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이라면 누구나 전원생활을 꿈꾼다. 특히 지난 2010년부터 은퇴가 시작된 베이비부머 1세대(1955~1963년생, 758만2000명)는 더욱 그렇다. 이들 가운데는 저 멀리 경치 좋은 곳에 전원주택을 짓고 새로운 인생2막을 경작하겠다는 사람들도 많지만, 도시와 농촌을 오가며 살겠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이른바 도시와 전원의 이중생활 즉, 멀티 해비테이션(Multi-Habitation)이다. 아예 서울 인근 전원주택에서 출퇴근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딱 어울리는 전원명당이 있다. 남양주시 조안면 운길산역 일대가 바로 그곳. 행정구역으로는 조안면 조안리 진중리 송촌리 일대다. 이곳은 서울과 가까우면서도 예봉산(683m)과 운길산(610m)이 감싸고 있고, 앞으로는 북한강이 동북쪽에서 남서쪽으로 둘러싸듯이 흐른다. 향도 동남향으로 밝고 온화하다. 이곳을 지나는 북한강은 양수리에서 남한강과 만나 몸집을 키운 뒤 한강으로 흘러들어간다.
남양주 조안면 운길산역 일대 지도 |
먼저 조안면 조안리에는 외촌 사안 등의 자연마을이 있다. 조안리는 박 씨 선조가 한양으로 가는 길에 해가 저물어 쉬게 되었는데, 새소리가 듣기 좋고 물도 좋아 가려던 길을 멈추고 영주한 곳이라 한다. 외촌은 물방앗간이 있어 방아다리 바깥말이라 불리던 곳이다. 사안은 을축년 장마 때 물이 넘쳐 물고기가 고개를 넘어갔다 하여 고랭이라 부르던 곳으로, 이것이 고안으로 변했고 일제강점기 말기에 사안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운길산에서 바라본 조안리와 진중리 일대 |
운길산에서 바라본 진중리와 송촌리 일대 |
남한강과 북한강, 한강과 어우러져 이곳 산수를 완성하는 예봉산과 운길산은 경관이 수려하고 교통이 편리해 가족 산행이나 가벼운 주말산행지로 인기가 높다. 주변에는 정다산마을 팔당호 영화촬영소 금남유원지 등 관광지가 많고, 운길산 중턱에는 유서 깊은 수종사가 있다. 특히 수종사에서 바라보는 한강의 모습은 일찍이 서거정이 "동방의 사찰 중 전망이 으뜸"이라고 격찬했을 정도이다. 수종사에는 500년 된 은행나무가 고고한 자태로 한강을 내려다보며 서있다.
수종사에서 바라본 양평일대와 한강 두물머리 |
조안면 진중리와 송촌리 일원에는 또한 '남양주 슬로푸드길'이 있다. 이 길은 행정안전부의 '우리마을 녹색길'로 선정돼 1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돼 명품길로 재단장된다. 사업 구간은 운길산역∼농촌체험길∼생태체험마을∼수종사길∼유기농대회정∼역사탐방길∼변장군묘∼한음 이덕형 별서터∼유기농마을∼한강9공구(자전거길)∼유기농장터까지 10㎞로, 생태·유기농체험과 역사·문화를 탐방하는 녹색 슬로푸드길로 조성된다.
운길산 중턱에 자리잡은 수종사 |
따라서 서울 옆 전원명당이란 입지적 장점을 누리면서도 한편으로 호젓한 전원생활을 즐기고 싶다면 운길산역에서는 조금 떨어진 곳이 좋다. 열심히 발품을 팔다보면 운길산 예봉산 자락에 숨겨진 전원 터를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명당은 단지 눈 밝은 이 보다는 땀 흘려 찾는 이에게 자신을 더 잘 드러내는 법이다.
박인호(헤럴드경제 객원기자,전원 & 토지 칼럼리스트,cafe.naver.com/rm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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