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강남 핵심 입지라도 분양가 비싸면 수익률 낮아
강남보다 강북·수도권이 실제 수익률 더 높을 수도
서울 대치동에 사는 김모씨(47 · 여)는 최근 강남의 한 거리를 지나다가 어느 오피스텔 모델하우스 앞에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을 목격했다. 부동산 불황이라는 요즘 오랜만에 이 같은 모습을 본 그는 '도대체 어떤 오피스텔이기에…'라는 궁금증이 들었다. 알고보니 이곳은 한 대형 건설사가 강남에서도 오피스가 밀집한 알짜 입지에 지어 분양하는 것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프리미엄 입지에 향후 투자가치가 뛰어나다는 건설사와 시행사 측 설명에 김씨도 마음이 흔들렸다. 결국 청약을 넣기로 했다. 결과는 당첨이었다. 총 230실을 모집한 이 오피스텔에는 7500여명이 몰려 30 대 1이 넘는 청약 경쟁률을 보였다. 계약률도 100%에 가까웠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당첨된 김씨였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는 찜찜한 기분이 영 가시질 않았다. 분위기에 휩쓸려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고 '묻지마 청약'을 한 게 아닌지 불안했다. 그래서 전문가와 함께 수익률을 정확하게 따져보기로 했다.
이 오피스텔 59㎡(18평)형의 분양가는 3억1200만원.3.3㎡당 분양가는 1733만원이다. 그러나 전용면적이 29㎡(9평)로 전용률은 50%에 불과했다. 아파트로 치면 3.3㎡당 3400만원이 넘는 고분양가다.
월 임대료를 따져봤다. 오피스텔 시행사는 주변 시세를 따져봤을 때 보증금 1000만원에 월 80만~85만원가량은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최고가인 85만원을 받는다 하더라도 수익률이 연 3.26%다. 최근 시중은행 예금이자와 엇비슷한 수준이다.
물론 여기에는 부동산 가치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이 제외돼 있다. 그렇다면 지가 상승 여력은 얼마나 될까.
김일수 씨티 프라이빗뱅크 팀장은 "오피스텔은 시세 차익보다는 월 임대료를 목적으로 투자하는 수익형 부동산의 일종"이라며 "아무리 강남 핵심입지라 하더라도 현재 분양된 가격 자체가 너무 높기 때문에 가격이 올라갈 수 있는 여력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자산 수익률이 워낙 낮아 레버리지(대출)로 인한 수익률 상승 효과도 거의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 팀장은 "이자가 가장 싼 주택담보대출도 대개 연 4% 초반 수준인데 대출을 받게 되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취득 · 등록세나 재산세, 소득세 등 각종 세금 부담을 감안하면 수익률은 더욱 낮아진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3억원짜리 오피스텔에 대한 취득 · 등록세만 따져도 1300만원은 족히 넘을 것"이라며 "게다가 매년 재산세도 40만~50만원 정도는 나온다고 봐야 하기 때문에 수익률의 약 30~40% 정도는 갉아먹는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팀장은 "기존 소득 수준에 따라 매년 총 임대료 수입의 일정 비율만큼 소득세도 내야 한다"며 "아울러 원래 근로소득이 없던 전업주부인 경우 연 700만원 이상 소득이 생기면 세대주에 편입돼 그동안 내지 않았던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등 준조세를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분석해 볼 때 김씨의 투자 수익률은 연 2%가 채 못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는 "진작 수익률을 따져본 다음에 청약을 넣었어야 하는데 분위기에 휩쓸려 성급하게 판단한 것 같다"고 뒤늦게 후회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갤러리아팰리스 지점장은 "초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시중에 돈이 넘쳐나고 있다"며 "특히 2억~3억원가량을 투자할 만한 금융상품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무턱대고 오피스텔 등에 투자하는 강남 부자들의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고 지점장은 "수익률만 보면 오히려 서울 강남보다 강북 또는 수도권 지역이 더 유리한 경우도 많다"며 "전문가와 상의해 수익률을 꼼꼼하게 따져본 뒤 투자에 나서야 낭패를 보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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