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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ㆍ수도권 집값 20%는 버블…도심 월세형 임대주택 지어야"

웃는얼굴로1 2010. 10. 18. 00:15

쿠사노 케이이치 노무라종합硏 기술고문

 

"한국 부동산시장이 일본처럼 장기간 대폭락할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다만 소득수준을 고려할 때 거품이 낀 것은 사실입니다. "

쿠사노 케이이치 노무라종합연구소 기술고문(63)은 한국과 일본 부동산시장에 모두 정통한 컨설턴트다. 노무라종합연구소에서 40년째 한국 일본 등 아시아지역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서울시도 지난 7월 임대주택 정책 수립을 위해 그의 의견을 들었다. 쿠사노 고문은 한국 집값 거품이 일본형 장기폭락을 유발할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다고 진단했다.

▼일본식 장기 부동산 불황이 올까.

"일본과 한국의 사정엔 다른 점이 많다. 일본의 경우 1990년대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서 전체 경제가 파탄났다. 버블 붕괴 후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갔다. 경제가 후퇴하는 상황에서는 집값이 오르기 어렵다. 그러나 한국 수도권 주택가격 하락이 경제 파탄으로 이어진다고 보기 어렵다. 실제 한국 경제는 지금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버블이 수도권에 국한됐고, 주택담보대출 관리도 비교적 잘 됐다고 본다. "

▼서울 수도권 집값 수준을 어떻게 보나.

"거품이 존재한다. 집값이 구매력에 비해 너무 높게 형성됐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연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 등을 감안할 때 수도권 집값이 20%는 빠져야 한다. 특히 고층 주상복합 가격이 비싼 것으로 보인다. 일본 인기주거지역 고층아파트와 가격은 비슷한데 대지 지분은 형편없이 작다. 물론 적정수준보다 집값이 더 떨어지는 것은 경제에 나쁜 영향을 준다. 따라서 주택담보대출 이자 부담을 급격히 늘리는 정책은 피해야 한다. "

▼고령화 · 인구 감소가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도심 선호 현상이 심화될 것이다. 노인들이나 1~2인 가구는 생활이 편리한 도심에서 살려고 한다. 은퇴자들이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 부동산을 내다 판다고는 볼 수 없다. 일본에선 보유 부지에 임대주택을 지어 장기화된 노후에 대비하는 이들이 많았다. 교통이 불편한 외곽 신도시는 거주자들의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노인들만 사는 유령도시가 될 가능성이 있다. "

▼고령화 · 인구 감소를 먼저 경험한 일본 사례에 비춰봤을 때 유망한 상품은.

"고령자 주택과 1~2인 가구를 겨냥한 주택들이 유망할 것이다. 고령자 주택의 경우 단순히 집만 짓는 사업은 실패한다. 주거와 간병을 연계하는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임대주택을 개발할 땐 투자자금 및 이익 회수기간이 15~20년으로 길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한국 사람들은 1~2년 안에 승부를 보려는 경향이 있다. "

▼인구 감소 · 고령화시대에 어떤 주택정책을 써야 한다고 보나.

"정부 정책의 중심을 수도권 외곽에 신도시를 짓는 것에서 도심에 임대주택을 늘리는 쪽으로 바꿔야 한다. 특히 전세처럼 목돈이 드는 임대주택이 아니라 2개월치 정도의 보증금만 있으면 들어갈 수있는 월세형 임대주택을 많이 지어야 한다. 한국은 여기에 대한 대응이 전혀 안돼 있다. 새로 짓는 임대주택은 질적인 측면에서도 달라져야 한다. 주거 환경이 쾌적하고,관리 수준도 높아져야 한다는 얘기다. "

▼한국 신도시는 어떻게 될까.

"2기 신도시의 전망이 밝지 않다. 도심으로부터 40㎞정도 떨어져 있어 서울 출퇴근이 어렵다. 업무 · 상업 시설을 더 넣어 자족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신도시는 또 고령화에 대비해 임대주택 비중을 늘려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신도시엔 노인만 남는다. 젊은이와 아이가 없어진다. 월세 임대주택을 늘리면 젊은층이 유입되면서 도시가 죽는 걸 막을 수있다. 임대주택이 적어도 전체의 3분의 1은 돼야 한다. 절반 정도 되면 더욱 좋다. "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