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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주로 전라도 어느 산촌에 머문다. 여느 산촌처럼 70 넘은 노인들이 대부분이고, 그나마 온전히 노부부가 사는 경우는 거의 없다. 50대인 필자는 젊은 편이다. 한때는 이 마을도 북적거렸다. 그러나 이제는 한적하기만 하다. 오늘의 농촌 현실이다. 동네를 조금만 벗어나면 이곳저곳 보이는 것이 축사들이다. 궂은 날이면 축사에서 나오는 악취가 사방 십리를 진동한다. 가끔 필자가 막걸리 마시러 나가는 면소재지 주변은 오리·닭·소 축사들로 포위되어 있다. 여름날 저녁이면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악취가 심해 술집에서는 문을 닫고 장사를 한다. 이들 축산업자들은 대부분 시골에 살지 않고 전주나 광주에서 출퇴근한다. 전통적 의미의 농민이 아니라, 그곳에 연고를 둔 기업형 혹은 귀농형들이다. 단지 필자가 사는 시골만의 현상이 아니다. 필자는 전공 특성상 전국을 답사한다. 전국 도처가 축사다. 냄새만 맡아도 무슨 짐승을 사육하는지 알 수 있다.
삼천리 금수강산(錦繡江山)이란 말은 옛날 일이다. 대한민국 인구보다 짐승 숫자가 더 많다. 전국이 '금수'강산(禽獸江山)이다. 하천 오염의 주범은 바로 이곳에서 직·간접적으로 흘러나오는 오물이다. 축사 내부를 들여다보면 더 끔찍하다. 움직일 공간조차 없이 빽빽한 곳에서, 그리고 제대로 분뇨처리도 안 되는 '오물 방죽'에서 사육된다. 각종 질병이 창궐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축사에 질병이 창궐하면 그대로 생매장한다. 필자가 사는 곳에서도 수년 전 전염병이 돌아 수천 마리의 닭과 오리가 생매장됐다. 앞집에서 애완용으로 키우던 꽃닭 한 쌍도 그때 덤으로 죽었다. 생매장한 현장이 한두 곳이 아니다. 그렇게 억울하게 죽은 짐승 원혼들이 가만히 있을까. 짐승들에게 병이 돌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괜찮을까?
일찍이 함석헌 선생은 말했다. "그 나라 산수풍경이 그 민족의 정신생활에 주는 영향은 한없이 큰 것이다. 인물이 산천에서 난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다.(…) 보배를 두고도 쓸 줄을 모르면 망한다. 우리나라처럼 아름다운 경치가 세계에 어디 있는가? 금수강산이 아닌가? 그러나 금수(錦繡)강산을 금수(禽獸)강산으로 만든 것은 웬일인가?"
다음은 세계적인 모자왕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의 특별강연 내용 일부이다. "만주족이나 몽고족 그리고 조선족 모두 위로 거슬러 가면 뿌리가 같다. 그런데 왜 우리 민족만이 지금 세계에서 단연 두각을 드러내는가? 한국의 산하가 아름답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산천정기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의 천재 철학가 니체는 '나는 왜 이렇게 똑똑한가'라는 글을 썼다. 그는 이 글에서 '천재도 영웅도 한순간에 보통 사람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 바로 장소와 풍토'라고 했다. 함석헌 선생과 백성학 회장의 발언과 비슷하다. 풍수 고전 '명산론(明山論)'은 "흙은 살이 되고, 돌은 뼈가 되고, 물은 피가 되고, 나무는 모발이 된다"고 말한다. 이와 같은 대지관에서 보면 개울은 실핏줄이며, 강들은 동맥과 정맥에 해당된다. 강을 살린다고 보를 막는 것은 큰 핏줄을 묶는 것이며, 축사에서 나오는 오물을 방류하는 것은 피를 더럽히고 살을 썩게 하는 행위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축산업을 지양하고 이명박 대통령 말처럼 "값싸고 질 좋은 고기"를 수입해서 먹자는 말이 아니다. 값싸고 질 좋은 고기에는 무서운 광우병이 도사리고 있다. 수입육으로 대체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고기 소비를 줄이는 일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또 전국의 축사는 일정 폐쇄 지역으로 집단 이주시키고 관청에서 집중 감독·단속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금수(禽獸)강산을 금수(錦繡)강산으로 되돌려야 한다. 맑은 물과 상쾌한 공기, 깨끗한 토양과 아름다운 경관 속에서 훌륭한 인물들이 배출된다. 훌륭한 인재들만이 대한민국을 세계 강국으로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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