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스스로 소비 통제할 수 없는 환경에 살아
-시스템 논리는 개인이 먼저 강한 결단으로 끊어야
-'모든 것을 돈으로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은 오해
-사회가 이윤 추구 행위에 적절한 제동장치를 걸어야
-뭔가 문제를 느꼈다면 사회적 관계부터 바꿔라
가계대출 1000조 원 시대다. 한국은행이 밝힌 지난 연말 기준 가계부채 913조 원이다. 여기에 '유사가계대출'로 불리는 5대 은행 자영업자 대출이 103조 원이다. 이미 800조 원의 부채를 진 공공 부문이 가계를 살릴 수 있을까?
'이로운살림살이' 기획을 통해 건강· 일자리· 소비·부동산대출 등 우리 생활 속 문제의 해소법을 다룬 머니투데이는 시리즈 마지막 기사로 정치경제 전문가인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과 가계경제 전문가인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를 초대해 해법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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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윤경 에듀머니 대표(왼쪽)과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 ⓒ이동훈 기자=photoguy@ |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이하 홍)=내 책에서 '살림'과 '살이' 사이에 빗금을 쳤다. 우리말의 살림살이는 '살린다'와 '산다' 두 뜻을 겹쳐 놓은 것이다. 즉 이 말을 만든 사람들은 남을 살리는 것과 내가 사는 것을 구별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산다는 것은 본래 그 자체가 함께 산다는 것이며, 그 과정 속에서 남을 살리는 것과 내가 사는 것이 불가분으로 엮여 있다.
살림살이 경제학은 큰 차원도 있고 작은 차원도 있다. 큰 차원에서는 나라 경제, 세계 경제를 조직할 수 있는 원리가 되고 작은 차원에서는 기업·가계·개인 차원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 원리도 마찬가지다. 기업을 구조조정 하는 원리도 되고 국가에서 공공기관을 날려버리는 원리 혹은 지구화의 원리, 재테크 원리도 된다.
- < 아버지의 가계부 > 등 가계부 시리즈로 알려진 필자이자 재무경제교육 사회적기업가가 약탈적 대출에 대한 책을 쓰고 있다. 이유는?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이하 제)=아직 탈고 전이다. 책 제목을 '빚에 쫄지 말고 분노하라'로 하고 싶다(웃음). 이전에 쓴 가계부 시리즈가 지극히 개인적인 차원에서 문제 해소를 다뤘다면, ' 약탈적 대출사회 '는 훨씬 구조적인 문제를 다룰 것이다.
우리(에듀머니)는 원래 철저하게 가계의 개별재정에 대한 재조직 방법론을 가지고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났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그 방법을 몰라서 안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방법대로 살고자 하는 동기 수준이 낮다는 것, 한편으로는 절망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사람들이 빚, 과소비가 안 좋다는 다 알고 있어도 가계에 적자가 난다. 이건 개개인 차원 아니라 거시경제, 사회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문제다.
-어디부터가 개인의 책임이고, 어디부터가 사회환경의 책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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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 |
▶제=우리는 우리 스스로 소비를 통제할 수 없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사람들은 소득이 200만 원 이든300만 원이든 늘 돈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설사 소득이 크게 늘어도 소비 만족은 늘리기 어렵다. 우리가 주도적으로 원하는 것을 소비하는 게 아니라, 욕구를 조작한 마케팅에 따라 수동적으로 소비하기 때문이다.
< 누가 내 지갑을 조종하는가 > 란 책은 뇌에서 구매버튼을 누를 수 있는 마케팅 기법을 소개한다. 출시 전에 제품과 그 브랜드 이미지 여러 개를 표본 소비자들에게 보여주고 뇌에 일어나는 변화를 촬영한 후 뇌에서 구매감이 일어나는 브랜드를 선택하는 것이다. 무의식적 욕구를 창출하는 셈이다. 근데 사람들은 그걸 소비를 하는 것이 자신의 즐거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고는 빚지고 자책하고 패배감에 내몰린다. 자살에 이르는 사람들까지 생긴다. 이런 것들이 다 연결돼 있다. 대중은 자신이 희생자, 피해자라는 걸 인식해야 한다.
-이런 시스템을 만든 근원은 뭘까.
▶홍=이렇게 된 책임이 장사하는 사람들이나 사업하는 사람들에 있는 것은 아니다. 책임은 종교인, 예술가, 교육자, 정치가 등등에 있다. 이들은 화폐 이전의 가치를 담지하기에 사회적으로 권력과 명예를 허용 받는다. 이 사람들이 화폐 이전의 가치를 지켜내야 한다. 누가 '여러분 부자 되세요' 이런 식으로 인사를 하면 야단을 쳐야 한다. 그런데 이들이 우선적으로 그것을 팔아버리고 있다. 대학, 대형 교회, 사찰, 예술, 정치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
우리 인생에 있어 돈이라는 것은 당연히 중요하다. 그렇지만 인생에 돈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인생에 다른 가치가 있다. 가장 그릇된 오해는 모든 것을 돈으로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건 정말 거짓말이다. 우리가 교회에 1천만 원을 헌금한다고 해서 신의 사랑을 얻는 것이 아니다. 그런 환상을 갖는 것뿐이다. 돈이 중요하다 해도 그것이 인생과 사회의 다른 부분을 파괴하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데, 그걸 지켜야 하는 사람들이 돈에 무릎을 꿇고 있다.
▶제=공감한다. 근데, 사회 전체가 돈으로 모든 걸 평가하는 고질병을 앓고 있다. 사회 시스템이 이윤을 추구하는 행위에 적절한 제동장치를 걸어줘야 한다. 1990년대 중반에 광고 공부를 한 적이 있다. 그땐 광고에 규제가 많았다. 어떤 광고엔 아기를, 어떤 광고엔 동물을 등장시키면 안 된다는 식이었다. 그런 모든 규제가 많이 없어졌다. 할인마케팅이 대표적이다. 인간은 할인된다는 기대감만으로도 도파민 분비가 급증한다. 할인마케팅은 도파민 분비를 왜곡시켜 소비욕을 조장한다. 마케팅이 우리 주변에 버젓이 일상적으로 진행된다.
-종합하자면, 우리가 의식주 문제에서 느끼는 불안이 실제로는 시스템에서 기인한다는 얘기다. 시스템을 바꾸려면 사람들이 먼저 인식해야 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그걸 시스템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다.
▶홍=곧 인식하게 될 것이다. 시스템이 주는 '마약(도파민)'이 떨어져가고 있다. 지난해 월가 점령 시위에 나온 사람들이 대부분 백인이었다. 아주 못사는 금융피해자들이 아니었다. 이들은 시스템이 살라는 방식으로 살면 학자금 대출 받고, 집도 사고 잘 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란 걸 알면서 환멸을 느낀 것이다. 99%란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1% 외엔 다 죽게 생겨서 나온 날이다.
-지금의 시스템을 벗어나면 불안이 없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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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윤경 에듀머니 대표 |
이 생태계에선 수요에 비해 공급이 달린다. 예를 들어 대안학교 교사는 늘 부족하다. 인문학 교육을 받고 대안학교에 강의를 나가는 주부도 봤다. 뭔가 문제를 느꼈다면 사회적 관계부터 바꿔라. 커피동호회 대신 생협 모임에 나가는 것이다. 새로운 길이 보일 것이다.
▶홍=불안이 없는 삶을 살고 싶다는 것도 사치다. 불안이라는 것은 인류의 시작부터 있었던 것이다. 언젠간 불안으로부터 풀려나가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재테크와 돈벌이에 몰입하게 된다. 노후에 연금 타먹으면서 불안 없이 살겠다는 것은 사회적으로는 식물인간처럼 되겠다는 것이다. 삶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같다. 불안 없는 상태로 가겠다는 생각을 버려라. 자신이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참석자 약력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 : < 살림/살이 경제학을 위하여 > < 비그포르스, 복지 국가와 잠정적 유토피아 > < 자본주의 > < 투자자-국가직접소송제:한미FTA의 지구정치경제학 > < 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 > 저자. < 거대한전환 > < 돈의 본성 > < 자본주의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 번역. 2011년 MBC '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이사 : < 아버지의 가계부 > < 착한 소비의 시작 굿바이 신용카드 > < 돈에 밝은 아이 > < 나의 특별한 소방관 > 저자. 경제교육 사회적기업 에듀머니 창립자 겸 대표이사. SBS < 잘 살아보세 > MBC < 경제매거진M > KBS < 경제비타민 > 등 여러 방송에서 돈 관리법과 소비법 강의.
머니투데이 진행=이경숙 기자, 정리=이선영 이로운닷넷 에디터, 사진=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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