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여러 가지 사정으로 골프채를 놓은 지 약 12개월이 되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그전에 비해 연습량이나 라운드 횟수는 적었지만, 그래도 한 달에 약4회 정도의 라운드와 주 3회 정도의 연습(1회에 약 150개의 공을 침)을 몇 년간 해왔습니다. 그런데 부모님의 병환과 사업 전환 준비 등으로 골프채를 전혀 잡지 않은 것이 벌서 1년이 되었더군요. 그전엔 그래도 아마추어대회에도 나갈 실력이 되어, 최 상위권은 아니나 그럭저럭 성적은 올리는 꽤 알려진 고수(?)였습니다.
골프를 그렇게 좋아하고 사랑하던 사람이 전혀 채를 잡지 않고 지내니, 주위에선 의아해하면서도 어쩌다 한번 피치 못할 사정으로 같이 운동을 하게 되면, 그전 보다 확연히 떨어진 실력에 동반자들이 즐거워 하기도합니다. 실제 파 온이 잘 되지 않고, 토핑 혹은 뒤땅, 심지어 생크까지 내니 즐거워 할 수밖에요…….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것이 라운드가 끝나고 나면, 그렇게 지저분(?)하게 18홀을 돌았음에도 스코어는, 제가 최상의 실력을 갖고 칠 때와 비교하면 분명 좋지 않지만, 평균 두 세타 정도만 더치는 것입니다. 저도 그런 스코어를 기록하는 것이 신기하니 동반자들은 얼마나 맹랑하겠습니까?
그렇게 동반자들이 불가사의하게 생각하던 중, 3주전에 참으로 특이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전에 제 어머님의 병환이 너무 위중하셔서 라운드 및 연습을 3개월 이상 하지 않고 억지춘양으로 끌려 나가다 시피 하여, 하루 운동을 하였는데, 제가 생각해도 우스꽝스러운 스윙에 제대로 공을 맞추지 못하면서도 아주 좋은 스코어를 냈습니다. 제가 라운드 전에 “오늘은 90개정도 칠겁니다”라고 말을 하자 동반자 모두 수긍하는 눈치였거든요. 그런데 언더파를 쳤으니, 끝나고 나서 동반자들에게 원성을 살 수밖에요.
그렇게 운동이 끝나고 동반자들과 저녁 식사 중에 같이 친 후배가 아주 진지하게 저에게
“형! 어떻게 일 년간 골프채를 거의 잡지 않고 그런 스코어를 낼 수 있어요?”
“낸들 아나?”
이렇게 대답했지만, ‘다른데서 아무도 모르게 연습했을 것이다.’ ‘자신들하고 치지 않고 다른 사람들하고만 쳤다 ’ 등등의 농담이 오고간 뒤, 제가 마지못해 후배와 동반자들에게
“골프? 10초의 미학이야!” 라는 말이었습니다.
골프에 입문 후 어느 정도의 수준에 오른 뒤에 필자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있었다면, 그중 제일이 “어떻게 하면 골프를 잘 칠 수 있습니까?” 혹은 “어떻게 하면 실력이 늘 수 있습니까?” 이 두 질문이었습니다. 그러면 저의 답변은 두 가지 이었습니다. 초급에서 중급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는 골퍼들에겐 “골프는 스포츠입니다. 부단한 연습과 연마 이외에 늘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라는 대답을 가장 많이 하였고, 중급에서 상급자 즉 싱글스코어 선수가 되길 바라는 분들에겐 “골프는 10초를 얼마나 집중하느냐에 따라 스코어가 확연히 달라진다.” 는 말이었습니다.
이제 어느 정도 감을 잡으셨겠지요. 그렇습니다. 골프는 다른 운동과 달리, 한 번의 라운드를 하려면, 약 5시간 동안 필드를 누비고 다니게 됩니다. 이 5시간을 같이 골프를 해보면, 정말 각양각색의 골퍼들이 있습니다. 5시간을 쓰는 방법에 있어서 말입니다. 5시간 내내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골퍼, 농담과 담소를 나누고 그저 시간을 보내는 골퍼, 그 종류를 나열하기 어려울정도로 골프에서 시간을 쓰는 다양한 부류가 있습니다. 물론 골프에 대한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요. 접대골프, 내기골프, 시합, 등등 골프하는 내용에 따라 전혀 다른 시간을 사용하지요. 그러나 이 어떤 상황의 골프라도 자기 스코어를 지키는데 는, 실제 5시간은 절대로 필요하지 않습니다. 평균 80타정도 치는 분이라면 80타×10초= 800초, 즉 13분 20초 정도면 됩니다. 넉넉하게 15분정도만 할애하십시오. 그러면 완전히 무너지지 않고 자신의 타수를 어느 정도 지킬 수 있습니다. 이런 궤변이 있습니까? 제가 생각해도 말이 안 됩니다만……. 실제 해보시면 깜짝 놀라실 겁니다. 15분은 집중하시고 4시간 45분은 동반자들을 즐겁게 해주십시오.
골프에서 한 타를 치기위한 스윙에 필요한 시간은, 각각의 스윙스피드와 스윙습관에 따라 약간은 다르지만, 가장 긴 채인 드라이버가 보통 1.2초에서 아주 길어야 1,8초 정도 소요됩니다. 저의 경우 연습량이 많을 때 약 1.5초, 연습량이 없을 때 1.3초정도입니다. 연습량이 많아지면, 전 한 번의 스윙 시에 쓰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부드럽고 강한 스윙이 된다는 이야기지요. 연습량이 없으면, 아주 빨라져서 미스가 많아집니다. 가장 긴 드라이버가 그 정도니 짧은 채는 시간이 더 짧아집니다.
그렇지만, 모두 1.5초로 계산합시다. 그리고 나머지 8.5초를 집중하는 겁니다. 치기 전에 말이지요. 치고 나서는 집중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골프는 본 대로 가는 것이 아니고 친 대로 가니까요.
한번 잘 생각해보세요. 자신이 정말 한 타를 칠 때, 치기 전에 몇 초나 집중하고 있는지. 8.5초는 의외로 아주 긴 시간입니다. 하-나. 두-울. 세-엣. 네-엣. 다-섯. 여-섯. 일-곱. 여-덟...... * * * * * * * * 이 정도 긴 시간입니다.
이때 많은 생각을 하면 절대 안 됩니다. 집중만 하십시오. 그저 평소에 하던 스윙을 하려는 집중이외는 모든 잡념을 버려야 합니다. 바로 잡념을 버리기 위한 집중입니다. 그리고 과감하게 치십시오. 의외로 똑바로 갑니다. 퍼팅 시는 더욱 그렇습니다. 퍼팅에서 10초는 아주 긴 시간입니다. 들어간다는 확신만 가지고 집중하십시오. 아주 다른 골프가 됩니다. 머리엔, 오직 내가 했던 최선, 최상의 스윙만 생각합니다. 골프에서 할 수 있는 수많은 잡생각을 하실 이유는 없습니다. 나의 베스트 샷만 생각한 후 두려움 없이 칩니다.
전날 술을 먹어 안 된다든가. 잠을 자지 못했다던가. 연습을 오래 쉬었다던가, 그 외의 최악의 조건이 있어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잠재된 기량을 최대한 끌어내는 야주 좋은 방법입니다.
한번 이렇게 한 타에 10초만 집중해서 쳐 보십시오. 정말 다른 골프가 됩니다.
“골프는 10초의 미학입니다.”
꼭 시도해 보십시오. 자신의 잠재력과 더불어 자신의 초능력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오랫만에 또 나타난
소크라테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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