때가 18세의 여대생이었겠군요. 배낭을 메고 사각사각 비벼대는 갈대숲을 남자친구와 함께 거닐었던 추억이 있으십니까? 은은한 달빛을 안고 일렁이는 푸른 바다가 새삼스럽게 다시 가보고 싶기도 하시겠지요. 그때 그 사람과 같이 걸었던 곳, 모두 다 새록새록 기억이 되살아나지 않으실는지?

그러나 지나간 일은 다 추억일 뿐, 아무리 예쁘고 혼인발이 섰던 18세 처녀도 세월의 줄에서 줄타기를 하다 보면 늙음은 어찌할 수 없는 모양입니다. 이미 북망산천으로 가신 분들도 계시고, 어머니 세대는 노인이거나 여러분들의 세대도 주름이 늘어가고 있으니까요. 세상사 여부운(世上事如浮雲-세상살이는 한조각 구름과 같다는 뜻)이라는 말이 새삼스럽게 되새겨 지기만 합니다.

소쩍새 울음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울렁거렸던 열여덟~ 젊고 싱싱했던 그 시절이 그리워질 뿐이로군요. 그런데 요즘 중소형 주택시장이 낭랑 18세로 회전하고 있다고 하니 부럽기만 합니다. 사람은 한 번 가면 그만인데 부동산시장은 왜 젊은 시절로 다시 회귀하는 것일까요?

-꿈이 있는 자는 마음으로 글을 읽는다.-

눈치 빠르신 분들께서는 칼럼 머리글만 봐도 오늘 무슨 내용으로 글을 쓰려는지 금방 아시겠지요? 낭랑 18세 처녀처럼 요즘 매일 같이 중소형 주택에 매파가 오가고 있으니 전세살이를 청산하실 분들께서는 마음으로 살피시라는 뜻입니다. 혼인발이 설 때 혼인하지 아니하면 자칫 노처녀가 될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에,

가족들과 함께 살아가려면 집은 있어야 하겠지요? 가격은 올라가든지 내려가든지 차치하고라도 말입니다. 전세살이 해보지 않으면 모르거든요. 전세금이 올라갈 때에는 사람의 피를 말리지만 내려갈 때에는 살이 찌던가요? 전세금 내려갔다고 하면서 집 주인이 보증금 뚝 떼어 일부를 반환하던가요?

이런 꼴, 저런 꼴 안 보려면 지금 같은 기회에 집을 사는 게 최고라는 생각이 드는데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매도 세력과 매수 세력은 매일 그 격차가 좁아지고 있음을 스스로 느끼고 있으니까요. 다음에 또 기회가 오겠지, 라고 믿게 되면 얼굴에 주름도 늘어가고 부담하는 돈의 액수만 늘어나더라는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무슨 연구소들은 허구한 날 경제가 안 좋다는 발표를 하더군요. 그게 밥줄이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발표내용마다 “중산층이 몰락한다.” “더블딮이 온다.” “붕괴가 시작된다.” 는 무시무시한 발표를 하지 않던가요? 옛날 그런 연구소들 없을 때도 우리들은 잘 살았습니다. 참고는 하시되 그런 발표에 현혹되어 계획을 미루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부동산은 구름 낄 때 보름달이 뜨는 것과 같고, 석 달 장마에도 간간히 해가 뜨듯이 어둠과 밝음이 교차되고 있음을 우리들은 수없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부동산 사서 떼돈 벌 계획이 아니라면 지금의 부동산시장을 마음으로 읽으시고 내 집 마련의 기회로 삼으시라는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짐 없는 인생은 배고프기 마련-

중소형주택시장은 내년 봄까지 거래가 이루어지다가 썰물처럼 빠져 나가게 되고 그 후부터는 대형에 불이 붙게 될 것을 예측하고 있습니다. 주택시장은 바닥인 것 같지만 더 내려가는 일도 있고, 오르는 일도 있어서 언제가 바닥임을 분간하기는 어렵거든요. 세월이 지나봐야 알게 되더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전국의 부동산시장을 가늠해보면 지금은 바닥을 지났다는 느낌이 오지 않던가요? 집 살 형편이 안 되면 계속 더 내려간다는 주장을 하시겠지만, 이미 지난여름 가격으로는 살 수 없을 것이기에 바닥은 지났다고 보는 편이 옳다는 것입니다.

등산을 하신 분들께서는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짐을 지고 산에 오르게 되면 정상에서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겠지요. 그러나 짐 없이 그냥 산에 오르게 되면 하산할 때 배가 고파서 다리가 후들거리셨겠지요? 집은 짐이 아닐는지? 그렇다면 짐 없는 인생을 사시겠습니까? 집 없는 인생을 사시겠습니까?

현재 우리나라 인구는 4900만 명입니다. 세계인구 69억에 비하면 겨우 0.7%이고, 국가순위로는 세계 26위일 뿐이지요. 북한 인구 2400만 명을 합치게 되면 7300만 명인데 그렇게 되면 세계인구의 1.1%를 차지하게 됩니다. 인구가 쉽게 무너질 수 있을까요?

지금처럼 자녀출산 기피현상이 일어난다하더라도 2030년 돼야 인구가 줄어들 텐데 앞으로 20년 후에 인구가 줄어들 것을 걱정하고 지금 부동산 매수를 기피한다는 건 너무 위험한 생각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앞섭니다. 위험을 두려워하는 게 위험한 일이기 때문에,

만일 2030년경에 인구가 늘어나게 되면 어찌하겠는지요? 영락없이 짐 없이 등산하는 사람 처지가 되겠군요. 지금 40세인 사람은 그때 60세가 될 터, 배가 고프고 다리가 후들거리면 어찌해야 할까요? 또 그때는 1억의 가치가 지금의 1천만 원과 같은 텐데 말입니다.

집을 사 놓게 되면 그날부터 짐이 됩니다. 그러나 짐이 있는 사람이라야 훗날 배부름을 기약할 수 있지 않을는지요? 주식이 냄비라면 부동산은 가마솥이라고 봐야 옳을 것입니다. 가마솥이라야 맛있는 음식을 오래 두고 먹을 수 있음은 우리들의 경험측이 아니던가요?

낭랑 18세 처녀 한 사람 업어다 놓고 가마솥의 맛있는 음식을 먹어가며 인생의 계단을 쌓아 볼 의향은 없으신가요? 꼭 더 내릴 것도 같지만 다시 돌아서기도 하고, 옆걸음 치다 오르기도 하는 것이 부동산시장이고 보면 지금은 꿈을 펼칠 때가 아닌가 합니다. 꿈은 우리들이 살아가는 이유라고 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