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부동산 바람기는 나도 모르게 온다

웃는얼굴로1 2010. 10. 20. 11:45

윤정웅

 

물결이 바뀌면 뱃머리도 바뀌는 법

 

사람들의 마음속에 내장된 시계는 가는 속도가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부동산을 바라보는 시각도 다 다르겠지요. 요즘에는 부동산이 싫다는 사람도 많더군요.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들이라면 부동산을 갖고 싶다는 사람이 많지, 싫다는 사람이 더 많겠습니까?

우리나라는 왜 부동산 강국이 돼왔을까요? 오랜 세월 농경사회를 거쳐 오는 과정에서 땅을 사랑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 아닐는지요? 땅덩이가 워낙 좁고 인구가 많았음도 한 이유가 되겠군요. 그래서 부동산은 사놓으면 남는다는 “불패신화”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세월은 늘 바뀌는 법, 2008년부터 지금까지 3년 동안 부동산시장은 마치 구멍 뚫린 호주머니에서 동전 빠져나가듯 손해만 키워왔음이 사실 아니던가요? 불패신화는커녕 몸을 잔뜩 낮춘 채 그저 구경꾼 없는 원맨쇼를 해 왔었으니까요.

하지만 무대는 또 바뀌는 모양입니다. 요즘 슬슬 구경꾼들이 모여든다고 하니까 말입니다. “집값은 오르지 않는다.”는 얼음장 같은 매수심리가 풀려가고 있기 때문일까요?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오그라졌던 살림살이가 허리를 펴기 시작했기 때문일까요? 물결이 바뀌기 때문에 뱃머리가 바뀌는 모양이로군요.

-주식시장 오르고 전세금 오르면 부동산도 오른다.-

코스피지수가 1900선에서 시소게임을 하고 있음을 보고 계실 겁니다. 전세시장도 마치 구경꾼들이 몰려오듯 비교적 전세금이 낮은 수도권 외곽지역으로 분산되고 있음도 사실이고요. 급기야 정부에서는 전세자금 대출을 추가로 해 주겠다고 하지만 그게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알겠군요.

오래 전부터 전세시장이 달아오른 후에는 집값 상승이 있었던가요? 그때는 빚 얻어 전세 얻은 다음 집값이 올라 후회를 한 일이 있었는데 요즘은 그런 전례를 믿지 않은 게 유행이더군요. 전에는 그런 일이 있었을지라도 앞으로는 그렇지 않을 거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그건 봄이 와도 이상 기온으로 얼음이 녹지 않을 거라는 억지가 아닐는지요? 지난 9월말 집값 대비 전국의 전세금 비율이 55.5%였고, 청주를 비롯한 일부 중소도시의 비율은 거의 90%를 육박하고 있으니까요. 서울 일부지역도 63%이고,

2010년 전국의 신규입주물량은 30만 1554가구였으나 2011년의 신규입주물량은 18만 3425가구랍니다. 주택시장 침체로 건설업체에서 신규분양을 하지 않고 있으니 2-3년 후에는 어찌 될까요? 입주대란이 일어나겠지요. 불을 보듯 뻔합니다.

-까치는 왜 집부터 짓는가?-

요즘이야 아파트건 빌라건 연립이건 한세대가 통째로 거주하고 있으니까 별 문제가 없겠지만 1960년대부터 80년대까지는 한 집에 네 가구나 다섯 가구까지도 같이 세를 들어 살았습니다. 마치 시장 속 같기도 했었지요.

아침에 화장실 갈 시간에는 마당구석에 있는 화장실 앞에서 세입자들이 엉덩이를 비비꼬고 서 있는 모습은 연극 같기도 했었다고나 할까요. 펌프로 된 수돗가는 어쨌게요? 마치 해수욕장에 있는 샤워장이나 다름이 없었다는 기억이 납니다.

주인이 인심이 좋은 집은 모두 가족 같기도 해서 다정다감하기도 했었지만 인심이 사나운 주인은 세입자들에게 전기세나 수도세를 전가시키는 불법도 저지르더군요. 구로공단에 다녔던 모퉁이 방 영자와 철공소에서 일하던 지하 방 순돌씨가 한 지붕 밑에서 엔죠이를 했던 아리송한 일도 기억됩니다.

까치는 알을 낳기 전에 집부터 짓던가요? 어찌 보면 사람보다 지혜롭고 가정적이라는 생각도 드는군요. 늘 죽 쑤어 식을 동안을 기다리지 못하는 서민생활에 여유가 있겠습니까마는 형편이 되면서도 집 사는 일을 뒤로 미루는 일은 삶의 필요조건을 미루는 일이라고 보는데 여러분들의 의견은 어떠십니까?

-집 없는 설움을 그 누가 알까-

아이 둘이나 셋이 될 때까지 전세나 월세를 살아보신 분들께서는 집 없는 설움을 잘 아실 겁니다. 지금 전세만기가 가까워 온 분들께서는 집 주인으로부터 전화를 받게 되면 가슴이 덜컹 하실 겁니다. “전세금 올려달라고 하면 어떡하나” 하고,

요즘은 임대차 기간이 2년이지만 30-40년 전에는 1년이었고 매년 금액이 올라갔거든요. 기한 전에도 가끔 보증금을 올려 달라거나 월세를 올려달라는 일이 있었기 때문에 집 주인이 저승사자처럼 보였다고나 할까요.

1년 동안 죽도록 적금 부어야 올려 줄 수 있었고, 그렇지 못할 바엔 인력거에 이삿짐 싣고 옮겨 다녀야 했습니다. 오죽했으면 큰 아들 초등학교 6년 동안 네 번 이사하고 세 번을 전학했을까요. 전학을 자주하는 바람에 친구가 없다면서 나중에는 큰 아들놈이 울더라고요.

그것뿐이 아니었습니다. 애들이 떠들면 떠든다고 나무라고 문이라도 큰소리 나게 닫으면 집 주인은 늘 소리를 질렀지요. 방 뺄 테니 나가라고, 벽지라도 찢어지고 유리창 문이라도 깨졌으면 어쨌게요? 손톱만한 보증금에서 공제해버리는 게 방정식이었습니다.

-부동산 오선지에 노래가 그려진다.-

지금이 부동산시장의 바닥이고 내리막길의 한계라는 글들을 여기저기서 보신 적이 있으시겠지요? 반대로 앞으로도 가격은 더 내리거나 폭락할 것이라는 글도 보셨을 겁니다. 그런 말들은 차치하고, 집을 사고자 해도 무주택자 입장에서는 아직도 집값이 도둑보다 더 무서운 형편에 있으니 어찌하면 좋을까요?

하지만 지금은 물결이 바뀌고 있는 시기가 아닐는지요? 쉽게 말해서 국제적으로 돈도 많이 풀려있고, 인플레도 고개를 들며 원자재 등이 오르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만 제자리에 있으라는 주문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더 쉽게 말해서 “물가가 오르니 부동산도 오른다.”고 생각하시면 뇌세포가 엄청 편해질 것입니다.

문제는 돈이지요. 외곽으로 나가자니 직장거리가 멀고, 무엇보다 애들 학교문제가 걸림돌이 되겠지요. 그러나 이미 전세금이 오르자 서민들은 백리길, 이백리길을 늘려가고 있음이 눈에 들어옵니다. 전세금이 낮은 외곽지역은 어디일까요? 남양주, 양주, 파주, 김포, 고양, 청라, 안산, 시흥, 안양, 수원, 용인이 되겠군요.

사람 바람기와 부동산 바람기는 자신도 모르게 오는 법, 이참에 거리를 늘려서라도 사겠다고 한다면 어디가 좋을까요? 아무래도 용인이나 파주, 수원, 일산, 김포가 우선 눈에 들어오겠지요. 그러나 장래성을 봐야 하고 또 자금줄까지 짧다면 부동산 오선지를 보시라는 권고를 드립니다. 부동산 오선지가 어디냐고요?

다음 달에 고속열차(KTX)가 머무는 수원, 수원에서 10분 거리인 동탄오산, 2014년에 역시 KTX가 정차하는 지제역의 소재지 송탄권, 국제평화도시가 들어서는 평택서부 등이 바로 부동산 오선지입니다. 오선지에서는 늘 악보가 만들어 지는 걸 봤습니다. 적은 자본이라면 이 다섯 곳에서 둥지를 물색해 보심이 어떨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