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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명당-43)의성 입암·전흥리 “옥빛골 옥사과로 화려한 변신…살맛나는 마을로 바뀌고 있죠”

웃는얼굴로1 2011. 11. 17. 01:42

경상북도 의성군 옥산면 입암·전흥리 일대는 의성이 고향인 나이든 사람들 사이에서도 '옥산 삐꼴'로 불렸다. 삐꼴이란 삐(뼈)빠지게 일해도 간신히 먹고 사는 곳이란 뜻이다. 그만큼 산골오지였던 '옥산 삐꼴'이 지금은 살맛나는 마을로 바뀌고 있다. '옥빛골'이란 새 이름도 얻었다.

이 같은 변신에는 현재 진행중인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이 한몫하고 있다. 옥산면 입암·전흥리 일대의 옥빛골권역은 지난 2009년 사업대상지로 선정된 뒤 지난해 초 기본계획 승인을 받았다. 현재 옥빛골문화촌 건립 등 하드웨어 사업과 농촌 리더 교육, 주민 역량강화 등 소프트웨어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은 주민참여를 통한 권역개발 사업으로, 지난 2005년부터 정부가 권역별로 40억~70억 원(5년간)을 지원해 기초생활환경 정비, 경관보전, 공동소득기반 확충, 지역역량강화사업 등을 추진해오고 있다.

이 사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것은 주민들의 사업 의지와 자발적인 참여 여부. 하지만 농사일로 바쁜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리더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각 권역별 사업은 사실상 위원장-(부위원장)-사무장-(총무)가 이끌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해당 지자체로부터 위탁받아 사업을 진행하는 한국농어촌공사와 민간 컨설팅업체의 역할은 필수적이다.





의성군 옥산면 옥빛골권역을 이끌고 있는 여성 3인방. 왼쪽부터 최태자 부위원장, 김옥자 위원장, 이숙희 사무장.

의성군 옥산면 옥빛골권역 역시 리더들이 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이곳은 현재 운영위원장과 부위원장, 사무장을 모두 여성이 맡고 있다. 근래 들어 여성 사무장의 비율이 늘어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다른 권역들의 경우 아직도 대부분 남자 위주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것도 가부장적 권위가 뿌리 깊은 경상도에선 더욱 의외다.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옥자(대광농원·71)씨는 이 권역의 대모 격이다. 불우이웃돕기 등 각종 봉사활동과 장학사업에 앞장서왔을 뿐 아니라 여러 단체 및 모임의 회장을 맡는 등 의성군 안팎에 걸쳐 그 활동반경이 아주 넓다. 그 결과 경상북도 의성군 등으로부터 받은 각종 상과 표창만 해도 한두 개가 아니다.

최태자(광덕농원·50) 부위원장 역시 의성음식연구회장을 맡고 있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무장인 이숙희(새들농원·46)씨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은 엄마와 딸, 즉 한 가족 같은 사이다.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을 유치하기 위해 다른 지역과 경합을 벌일 때 김옥자 위원장이 "나는 내 목을 걸었다"며 기세등등하게 나서는 바람에 다른 권역의 기가 한풀 꺾였다는 후일담은 아직도 이 권역에선 무용담처럼 회자된다.





옥사과로 유명한 의성군 옥산면 옥빛골권역의 전경

김 위원장은 지금도 직접 사과박스를 들어서 나르고 봉고 등 차량을 손수 운전하는 등 나이를 무색케 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이를 두고 최 부위원장은 "엄마 따라 다니는 딸 같은 기분으로 함께 일한다. 그래서 즐겁다"고 말한다. 최 부위원장은 의성음식연구회장 답게 손님이 방문하면 각종 음식을 손수 만들어 대접한다. 이 때 듣지도 보지도 못한 새로운 음식 한두 가지는 꼭 나온단다. 손님들의 입맛이 즐거운 것은 물론이다. 여성 트리오중 막내인 이 사무장은 묵묵히 마을을 위해 일하는 듬직한 일꾼이다.

이쯤 되면 옥빛골 남자들의 역할이 몹시 궁금해진다. 치맛바람에 너무 눌려 사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하지만 김옥자 위원장은 정색을 하고 남자들을 두둔한다.

"옥빛골 남자들이야말로 정말 신사다. 맨 처음엔 시큰둥한 반응도 없지 않았지만 뒤에서 말없이 묵묵히 밀어준다. 그래서 사업을 유치할 수 있었고 또한 큰 탈 없이 진행되고 있다."





옥빛골문화촌(센터 건물) 공사 현장

한마디로 '외조'덕이 크다는 얘기다. 이곳에서 14년째 이장을 맡고 있는 임재용 씨 역시 운영위 총무를 맞아 궂은일을 도맡아 처리하고 있다.

살기 좋은 마을로 힘차게 변신중인 의성군 옥산면 옥빛골권역의 비전은 '명품사과, 명품마을 : 옥빛골권역'이다
옥빛골권역의 면적은 총 3020㏊에 이르며 인구는 총 754명이다. 전체 331호 중 농가는 225호로 약 68%를 차지하고 있다.

옥빛골권역의 산수는 황학산(782m)과 달곡천이 완성한다. 특히 이곳은 그 유명한 의성 옥사과의 최대 집산지다. 다른 지역보다 한서의 차가 크고 일조량이 풍부하며 여름철 평균 기온이 24도로 사과재배에 적합하다. 매년 사과 꽃이 만발한 4,5월이면 전국에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질 정도로 멋스러움을 뽐내는 마을이기도 하다.

옥빛골권역 사업은 정부로부터 총 53억 원의 사업비를 지원받아 진행되고 있다. 의성 옥사과의 주산지에 걸맞게 사과를 활용한 사업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특히 의성음식연구회장인 최태자 부위원장을 중심으로 먹거리 개발에 힘쓰고 있다. 이미 사과말랭이, 사과쿠키, 사과겉절이양념소스, 사과불고기양념소스 등 시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생산 채비를 갖추고 있다.

권역 내 입암리는 지역커뮤니티 중심거점이자 도농·문화교류 중심 공간으로 개발된다. 입암리는 마을 한복판 논들 가운데 커다란 바위가 3개 우뚝 솟아 있어 붙인 이름이다. 자연마을에는 고사골, 선바위, 달곡, 국골, 황산이 있다.

전흥리는 농촌관광 중심 거점이자 도시민의 농촌체험 및 체류공간으로 조성된다. 전형적인 농촌마을로 골, 광밭, 노천마을 등이 있다.





의성군 옥산면 입암·전흥리(옥빛골권역) 위치도

옥빛골권역은 특히 달곡천 및 과수원 자원을 자연경관 및 생태체험 중심공간으로 개발한다. 현재 전흥리에 건축 중인 옥빛골문화촌(센터 건물)은 오는 2012년 6월에 준공예정이다.

그 옛날 임금님 진상품으로 올려졌던 옥빛골권역의 옥사과가 오는 26일 서울로 나들이를 간다. 동대문 굿모닝시티에서 '의성 옥빛골사과 페스티벌'이 열리는 것. 의성 옥사과를 널리 알리고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저 흔한 농촌마을이 아니라 미래 비전이 있는 마을로 거듭나고 있는 옥빛골권역은 귀농이나 귀촌을 계획 중이거나 준비 중인 도시민들이 관심을 가져볼만한 지역이다. 지리적으로 중앙고속도로 의성IC에서 30분, 의성읍에서 15분 거리에 위치한 데다 인근 단촌에 건설중인 상주~영덕간 고속도로 IC가 개통되면 접근성이 한결 좋아진다. 물론 서울과 수도권에서 주말에 오가기에는 너무 멀기에 상시 거주를 위한 귀농이나 귀촌에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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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원재 한국농어촌공사 의성군위지사 과장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은 정부의 지원 아래 특정 권역의 마을주민들이 주체가 돼 권역의 특성과 테마에 맞게 사업을 설계하고 시행하는 주민참여형 사업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한국농어촌공사(해당 지역 지사)가 각 지자체로부터 사업을 위탁받아 이끌어나간다.





한국농어촌공사 의성군위지사 이원재 과장

즉 주민들의 자발적인 사업이라고는 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농어촌공사의 역할에 그 성패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각 권역별 사업을 담당하는 농어촌공사 직원들의 자기희생과 추진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한국농어촌공사 의성군위지사의 이원재 과장(지역개발팀)은 잘사는 농촌마을, 살기 좋은 농촌마을을 만들기 위해 언제나 현장을 찾아간다. 실제 그는 대구에 거주하지만, 오늘은 의성군 금성면 금마늘권역, 내일은 옥산면 옥빛골권역 등 먼 거리를 마다않고 권역 내 마을 곳곳을 찾아가 주민들을 만나 발전방안을 함께 모색한다.

주민들이 잘 따라오지 않거나 다른 길로 들어가면 이를 바로잡아 독려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이렇다 보니 금마늘권역이든, 옥빛골권역이든 이제 그를 모르는 마을주민이 없을 정도가 됐다. 아들처럼, 동생처럼 그를 살갑게 대한다. 그 역시도 그런 주민들과 수시로 소통하며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안을 찾아낸다.

이 과장은 권역 지원 사업에 대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추진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며 "그럴 때 주민들을 한 방향으로 결집시키고 이끌어가는 게 다소 힘들 때도 있지만 변화하는 농촌마을을 만들어간다는 자부심과 보람으로 늘 현장을 누비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저 양적으로 많은 권역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자생력있는 거점마을을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고령화와 더불어 지속적인 농촌인구 감소가 큰 문제인데 귀농?귀촌만이 해결책"이라며 "이를 위해 소득원의 다양화, 정주기반 확충 및 기초생활시설 정비 등 앞으로는 도시재생사업처럼 이 사업도 농촌재생사업으로 체계적인 추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헤럴드경제 객원기자,전원 & 토지 칼럼리스트,cafe.naver.com/rm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